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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다산과 영랑의 마을...모란이 지고 수국이 피었습니다

by한국일보

전남 강진 여행은 다산으로 시작해 영랑으로 마무리된다. 강진읍내 동문마을은 최근 초가와 한옥이 조화를 이룬 ‘사의재 저잣거리’로 정비됐다. 사의재는 1801년 강진에 유배된 다산 정약용이 4년간 기거했던 곳이다. 오갈 데 없는 딱한 사정을 알고 동문주막의 주모가 내준 골방에 다산은 사의재라는 현판을 걸고 6명의 제자를 가르쳤다고 한다. 사의재(四宜齋)는 생각과 용모와 언어와 행동, 네 가지를 바로 하도록 자신을 경계하는 사람이 기거하는 집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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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초가 마당 한쪽에 주모와 그 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문주막은 다산이 즐겨 먹었다는 아욱된장국(7,000원)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전과 무침을 막걸리 안주로 팔고 있다. 저잣거리에는 청년 창업자들이 다양한 공방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ㆍ일요일 오후에는 ‘조선을 만나는 시간(조만간)’ 프로젝트가 진행돼 시간을 과거로 돌려 놓는다. 한옥체험관에서는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마당극 ‘땡큐 주모~’ 공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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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뒤편 보은산 중턱에도 다산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성사(당시는 고성암)의 별채인 ‘보은산방’은 1805년 큰아들 학연이 천 리 길을 찾아왔을 때 다산이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현재 본당 증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산사의 고요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대신 고성사 가는 길가에는 수국이 가득 피어 여름의 정취를 한껏 더하고 있다. 수국 색깔은 식생과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연분홍에서 짙은 남색까지 화사하게 핀 수국이 좁은 도로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강진군청 뒤편에는 한국의 대표 서정 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의 생가가 있다. 초가라고 하지만 담장으로 마당을 분리해 사랑채까지 갖췄고, 정원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뜰이 넓다. 그의 시에 ‘애절함은 있어도 가난함은 없다’는 문단의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니다. 1985년 강진군에서 매입해 보존하고 있다. 생가 곳곳에 시의 소재가 됐던 우물과 동백나무, 감나무, 장독대 등이 남아 있고 각각에 어울리는 시비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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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집 주변에 피어난 모란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약재에 조예가 깊었던 부친이 약재로 쓰기 위해 집 한쪽 마당에 수십 그루의 모란을 심었다고 한다. 부친에겐 소중한 약재였지만 영랑에게는 찬란한 슬픔을 되새기는 소재였던 셈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시인의 3남 김현철씨는 '모란을 심은 사람이 목포에서 한의원을 하는 영랑의 작은아버지였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고 했다. 작은아버지는 서울의전 출신 내과 전문의로 읍내에서 강진의원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장독대 뒤 은행나무 아래 시비에는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가 새겨져 있다. 첫 구절 ‘오-매 단풍 들것네’의 단풍은 은행나무가 아니라 뒤에 있는 감나무 단풍이다. ‘마당 앞 맑은 새암을’은 실제 마당에 있는 우물에서, ‘사개 틀린 고풍의 툇마루에’ 역시 기둥이 살짝 기울어진 사랑채에서 소재를 얻었다.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둘러진 뒤뜰 언덕에는 굵은 가지가 휘어진 동백나무도 보인다. 당대의 무용가 최승희와의 사랑이 깨진 후, 영랑이 목을 매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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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뒤편 계단을 오르면 ‘세계모란공원’으로 이어진다. 4월 중순 짧은 기간 절정의 화려함을 뽐내고 뚝뚝 떨어져 야생에서 모란을 보기는 힘들지만, 개화 시기가 다른 세계 각국의 모란을 전시해 놓은 유리 온실에 가면 늘 몇 송이의 모란은 구경할 수 있다.


읍내에서 멀지 않은 강진만생태공원은 코로나19로 갑갑한 일생이 계속되고 있는 요즈음, 모처럼 가슴과 눈이 확 트이는 경관을 선사하는 곳이다. 탐진강과 강진만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습지로, 파릇파릇 돋아난 갈대와 습지식물이 절정의 초록을 뽐내고 있다. 같대밭 사이로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강바람, 바닷바람 쐬며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어로가 금지된 곳이어서 찰진 갯벌에서 짱뚱어가 팔딱팔딱 뛰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바람만 불어도 숨는다는 칠게도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유유히 갯벌을 오가며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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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 충전 회춘탕, 정성 푸짐 한정식…강진의 대표 3미(味)

산과 바다, 갯벌을 끼고 있는 강진은 맛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회춘탕은 해산물이 풍부한 강진의 대표 보양식이다. 열두 가지 약재로 우려낸 국물에 전복과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닭이나 오리를 푹 고아 내는 음식이다. 재료만 봐도 힘이 솟는다. 남은 국물과 고기에 찰밥을 넣어 걸쭉하게 끓이는 죽도 일품이다. 하나로식당을 비롯해 강진읍내에 회춘탕 전문 식당이 10여곳 있다. 가격은 8만~10만원, 4인이 모자람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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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들과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를 맛깔나게 조리해 한 상 푸짐하게 내오는 한정식도 강진의 대표 음식이다. 홍어ㆍ돼지고기ㆍ묵은지로 구성된 삼합을 비롯해 생선회와 육회, 새우튀김과 바지락국에 갖가지 나물반찬까지 상이 모자랄 정도로 차려진다. 군동면의 청자골종가집, 강진읍의 예향, 모란 등 10여개의 한정식 전문식당이 있다. 가격은 4인 기준 10만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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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면의 수인관과 설성식당은 지역에서 연탄불고기 백반을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불 향이 짙게 밴 돼지고기에 빨간 양념이 입혀져 풍미를 더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탄불고기를 중심으로 갖가지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3인 이상 주문하면 1인 1만원꼴이다.



강진=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