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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애가 귀신 들려 진돗개님이 짖어”…교주 학대로 죽고 엄마에게도 버림받은 아들

by한국일보

진돗개 숭배 집단 살인 사건


이혼한 엄마가 아이들과 진돗개 숭배 집단 공동체로


교주에 밉보인 아들은 굶고 매질 당해 싸늘한 시신으로


엄마의 거짓 실종 신고에 미제사건으로 남길 뻔 했지만


“폭행으로 죽은 아이 매장” 경찰, 쫓겨난 신도의 자백 받아


암매장 후 불법 화장해 강에 뿌린 사이비종교 일당 검거


※사기를 포함한 지능범죄는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더욱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일확천금의 미끼에 낚이는 순간,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 격주 화요일 연재하는 지능범죄 시리즈에서는 그 덫을 피해가는 지혜까지 전해드립니다.

“아들을 잃어버렸어요.”


2014년 8월 14일 오후 1시 182경찰민원콜센터에 아동 실종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세 살배기였던 김모군을 잃어버렸다는 최선미(가명ㆍ39)씨는 182 신고 직후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 실종수사팀으로 찾아왔다. 실종수사팀 수사관은 혈육을 잃고 흐느끼는 최씨를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해 7월 12일에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것부터 그랬다. 무려 한 달이 지난 뒤의 신고. 실종신고가 늦어진 이유를 묻자 최씨는 “충분히 혼자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게다가 182 신고도 최씨 여동생의 권유로 이뤄졌다.


노련한 수사관들에게는 의문투성이였어도 실종신고인 만큼 김군의 행방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최씨가 말한 실종 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부터 뒤졌다. 최씨나 김군이 찍힌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수사관들은 최씨의 가족과 지인들을 탐문하고, 경기 지역 아동보호시설 140여 곳에 전단지를 돌렸지만 김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5일 뒤 실종수사팀에서 강력4팀으로 전담팀이 변경됐다. 이후 5개월간 김군의 행방을 찾았어도 단서 하나 발견되지 않자 2015년 1월 19일 김군 실종사건은 미제사건으로 전환됐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애초부터 경찰은 김군을 찾을 수 없었다. 최씨가 잃어버렸다고 신고하기 전 김군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진돗개를 키우던 공동체의 실체

2016년 2월 15일 강서경찰서는 장기실종아동 점검회의에서 김군 사건 수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사건은 강력3팀에 배당됐다. 1년여 전 김군 실종에 의문을 품었던 김민성(59ㆍ현 강서경찰서 강력1팀장) 실종수사팀장이 당시 강력3팀장이었다. 최근 서울 양천구 강서경찰서에서 만난 김 팀장은 “최씨의 실종 신고가 늦었고, 참고인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다”며 “김군을 둘러싼 범죄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베테랑 형사의 직감만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는 없었다. 김 팀장은 우선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에게 과거 실종전담팀에서 수집한 최씨와 주변 인물들의 진술서를 보내 자문을 구했다. 아니나다를까 김 팀장의 직감이 맞았다. 프로파일러는 최씨가 주장한 김군 실종 일시가 불명확했고, 주변 인물들의 행적도 질문에 따라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확신을 얻은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우선 최씨가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날을 전후해 15일치 통화내역을 분석했다. 최씨가 전화를 한 이들에게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모두 강서구의 다가구주택에 모여 사는 공동체 소속이었다. 이 공동체는 전북 전주시에서도 진돗개 수십 마리를 키웠다.


경찰은 공동체의 실체를 파악하려 했지만 베일에 싸인 그들의 정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1년 넘게 공동체에 속했거나 이미 탈퇴한 이들을 끈질기게 접촉하던 경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과 전주의 공동숙소를 오가며 잡일을 하던 박화순(가명ㆍ69)씨의 딸이 “어머니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쫓겨나듯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한 게 실마리였다. 경찰은 바로 박씨를 찾아갔지만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10여 차례 방문하고 딸이 설득한 끝에 박씨는 “2014년 7월쯤 폭행으로 죽은 아이 시신을 매장했다”고 털어놨다.


박씨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2017년 4월 7일 김군의 친모 최씨를 검거했다. 이틀 뒤엔 공동체의 우두머리인 김하순(가명ㆍ51)씨 등도 순차적으로 붙잡았다. 김군 실종신고 이후 약 3년 만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이들의 공동체는 진돗개를 숭배하는 사이비종교였고 김씨는 교주였다.

3년 만에 드러난 참혹한 진실

경찰 수사 결과 최씨는 2014년 2월 6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여섯 살 딸과 김군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최씨의 수중에는 남편에게서 이혼하며 받은 위자료 3,000만원과 매달 입금 예정인 양육비 100만원이 전부였다. 당장 오갈 데가 없던 최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과거 다른 종교 단체에 속했을 때 중간 관리자로 활동한 김씨였다.


김씨는 평신도였던 최씨가 우러러보던 존재였다. 그런 김씨가 새로 만든 왕국에 오라는 제안을 했다. 최씨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아이 둘을 데리고 김씨의 진돗개 숭배 집단에 들어갔다.


김씨는 마음이 맞는 이전 종교 단체 신도들을 모아 2012년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수십 마리의 진돗개를 “진돗개님”이라고 부르며 영물로 떠받들었다. 공동생활을 하는 집 옥상에 진돗개 사당을 만들었고, 진돗개를 유모차에 태워 다녔다. 진돗개를 업어 키우는 것도 이들에게는 일상이었다.


김군의 죽음도 진돗개를 숭배하는 비상식적인 생활에서 비롯됐다. 진돗개들이 김군을 향해 짖자 김씨는 “애가 귀신이 들려 진돗개님이 짖는다”며 학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밥을 굶기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엔 효자손, 파리채, 주걱 등으로 폭행하는 등 학대의 정도가 심해졌다.


2014년 7월 7일 김군은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세상을 떠났다. 전날부터 하루 종일 굶으며 잠도 자지 못했던 아이에게 김씨는 오전 9시부터 11시 10분 사이 또 모진 매를 퍼부었다. 키는 1m가 안 됐고 몸무게는 12㎏에 불과했던 김군의 몸은 축 처졌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만 봤던 어머니 최씨는 그제서야 김군을 안아 방에 뉘였다. 최씨가 미음을 먹이려 했지만 아이는 두 시간 만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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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김군의 시신이 암매장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이 전북 전주시의 한 야산을 수색하고 있다. 빨간색 원이 암매장 장소로 지목된 곳이다. 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죽어서도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들

김군의 사망일과 암매장 경위가 확인되자 경찰이 의문을 품었던 마지막 퍼즐도 맞춰졌다. 최씨가 김군의 실종 날짜를 사망한 날보다 5일이나 늦춰 신고한 이유는 결국 시신 처리 때문이었다. 그 5일 동안 김군의 흔적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경찰 수사 결과 아이가 숨지자 김씨는 최씨와 공동체 일원인 이민(가명ㆍ44)씨를 불러 “전주에 가서 묻자”고 제안했다. 야산 근처에 있는 이씨의 친정집이 진돗개 수십 마리를 기르는 이들의 공동숙소였다.


최씨와 이씨가 동의하자 김씨는 당시 전주에 있던 박화순씨에게 전화해 “지난번 야산에 염소를 묻었던 자리를 다시 파놓아라”고 명령했다. 김씨는 최씨, 이씨와 함께 김군의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싣고 야산으로 갔다. 이들은 김군의 시신을 이미 매장했던 염소 옆에 나란히 놓고 흙을 덮은 뒤 땅을 평평하게 다졌다.


김군이 사망하고 사흘이 지나 김씨 등에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씨의 남편 안무수(가명ㆍ53)씨로부터 전화 한 통이 온 것이다. 안씨는 시신을 묻었던 곳에 멧돼지가 나타나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다급하게 전했다.


김씨 등은 부랴부랴 야산으로 달려가 김군의 시신을 파낸 뒤 현장에서 약 2시간 동안 불법 화장을 했다. 유골과 재는 전북 임실군의 섬진강에 뿌렸다. 이렇게 김군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게 7월 12일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경찰이 아무리 찾아도 김군의 흔적은 나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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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숭배 집단이 김군의 시신을 유기 및 화장한 장소. 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착취로 점철된 사이비종교의 수렁

김군 사건은 최씨가 솔직히 밝혔다면 해결에 3년이나 걸릴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을 외면한 최씨는 다른 신도들과 함께 시신을 없앴고, 경찰에게는 거짓 진술을 해 수사에 혼선을 줬다. 온갖 강력사건을 경험한 경찰들까지 혀를 내두르게 만든 비정한 모정 뒤에는 오랜 세월 최씨를 뼛속까지 지배한 사이비종교가 자리잡고 있었다.


경찰 수사와 법원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최씨는 20대 초반에 동생 둘을 데리고 전남 함평군에서 상경한 뒤 다단계사업에 빠져들었다. 사업은 잘 안 됐고 수천 만원을 갚지 못했다. 끊임없는 빚 독촉에 시달렸던 최씨에게 김씨가 손을 내밀었다. 김씨는 아픔을 어루만지듯 항상 최씨 곁을 맴돌았다.


점차 최씨는 김씨의 사이비종교에 빠져들었다. 결혼을 한 뒤에도 집에서 종교서적을 공부하는 등 열성적이었다. 이런 모습을 남편은 모른 체했다.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 남편은 “걱정은 됐지만 섣불리 종교 문제를 언급했다가 가정이 깨질지 몰라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파국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이 둘을 낳고 살던 어느 날 20만원씩 1분 단위로 총 200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남편에게 날아왔다. 최씨가 김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신용카드를 긁은 것이었다. 최씨는 어떤 물건도 구매하지 않고 결제만 한 ‘카드깡’ 방식으로 김씨에게 돈을 헌납했다. 이런 생활이 되풀이되자 남편도 견디지 못했다. 위자료와 두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하고 갈라섰다. 전 남편은 “돌아보면 이혼을 명령한 것 역시 김씨였다”고 했다.


김씨는 최씨가 받은 이혼 위자료도 액땜 비용이나 ‘정성금’ 명목으로 가져갔다. 이후엔 네일아트 일을 시작한 최씨의 월급까지 착복했다. 심지어 김군 사망의 책임도 “네가 모든 걸 감수해야 한다”며 최씨에게 덮어씌웠다.


진돗개 숭배 집단의 다른 일원들도 최씨의 처지와 비슷했다. 종교의 탈을 쓴 엄격한 규율을 한 꺼풀 벗겨내면 착취와 노예생활의 민낯이 드러났다. 공동체에서 무일푼으로 주방 일을 했던 남성은 사채 등으로 3,000만을 빌려 헌납했고, 잡일 담당이었던 박씨는 노령연금까지 갖다 바쳤다.


서울남부지법은 2017년 6월 김씨에게 징역 13년, 최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징역 3년, 안씨와 박씨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김씨와 최씨, 이씨는 불복했지만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이 확정판결이 됐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