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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011·017 번호도 역사 속으로…
"끝까지 버틸 것" 저항도

by한국일보

한국일보

SK텔레콤 2G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 시내의 한 SK텔레콤 매장에 서비스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SK텔레콤은 7월 6일부터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해왔으며 27일 0시를 기해 서울을 마지막으로 SK텔레콤 2G 서비스가 종료된다. 연합뉴스

'011'과 '017' 번호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2세대(2G) 통신 서비스가 24년 만에 종료된다. 01X 번호를 포기하지 못한 일부 이용자들은 "3G나 LTE, 5G에서도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7일 0시를 기해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서울 지역 2G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1996년 처음 2G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4년 만이다. 이날까지 010으로 번호를 바꾸거나 LG유플러스로 2G 번호이동을 하지 않는 기존 사용자들은 내년 6월까지만 기존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2G 가입 회선은 지난 6월 1일 기준 38만4,000개로, 이 중 개인 가입자 회선은 34만개 정도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G 서비스 종료를 신청한 SK텔레콤은 지난달 12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 전국 2G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해왔다. SK텔레콤은 당초 2G 서비스를 내년 6월까지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장비 노후화가 심각하고 부품이 부족해 더 이상 품질 좋은 2G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며 1년 앞당겨 서비스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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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011 가입자를 모집 중인 SKT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2년 시작된 정부의 '010 번호 통합 정책'으로 3G부터는 01X 번호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2G 서비스 종료는 사실상 01X 번호 소멸을 뜻한다. 앞서 KT는 2012년 3월 2G 서비스를 모두 종료했다. LG유플러스에는 올해 5월 말 기준 45만개 정도의 2G 회선이 남아있는데, 이 중 20만개는 기업 전용 회선이라 실질적 가입자 수는 2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알뜰폰에도 2만여 명의 2G 이용자가 남아있다.


반발은 만만치 않다. SK텔레콤만 해도 2G 이용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17년, 40%가량은 20년 넘은 가입자라 현실적 이유에서든 정서적 차원에서든 번호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 이들 중 400여 명은 SK텔레콤을 상대로 2G 종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의 기각 결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7,000명을 넘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헌법소원, 행정소송, 국민청원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2G 종료와 01X 번호는 기술적으로 별 상관이 없다"며 "우리는 3G나 LTE, 5G 통신에서도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01X 번호 종료 유예기간 동안 해당 가입자는 3G 이상의 상위 통신기술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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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1996년 처음 상용화한 2G 이동통신 서비스 '스피드 011'. SK텔레콤 제공

반면 번호 자원을 관리하고 있는 과기정통부는 단호하다. 휴대폰 번호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용 자원인 만큼 정책상 이유로 강제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010 통합 정책의 연속성과, 지금까지 01X를 010으로 바꿔온 다른 국민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할 때 01X 고객의 010 전환은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를 위해 18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정책 방향을 틀 수는 없다는 것이다.


01X 번호의 '마지막 보루' LG유플러스도 2G 서비스 종료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01X 이용자의 설 곳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상 이동통신 사업자는 주파수 기한 만료 6개월 전에는 재할당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터라, LG유플러스는 늦어도 올해 말엔 2G 서비스 종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가입자의 1~2% 수준인 2G 이용자를 위해 통신사가 수천억 원을 들여 주파수를 재할당 받고 노후 인프라를 유지 보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