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용수 할머니 “배신자 옆에 있어야 진실 밝힐 수 있다” 25일 회견에 윤미향 불러

[이슈]by 한국일보

대구 찾은 윤미향에 “기자회견 할 테니 내려와라” 요구


“위안부 해결 약속 어긴 尹 괘씸… 용서한 적 없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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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92)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25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 더불어민주당 윤미향(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비례대표 당선인을 부른 것과 관련, “배신자와 배신당한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20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학순 할머니가 시작한 일을 이용수가 마무리 지어야, 죽어도 할머니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며 “(윤미향을 기자회견장에 오라고 한 것은)화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할머니가 “몸이 아프다”면서도 격정을 쏟아낸 이날 저녁 인터뷰는 50분간 진행됐다.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윤 당선인이 대구 중구의 한 호텔에서 머물고 있던 자신의 방을 찾은 것과 관련, “윤미향이 갑자기 방으로 찾아와 깜짝 놀랐다. 국회의원이 돼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뚜렷한 이유도 대지 않고 무릎만 꿇고 용서를 비는데 뭘 용서하란 말인가”라며 “난 용서한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윤씨의 행동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배신한 윤미향이 괘씸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세간의 접촉을 피해 경남의 사찰과 호텔을 전전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갑자기 자신의 방을 찾아와 무릎을 꿇은 윤 당선인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혔다. 그는 “‘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기자회견) 뒤로 (의혹들이) 너무 많이 나왔더라. 그건 법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고 윤미향에게 말해줬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또 호텔방 바깥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 당선인 동행자에게 “따라 다니면서 무슨 수작이냐”고 큰소리로 꾸짖었다고도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서 “한 번 안아달라”고 팔을 벌렸고, 이 할머니는 “안으면서 30년 함께 한 세월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을 안아준 것과 관련, 이 할머니는 “원수도 아니고 안아달라는데, 안아준 것을 가지고 화해를 했다고 마음대로 해석한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결코 화해나 용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19일 호텔 회동에서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내가 수일 내로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내려와”라고 한 뒤 헤어졌다.


이 할머니는 “그들은 지금까지 (일본에)사죄하라 배상하라 소리만 했지, 역사를 제대로 교육시켜준 적이 없다”며 “김학순 할머니가 시작한 일을 이용수가 마무리 지어야 죽어도 할머니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고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위안부 문제를 처음 공론화하고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 할머니는 또 수요집회 중단과 양국 청소년 교류와 관련, 세간에서 일고 있는 친일논란에 대해서는 “그건 그쪽 얘기일뿐, 나는 주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할머니는 이를 위해 대구에 있는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제대로 지어 교육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대구에 역사관이 하나 있지만 낡고 좁고 비도 샌다”며 “좀 더 넓혀서 청소년 교육장으로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날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1년 동안 아베의 역사 날조와 조작에 맞서 한일 두 나라 청소년들이 역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몸도 말랐다. 코로나 때문에 시달리다 보니 죽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며 “하지만 두 나라 청소년 교육만큼은 제대로 해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할머니는 한일 양국 청소년들이 교류하며 위안부와 관련된 역사를 바로 알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밝힐 예정이다. 대구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본질적 고민보다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다며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


본보는 이날 이 할머니의 인터뷰와 관련 윤 당선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2020.05.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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