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신밧드의 모험'처럼...
거칠고 짜릿한 오만에서의 '차박'

by한국일보

와디(Wadi)에서의 짜릿한 오토캠핑


오만은 억울하다. 한국인에게 오만은 ‘거만함’과 동의어다. 사막과 석유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미지의 땅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오만은 아라비아반도의 신사이자, ‘신밧드의 모험’처럼 흥미진진한 나라다.

한국일보

오만의 와디는 '신밧드의 모험'처럼 짜릿하다. 현지 어린이가 와디 오아시스에 풍덩 뛰어들고 있다.

한국일보

와디의 즐거움과 두려움을 온몸으로 표현해 보는 중.

지난해 이맘때 사륜구동 차량에 식량을 싣고 오만을 달렸다. 코로나 시대에 국내에서 유행하는 '차박'과 비슷하지만 좀 험악한 여행이다. 모래 카펫이 깔린 길을 날아올랐다. 안개 모자를 쓴 암벽을 타는 낙타의 우아한 자태에 넋을 놓았다. 와디(Wadi)의 위용과 기품 앞에선 경외심마저 들었다. 와디는 오토캠핑 여행의 벗이 되는 계곡이자 마른강이다. 지역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때론 건조기후가 빚은 자연의 조각을 만나고, 숨겨진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도 한다. 오만에서의 오토캠핑은 낭만적이고도 찌릿찌릿하다. 때론 끔찍하다. 무소의 뿔처럼 모래바람 속으로 나아가라.

한국일보

모래바람이 도로를 빗질하듯 쓸어간다. 두려운 마음도 거둬 갔으면.

한국일보

와디의 보통 풍경이다. 멀리 염소 떼가 지날갈 것 같은 길이 우리가 달려야 할 오프로드!

한국일보

저… 길 좀 비켜주시겠어요? 오만에서 낙타는 애완동물 수준으로 많다. 아스팔트 도로에서도 교통체증의 주범이다.

무조건 사륜구동 차량이어야 한다

와디 모험의 발이 되는 렌터카를 선택할 땐 기동성 있는 사륜구동이 필수다. 창자처럼 배배 꼬인 길이 많고, 때로는 45도 경사의 낭떠러지 자갈길을 올라야 한다. 자동차 광고처럼 골짜기에 고인 물을 힘차게 가르는 장면도 자주 연출된다. 안전상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출입을 거부하는 와디도 있다. ‘닥치는 대로’ 취향이라면, 차에서 취침할 경우를 대비해 에어 매트리스가 들어갈 만큼 큰 차가 좋다.


우선 수도 무스카트 공항의 렌터카 회사에서 발품을 판다. 물가가 만만치 않은 오만에선 협상만이 답이다. 행선지를 미리 밝혀야 한다. 와디에 간다고 하면 아예 차량을 빌려주지 않는 업체도 많기 때문이다. ‘One Car Rental’은 와디 출입이 가능한 사륜구동 차량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협상 가격을 먼저 제안하는 친절한 업체다.

한국일보

진정 이 길이 맞을까? 의구심이 들 무렵, 실망하지 않은 무언가가 나타난다.

한국일보

가령 이런 오아시스가 '짠!' 나타난다. 이슬람 국가이기에 여성의 경우 비키니는 배낭에 넣어둘 것. 그냥 옷을 입고 풍덩!

한국일보

사륜구동 차량조차 물귀신에게 잡히는 경우가 있다. 골짜기의 자갈길에 빠져 동네 어르신과 기술자를 불러 모았던 우리의 SOS 현장.

한국일보

커브 길에는 어김없이 사고 위험을 알리는 폐차 실물이 버려져 있다. 사진보다 효과는 천만 배.

한국일보

와디 여행의 훈장과 같은 차량 뒤태. 모래 먼지에 번호판 인식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오만 여행의 바이블 '오만 오프로드(OMAN OFF-ROAD)'

와디로 들어간다는 건 잠시 세상과 이별한다는 의미다. 휴대전화가 수시로 끊기는 가운데, 이 길이 맞나 싶은 암벽과 모래와 마른 나무가 미로처럼 연결된다. 대중적인 여행 바이블로 론리플래닛이 있다면, 오만의 오토캠핑 바이블은 단연 ‘오만 오프로드(OMAN OFF-ROAD)’다. 양장본의 사진집 형태여서 다소 거추장스럽지만, 오만의 오지에선 튼튼한 동아줄이다. 지역별 와디 코스와 GPS, 특징 및 모험 강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단 한가지 결점이 있다면 중급 탐험가를 대상으로 쓰여졌다는 것. ‘쉬운 드라이브 코스’라 표기한 곳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들었고, ‘즐겨라’라는 말만 믿고 차를 몰았다가 위험에 처한 적도 있다. 즐거움과 두려움은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려던 걸까.


‘오만 오프로드’는 무스카트 공항의 상점에서 살 수 있다. 사전 준비 없이 왔다 하더라도 이 책만 있으면 현지 여행 계획을 짜는 데 문제가 없다. 여행 동선이 잘 짜인 친절한 오지 안내서로, 여러 탐험가의 헌신에 감사할 정도다.

한국일보

오만을 여행할 땐 이 안내서의 구매를 주저하지 말 것. 물과 동급인 오만 여행의 필수품이다. 냄비 받침대로도 좋다.

한국일보

출발과 끝지점을 명기한 와디별 정식 루트와 여행자 스스로 개척해도 좋을 응용 루트를 동시 제공한다.

한국일보

맵스미(maps.me) 앱을 병행해 사용해도 좋다. 외계 행성이 아니라 지구의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룰루(Lulu) 하이퍼마켓에서 ‘룰루랄라’ 쇼핑

와디는 무(無)의 세계다. 상점 따윈 없다. 여행 첫날 생존을 위한 쇼핑은 필수. 물은 되도록 충분히, 비상식량은 유통 기한이 긴 캔 종류가 좋다. 야외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를 대비한 화장지, 캠핑용 버너와 식기류도 필요하다.


렌터카를 수령했다면 첫 목착지를 무스카트 시내의 대형마트인 ‘룰루 하이퍼마켓’으로 잡을 것. 한 번 쓰고 버릴 만한 가성비 좋은 캠핑 장비를 잘 갖춰두었다. 야외 취침의 가능성은 두 가지로 잡는다. 차 안의 에어 매트리스와 차 밖의 텐트에서다. 더위와 습기와 벌레와 야생동물의 뜻하지 않은 습격으로, 자주 차 안으로 대피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한국일보

무스카트의 룰루 하이퍼마켓. 오마니(Omani, 현지인)의 차림새 및 분위기도 탐지한다.

한국일보

벌레 퇴치제 및 예방 스프레이도 챙긴다. 그 외 빠뜨리기 쉬운 필수품은 필자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목록(https://shorturl.at/htBEZ) 참고.

반(半) 오토캠핑으로 체력을 충전한다

야외 취침은 물론 공짜다. 호주의 사막형 오지와 달리 오만의 와디엔 별도의 캠핑장도, 캠핑 금지 구역도 없다. 차를 멈추면 그곳이 바로 별이 쏟아지는 호텔! 대신 양보해야 할 것은 숙면과 안정된 식사다. 오만은 바람의 나라다. 흑설탕 대신 모래 섞인 커피를 마시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일쑤요, 비바람에 텐트와 함께 공중부양의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컨디션을 면밀히 체크해가며 호텔 투숙과 병행해 볼 것. 오만엔 부엌이 딸린 아파트 형태의 호텔이 흔하다. 사서 고생도 정도껏. 여행 중엔 스스로 몸을 아끼는 게 경비를 아끼는 거다.


오만의 숙소 예약은 ‘부킹닷컴’이 강자다. 와디 근처의 숙소는 대부분 15~20리알(4만7,000원~6만2,000원) 선이다. 그보다 비싼 숙소만 검색된다면 예약을 하지 말고 숙소로 가서 직접 가격 협상을 하거나 현지인에게 물어 보는 게 낫다.

한국일보

우리의 첫 야외 취침. 밤사이 폭풍급 비바람이 불어 차 안으로 피신했으나 텐트는 실종되었다.

한국일보

오늘 안에 한 입이라도 먹을 수 있을까? 와디의 바람은 버너의 불을 촛불처럼 꺼뜨렸다.

한국일보

와디 주변의 호텔. 꽃무늬 벽지와 커튼에 부엌, 거실까지 갖춘 풀옵션 아파트 수준이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