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여행에 딱… ‘원시의 늪’ 예당호 느린호수길

[여행]by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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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출렁다리에서 대흥마을까지 약 5.2km 구간에 수상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저수지 가장자리 늪에는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뤄 원시의 숲을 연상케 한다. 예산=최흥수 기자

예산의 관광 1번지는 예당저수지다. 예당저수지는 다목적댐 건설로 만들어진 호수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크다. 응봉ㆍ대흥ㆍ광시 3개면에 걸쳐 있고, 주변을 한 바퀴 돌면 40km가 넘는다. 예당호는 전국에 이름난 낚시터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100여개의 낚시 좌대와 덕이 설치돼 있다. 붕어와 잉어가 많지만 뱀장어ㆍ가물치ㆍ동자개ㆍ미꾸라지 등 민물에 사는 물고기는 대부분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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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긴 예당호 출렁다리 뒤에 지난달부터 음악분수가 가동을 시작했다. 무지개 조명이 불을 밝히는 밤에 더욱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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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인근 예당호 국민관광지는 예산 관광 1번지다. 주변에 조각공원과 야외 무대,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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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객이 예당호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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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는 예산 관광 1번지다. 예당호 국민관광지의 조각공원의 작품.

저수지 수문 인근 응봉면 후사리는 1986년부터 국민관광지로 개발해 왔다. 조각공원과 캠핑장이 조성돼 있고,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예당호출렁다리가 설치됐다. 길이 402m, 폭 5m 현수교로 성인(70㎏ 기준) 3,15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출렁다리 바로 옆에 음악분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평일 5회, 주말 7회 20분간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를 즐길 수 있다. 해가 지면 출렁다리에 경관 조명이 켜진다. LED 조명이 서서히 일곱 색깔 무지개로 변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분수도 조명에 맞춰 색다른 매력을 뿜는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완화됐지만 밀집된 장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출렁다리 주변은 관광객이 몰리기 마련이다. 대신 예당호 주변 산책로는 ‘거리 두기’ 여행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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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연결된 ‘느린호수길’. 전 구간이 목재 덱으로 연결된 수상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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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 가장자리에는 물에 잠긴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뤄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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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 ‘느린호수길’ 산책로에서 백로 한 마리가 탐방객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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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없는 날이면 버드나무 군락이 수면에 반영돼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출렁다리에서부터 대흥면 소재지까지 약 5.2km 구간에 ‘느린호수길’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전 구간이 목재 덱으로 연결돼 있다. 물위를 걷는 수상 산책로인 셈이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물가에는 버드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반쯤 물에 잠긴 나무가 원시의 숲인 듯 신비로움을 더한다.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물위로 솟아난 가지가 그대로 수면에 반사돼 데칼코마니 작품을 빚는다. 발 아래에서 가끔씩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가느다란 치어가 헤엄친다.


그 무성한 가지 사이로 물닭이 유유히 헤엄치고, 백로와 왜가리가 목을 길게 빼고 물고기를 기다린다. 이따금씩 그늘 짙은 숲 속으로 하얀 백로가 날개를 펼치면 선경인 듯 황홀하다. 이곳에 서식하는 물새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편이다. 산책하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설 때까지 덱에 앉아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여행자의 발걸음도 한없이 느려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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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 수면에 비친 버드나무가 한 폭의 유화처럼 물결에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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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 가장가리에 군란을 이룬 버드나무 숲이 데칼코마니처럼 수면에 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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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한 마리가 예당저수지 버드나무 숲으로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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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한 마리가 예당저수지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채고 있다.

생태에 관심이 많고, 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광시면의 황새공원을 추천한다. 대흥마을에서 약 10km 떨어져 있다. 황새는 한국인에게 친근한 텃새였다. 100여년 전만 해도 흔했던 황새는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자취를 감췄다. 둥지를 틀 키 큰 나무들이 사라지고, 무분별한 농약 사용으로 먹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불법 사냥도 원인이었다.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 수컷은 3일 만에 밀렵꾼에 사살되고 23년 뒤 암컷이 죽은 후에는 국내에서 사라졌다. 현재 전 세계에 2,5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 조류이며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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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황새공원의 조형물. 황새공원은 황새 복원과 자연 방사를 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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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공원 오픈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황새. 날아가지 못하도록 깃털 일부를 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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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방사한 황사가 사육장 위를 선회하고 있다. 황새공원 인근에서 자연 서식하고 있다.

황새공원은 황새 복원과 방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곳이다. 1996년 한국교원대학교에서 러시아로부터 황새를 들여와 복원사업이 시작됐고, 예산군은 2009년 문화재청의 황새마을 조성 사업지로 선정돼 광시면 대리에 황새공원을 조성했다. 2014년 한국교원대에서 복원한 황새 60마리가 이주했고, 이듬해부터 단계적으로 자연 방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64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고 85마리를 사육 중이다.


날개 달린 새를 어떻게 날아가지 못하게 가둬 둘까? 비법은 ‘깃 다듬기’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깃을 솎아 날아갈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다. 황새 깃털은 1년에 두 차례 털갈이를 하며 자라기 때문에 자연 적응 시기를 거치면 정상적인 비행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황새공원에 가면 철망으로 테두리를 두른 열린 사육장(오픈장)에서 10여 마리의 황새를 볼 수 있다. 한쪽 다리를 숨기고 선 모습은 고고한데, 날갯짓할 때의 모습은 안쓰럽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숭숭 빠진 깃털로는 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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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육장(오픈장)의 황새가 한쪽 다리를 들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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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공원 오픈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황새.

그래도 온전한 황새를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자연 방사한 황새가 공원 인근 5곳에 둥지를 틀고 수시로 날아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짝을 찾고 새끼를 기르는 새들이다.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고 공원 주변을 선회할 때면 오픈장의 황새들이 ‘꾸르꾸르’ 합창한다. 아무래도 부러움과 안타까움이 잔뜩 밴 울음 같다.

꼭 맛봐야 할 ‘예산 3미’…소머리국밥ㆍ곱창구이ㆍ어죽

예산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소머리국밥과 곱창구이, 어죽을 꼽는다. 어죽은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주린 배를 채우는 특별한 먹거리였다. 예당저수지 주변에 어죽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 저수지에서 잡은 붕어, 잉어, 메기, 빠가사리 등을 푹 고아 육수를 내고,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간을 한 뒤 불린 쌀이나 국수, 수제비 등을 넣고 끓인다. 한 끼 식사로 거뜬할 뿐만 아니라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예당호 출렁다리 인근 ‘민물나라’ 식당의 어죽은 참기름을 더해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손가락만 한 민물새우 튀김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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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국민관광지 인근 ‘민물나라’의 어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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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국민관광지 인근 ‘민물나라’의 새우 튀김. 예당저수지에서 잡은 민물 새우다.

삽교읍은 예산에서도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장터 주변에 소머리국밥과 돼지곱창 식당이 몰려 있다. 한일식당은 소머리국밥만 80년 넘게 해온 식당이다. 신계현(71) 사장이 시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아 지금은 딸, 사위와 함께 장사하고 있다. 기름기를 걷어내며 사흘간 암소머리를 푹 고은 국물이 진국이다. 육질은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 고춧가루를 풀어 육개장처럼 빨간 국물이라는 것도 이 집만의 특징이다. 매주 목ㆍ일요일은 쉰다. 그날이 삽교 장날(2ㆍ7일)이면 정상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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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읍 한일일당의 소머리국밥 국물. 기름기를 건져 내며 암소머리를 사흘간 고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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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식당의 소머리국밥은 빨간 국물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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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읍 ‘신창집’의 돼지곱창구이. 바짝 굽는 게 쫄깃하고 고소한 맛의 비결이다.

삽교의 수많은 곱창집 중에서 원조는 50년 가까이 된 ‘신창집’이다. 소곱창이 아닌 돼지곱창을 사용한다. 기름기가 쏙 빠질 정도로 바짝 굽는 게 쫄깃쫄깃한 맛의 비결이다. 처음 식당에 들어서면 곱창 특유의 냄새가 강하지만, 노릇노릇 잘 구운 곱창엔 오히려 잡냄새가 없다.


예산=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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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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