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美 뒤집어버린 초막장 다큐 ‘타이거 킹’… 어떤 내용이길래?

by한국일보

한국일보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 넷플릭스 제공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미국인들을 사로잡으며 대박을 터뜨린 다큐멘터리가 있다. 국내 방송가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JTBC ‘부부의 세계’보다 몇 배는 자극적인 이 작품의 제목은 ‘타이거 킹: 무법지대’. 오클라호마주에 사설동물원을 차리고 호랑이, 사자, 표범 같은 맹수 200여마리를 기르는 중년의 괴짜 조 이그조틱의 극적인 삶을 다룬다.


국내 넷플릭스 순위에선 아직 10위권 밖이지만 미국에선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지난달 20일 7부 전편이 공개된 이후 단 열흘 만에 3,430만명이 시청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오리지널 TV’ 시리즈 중 최고 히트작이라는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3 성적(3,630만명)에 버금가는 수치다.


미국인들은 이그조틱을 소재로 한 밈(한국에서 ‘짤’ 이미지 같은 것)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이그조틱 사진에다 아버지 얼굴을 합성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릴 정도다. 드라마 제작까지 추진되고 있다.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타이거 킹'의 주인공 조 이그조틱 사진에다 아버지의 얼굴을 합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소셜미디어

사설동물원 얘기가 뭐길래 이 난리일까. 이 다큐는 호랑이 같은 맹수에 미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동물학대, 강박적 증오, 일부다처제, 사이비 교주, 살인 미스터리, 마약중독과 자살 등 미국의 숨겨진 치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그조틱은 이름만큼이나 기괴한 인물이다. 스스로를 ‘권총을 들고 멀렛컷(축구선수 김병지 머리 스타일)을 한 게이 카우보이’라 칭한다. 무명 가수에다 대통령이나 주지사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허풍쟁이에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폭군이다. 사설동물원 문제를 파고드는 동물보호단체 대표 캐롤 배스킨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배스킨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하층민 출신으로 백만장자 유부남을 만나 극적 신분상승을 이룬 인물인데 뭔가 구리다. 어느 날 남편이 자취도 없이 실종됐는데 배스킨이 전처와 자식들 모두를 제치고 남편 유산 대부분을 차지해서다. 배스킨을 둘러싼 의혹은 ‘O.J. 심슨’ 사건을 연상시킬 정도다. 다큐의 주된 줄거리는 이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이다.


다큐 자체는 5년 취재의 결과다. 연출을 맡은 에릭 구드는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고양이과 맹수는 사람을 매혹시키는데 그건 소유자의 자아, 지위와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난 호랑이를 키워’란 말은 ‘내 차는 페라리야’라는 말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미국인의 극우화 현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그조틱과 주변인물들은 혐오스러우면서도 비극적인 인물들이다. 이그조틱은 무려 22년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미국인들에게는 동정의 대상이 됐다 한다. 미국인들은 이 다큐를 보며 아마 미처 몰랐던 자신의 얼굴을 되돌아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