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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언젠가는 꼭!...코로나 시대에 꿈꾸는 동화 같은 여행지

by한국일보

내 맘대로 뽑은 꿈의 여행지, 원더랜드 4선


코로나19로 해외여행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 국경을 틀어막은 나라가 많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했다 해도 절차가 까다롭다.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이런 판국에 기분 좋게 해외여행을 떠날 이들이 얼마나 될까. ‘언젠가’를 염두에 둔, 앉아서 꿈꾸는 여행이라면? 누구나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마는 꿈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으로 뽑은 이른바 ‘원더랜드’ 4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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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스머프 마을’이라 불리는 모로코의 셰프샤우엔에선 길고양이가 골목대장이다.

마음까지 파랗게 물든다, 모로코 셰프샤우엔(Chefchaouen)

새하얀 길고양이가 느릿느릿 골목을 누비며 여행자를 인도한다. 기우는 달빛이 걸린 자신의 집에 낯선 이방인을 선뜻 초대한다. 다디단 햇빛을 먹고 자란 아이의 웃음소리가 마음을 환히 밝힌다. 셰프샤우엔에선 마음까지 파랗게 물든다. 걷는 내내 눈을 비볐다. 마을은 어찌 하늘색 옷을 입었을까. 모기를 물리친다는 기능성 색상일까, 천국을 의미하는 상징 색일까. 아니면 단순히 여행자를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인가. 이유야 어쨌든 좋지 않은가. 자고 일어나 눈을 뜬 곳이 파스텔 색상의 천국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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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로 하늘을 재단했다. 이 정도 거리 풍경은 셰프샤우엔에선 보통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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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을 보자마자 도망치던 볼 빨간 맨발 소녀. 그들에게 동양인은 태곳적 호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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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도 아닌데 두꺼운 옷을 판다. 그냥 작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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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아도 무지개가 뜬다. 향신료가 만든 땅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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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마을’이란 표현 따위 식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난 하얀 가가멜을 보았다.

구석구석 동화 같은 골목, 포르투갈 신트라(Sintra)

신트라에 몸을 내린 순간 키가 작아진다. 능력은 커진다. 앨리스로, 피터팬으로, 혹은 팅커벨로 순식간에 탈바꿈하는 자신을 만난다. 도시 중심부는 19세기 낭만파 건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대자연의 품에 안긴 신트라성(城), 동화책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페냐성에만 이곳의 진가가 있는 건 아니다. 미로 같은, 길을 잃을수록 선명해지는 골목에 더욱 끌린다. 이곳에 반해 터를 잡은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에 들르거나 200년 전통의 타르트를 맛보는 것도 이 도시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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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라의 골목은 자체가 갤러리다. 방황할수록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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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차, 나무, 하늘, 땅. 자극적이지 않지만 자꾸 시선이 끌리는 신트라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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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더 허구적인 현실. 시인 바이런은 페냐성을 ‘에덴의 동산’이라 불렀지만, 너무 완벽해서 매력이 떨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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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는 물건인지 의문스러운 갤러리형 아틀리에. 불쑥 들어서서 나만의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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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라의 Fápica das Verdadeiras Queijadas da Sapa 카페는 1756년부터 타르트를 만들어왔다.

원시적인 청량감, 뉴칼레도니아 우베아(Ouvéa)

뉴칼레도니아 본섬에 비하면 땅보다 바다가 가까운 섬이다. 바다에 한눈을 팔며 스쿠터의 속도를 올리며 달린다. 우베아 여행지 1순위는 단연 물리(mouli) 해변. 딱히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물 색깔이다. 환상이라는 말로는 모자란다. 강제로 해탈의 경지에 내던져진 듯 충격적이다. 현지 주민인 카낙인의 아픈 역사처럼. 1988년 카낙인의 자유를 외친 19명의 용사기념비(Mémorial des dix-neuf)가 있다. 주변 야자수의 흔들림이 그들의 아우성처럼 유난히 거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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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칼레도니아 바다의 지존은 우베아의 물리 해변. '찰랑찰랑' 찬란함에 넋을 잃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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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다리 밑은 우베아 최고의 스노클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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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출연 구역(Trou aux Tortues)도 우베아의 명소다. 현지인의 다이빙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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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의 카낙 용사기념비. 프랑스로부터 독립하려는 카낙인의 의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헤세가 꿈꾸는 이상, 네덜란드 잔세스칸스(Zaanse Schans)

헤르만 헤세는 ‘여행은 꿈꾸는 이상을 찾아가는 것’이라 말했다. 어쩌면 잔세스칸스를 방문한 뒤였을지도 모르겠다. 바람 따라 도돌이표를 그리는 풍차와 함께 단순해진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남보다 더 잘 살아 보겠다고 이 악물고 달려온 인생에 빈 벤치를 내어준다. 이곳만큼 계절과 카메라의 기술이 완벽하게 무시되는 마을도 없다. 누가 언제 찍더라도 엽서에 오를만한 걸작이 탄생하고 마니까. 대표 관광지인 나막신과 치즈 공장의 기억도 아련하지만, 손때 묻은 현지인의 집 앞 정원이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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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도 거스를 수 없는 그림 같은 풍경. 풍차를 보기 위해 다리를 건너다 목적지를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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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다 둘이 보면 더 좋을 풍경, 자전거 탄 주민이 카메라 프레임으로 달려와 더더욱 좋았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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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풍차는 느리게 돌며 기러기 울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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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의 그림자도 이곳에선 봄꽃 못지않은 작품이다.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