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그늘진 숲길, 얼음장 계곡, 맛있는 식당...해남 주민들이 사랑하는 피서지

by한국일보

고속버스와 농어촌버스를 이용한 두륜산 여행


장마 끝나면 무더위다. 본능적으로 시원한 곳을 찾는다. 이왕이면 계곡, 숲, 체험, 맛집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 해남에서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여행지는 두륜산도립공원이다. 장춘계곡, 대흥사, 두륜산케이블카와 미로파크가 몰려 있고 주변에 식당도 많다. 지척에 한옥마을까지 있어 해남 관광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될 정도다. 장춘계곡은 전남에서 선정한 7월 추천 관광지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대흥사 입구 장춘계곡은 여름철 지역 주민들이 최고로 꼽는 피서지다. 유선관 부근 장춘계곡.

기차역 없는 해남까지 굳이 KTX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고속철을 이용하자면 용산역~목포역 KTX, 목포역~목포터미널 시내버스, 목포~해남 시외버스 등 교통수단을 세 번이나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고속버스는 한 번에 해남까지 간다. 좌석이 편안한 우등고속버스에서 꿀잠을 취하면 탑승 시간 4시간 3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남터미널에 도착한 후 대흥사행 농어촌버스를 타고 장춘승강장에 내리면 두륜산 입구다.

한국일보

서울에서 해남까지는 하루 네 편의 우등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해남터미널까지는 우등고속버스가 하루 4회 운행한다. 요금은 3만7,100원. 해남터미널에서 대흥사 가는 농어촌버스는 하루 18회 운행한다. 20분이 소요되고 성인 1,000원이다.

숲길 걷다가 장춘계곡에서 시원한 탁족 놀이

바다와 산을 두루 갖춰 볼거리가 넘치는 해남에서 이 시기에 장춘계곡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장춘계곡은 대흥사의 관문이자 두륜산 가는 길목이다. 그늘 짙은 숲은 사계절 내내 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지명도 ‘봄이 오래 머무는 곳’, 장춘(長春)이다. 무엇보다 무더위를 잊을 만큼 계곡 물이 시원하고 경치도 빼어나다.

한국일보

장춘계곡 숲길 산책로. 걷는 내내 그늘이다.

한국일보

대흥사 부도전 옆 장춘계곡.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이 맑고 차다.

산책로로 들어서자마자 삼나무, 측백나무, 동백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터널을 이룬다. 나무 그늘에서 쏟아지는 피톤치드와 청명한 물소리에 마음이 상쾌해진다. 장춘계곡의 명소는 모두 세 곳. 첫 번째는 캠핑과 차박 성지로 불리는 홍류교(제4장춘교)와 망화교 사이 옛 주차장이다. 넓은 터에 맑은 공기, 깨끗한 계곡,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진 곳이다. 두 번째는 영화 ‘장군의 아들’ ‘서편제’ 촬영지인 전통 숙박 유선관 일대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수목이 촘촘해 여름에는 특히 그늘이 짙다. 세 번째는 부도전 옆 계곡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의 장소다. 깊은 골짜기를 흐르는 작은 물줄기가 산수화처럼 비경이다. 계곡에 발을 담그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다. 대흥사 초입 조암교에서 부도전까지는 약 2km 거리다.

천년 고찰 대흥사는 현판 경연장

대흥사는 2018년 6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다. 서산대사가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三災不入之處), 만년 동안 훼손되지 않을 땅(萬年不毁之地)"이라 한 곳이다. 그의 의발(衣鉢)도 이 사찰에 보관돼 있다. 풍담스님부터 초의선사에 이르기까지 13명의 대종사, 만화스님부터 범해스님까지 13명의 대강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두륜산을 배경으로 아늑하게 자리 잡은 해남 대흥사.

한국일보

대흥사는 당대 문필가들의 글씨 경연장이다. 무량수각은 추사 김정희의 친필이다.

한국일보

대흥사 대웅보전 현판은 원교 이광사의 친필이다.

두륜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풍광도 뛰어나지만, 당대 문필가의 다양한 필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대흥사만의 자랑이다. 대웅보전을 비롯해 침계루, 해탈문, 천불전은 조선 후기 동국진체의 최고 서예가 원교 이광사의 친필이다. 무량수각은 추사 김정희, 어서각은 추사의 제자였던 위당 신관호, 표충사는 정조대왕의 편액이다. 이 정도면 현판 경연장이자 서예 갤러리라 할만하다. 대흥사 입장료는 성인 3,000원.

한국일보

20여가지 버섯이 듬뿍 들어간 호남식당 자연산버섯탕.

한국일보

무선동 남도한옥민박 '자연스토리'의 꽃 그림 고무신.

저녁은 장춘계곡 초입 호남식당의 자연산버섯탕을 추천한다. 주인장이 직접 딴 20여가지 버섯을 아낌없이 넣었다. 국물 맛이 깊은 영양 만점 보약이다. 가격은 2인 35,000원부터. 숙소는 인근 무선동의 남도한옥민박으로 잡았다. 대흥사와 더불어 해남의 고풍스러운 멋을 더해주는 숙박이다.

두륜미로파크와 두륜산케이블카

다음날은 두륜미로파크를 찾았다. 서양측백나무, 동백나무, 이팝나무, 은행나무, 산벚나무를 식재해 미로를 만들었다. 한번에 싱겁게 길을 찾는 것보다 다소 헤매는 게 미로공원의 묘미다. 여러 번 시도하더라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일보

두륜산 입구의 두륜미로공원. 측백나무 향기가 진하다.

한국일보

두륜산케이블카 길이는 1.6km, 편도 8분가량 걸린다.

한국일보

두륜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상부 정류장 아래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미로공원은 두륜산케이블카 하부 정류장과 바로 연결된다. 산꼭대기로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보는 산세가 일품이다. 두륜산의 진짜 멋은 상부 정류장에서 고계봉(해발 638m) 정상에 이르는 ‘힐링로드’에 있다. 산정에서 아래쪽 평야까지 뻗어 내리는 산줄기가 수려하다. 고사목과 소사나무 군락 등 주변의 생태를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날씨가 좋으면 영암 월출산, 광주 무등산, 제주 한라산까지 보이고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호랑이가 걸터앉았다는 호준암과 솔개가 살았다는 솔개바위 등 기암괴석도 볼만 하다. 두륜미로파크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케이블카 이용료는 왕복 1만1,000원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여행 지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토·일·월요일 운행하는 해남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두륜산을 비롯해 해남의 주요 관광지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traintri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