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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설사·복통 때문에 화장실 들락날락… 꾀병 같은 ‘이 질환’, 20~30대가 절반 차지

by한국일보

염증성 장 질환, 서구식 식습관 늘면서 10년 2배가량 증가

한국일보

고지방 고열량 식사 등 서구식 식습관 증가로 '선진국형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에 노출되는 젊은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설사로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고, 복통·식욕 감퇴·미열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지요. 발병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어려워 당뇨병·고혈압처럼 꾸준한 관리해야 한다.”


‘선진국형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을 김태일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렇게 설명했다.


염증성 장 질환은 고지방·고열량 식사 등 서구식 식습관으로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10년 새 환자가 2배가량 늘어나 7만 명이나 된다. 20~30대 환자가 전체의 50%일 정도로 젊은이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크론병, 환자 3명 중 2명은 30대 이하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과 궤양을 일으킨다(주로 소장·대장에서 발병).


만성 복통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배꼽 주위나 오른쪽 하복부 통증이 흔히 나타난다. 소장이 쪼그라들면(협착) 식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고 구역·구토가 동반되거나 설사를 자주 하게 된다. 증상은 환자마다 다양하다.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며, 응급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어떨 때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2만231명에서 2021년 2만8,720명으로 41%나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15~35세 환자가 가장 많아 2021년 환자 2만8,720명 중 30대 이하 환자는 1만9,765명으로 크론병 환자 3명 중 2명(68.8%)은 젊은 환자다.


10대 때 크론병이 발병하면 40세 이상 환자보다 증상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복통·설사에 자주 시달리고 장 염증으로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체중 감소ㆍ성장 부진 등이 생길 수 있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 세대가 늘면서 육식·즉석식품 섭취 증가가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며, 질병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진단된 것도 질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했다.


진단에는 혈액검사부터 대변 내 세균 배양 검사, 대장·위 내시경검사, 캡슐 내시경검사, 영상 검사(소장바륨조영술, CT, MRI 등), 조직 검사 결과를 종합해 내린다.


차재명 교수는 “크론병은 완치하기 어렵지만 위장관 염증을 조절해 증상이 모두 없어진 ‘관해(寬解·remission)’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크론병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항염증제를 먼저 쓴다.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치료 성적이 매우 향상됐다.


김태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을 유전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유전적 소인이 있을 뿐 유전병은 아니다”라며 “면역 불균형 등 다양한 염증 관련 외부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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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궤양성 대장염, 대장에만 만성 염증 유발

위장관 전체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크론병과 달리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복통과 설사, 혈변, 점액변, 대변 절박증(참을 수가 없어 급하게 배변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이라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온몸에 열이 나고 혈변, 구토, 전신 쇠약감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사망률이 그리 높은 질환이 아니다. 다만 환자 중 10명 중 1~2명은 대장절제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특히 △40세 미만 진단됐거나 △염증이 넓고 심하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재발이 잦으면 대장을 절제할 가능성이 높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 중 3%에서 천공(穿孔), 독성 거대 결장 등 심한 급성 국소 합병증이 나타난다. 20%에게서 중증 궤양성 대장염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엔 사망률이 1%로 증가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오래 앓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어도 치료받아야 한다. 30년간 이 질환이 있으면 대장암 발병률이 9.5%로 증가한다.


그러면 설사가 잦을 때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야 할까. 전유경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는 급성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일 때도 흔히 나타난다”며 “급성 장염은 단기간 증상이 생긴 뒤 호전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생긴다”고 했다. 전 교수는 “설사를 오래 하고 점액변, 혈변, 발열, 체중 감소, 만성피로 등이 나타나면 병원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