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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청소아재'로 연 인생 2막... "중견기업 월급보다 더 벌어요"

by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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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수씨가 10일 서울 면목동의 입주아파트에서 조명을 닦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해수(61)씨는 약 30년간 중견기업에서 자금을 다루는 행정지원 업무를 하다 6년 전 퇴직했다. 그리고 평소 생각만 하던 청소업계에 직접 뛰어들었다. 지금 그는 청소기업 'e상큼한나라'의 대표이자 그 스스로가 현장에서 직접 청소 전문가로 일한다. 청소를 하는 방법조차 정확히 몰랐던 그였지만, '청소아재'로의 변신은 성공이었다.

중견기업 직원에서 '청소부 김씨'로

인터뷰를 위해 김 대표를 만난 10일은 그가 하루에 두 곳 청소를 하는 바쁜 날이었다. 오전은 김포에서, 오후는 서울에서 각각 입주 전 아파트 청소를 했다. 그는 "고객의 요청이 꾸준히 들어온다. 부르면 간다"고 말했다. 때로는 상황이 맞으면 수도권 밖에서 오는 업무 요청도 받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본래 직장에서 일할 때부터 청소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 청소업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건 퇴직 직전 앞날을 고민하면서였다. "지금까지 제가 해 온 경리 업무 대부분은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고, 은퇴 후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힘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일을 하고 싶었고, 전문적으로 청소를 할 줄 알면 일거리는 계속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나이 먹어서 새로 배우는 기술이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 처음엔 청소 관련 학원을 다니며 전문적인 기술을 익힌 후, 혼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 몇개월은 일거리가 없었다. 주로 다른 청소업체의 직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을 배웠다. 이 시절 만난 사장님들은 모두 자신보다 젊었다. "나이 많아서 그런지 일을 받기는 쉽지 않았어요. 이해는 가죠. 아무래도 젊은 사람에게 청소를 맡기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래도 일을 할 기회를 받으면 열심히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김 대표를 직접 원하는 일거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청소업계에서 영업은 입소문이 한다"고 했다. 깔끔한 청소에 만족한 고객들이 "다른 사람에게 꼭 소개해야겠다"고 하면 그날 업무는 최고의 성공이다. 그는 '숨고'라 불리는 청소 매칭 플랫폼에서도 예약 문의를 받는다. 최근 '더클린박스'라는 새 플랫폼에도 추가로 등록했다. 플랫폼에선 입소문 대신 별점과 후기가 그의 성실함을 보증한다.

"지금 상태라면 70대에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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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업계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연 김해수 'e상큼한나라' 대표가 10일 서울 면목동 입주청소 현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요즘 청소업계는 경쟁이 치열하다. 수요도 많지만, 업체도 워낙 많아졌다. 그래도 김 대표는 지금 업무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했다. 6년이 지나는 동안 노하우가 쌓이고, 직원도 채용할 수 있게 되면서 돈벌이도 퇴직 직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보다 조금 더 벌 수 있게 됐다. 필수 생활비와 지금을 위한 소비에 더 먼 노후를 위한 저금까지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돈을 위해서 일하는 것만은 아니다. 청소 자체가 그에겐 상당히 매력이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지금 하는 일이 굉장히 좋아요. 재밌고 즐겁습니다. 예전 일이 아무래도 돈 가지고 씨름하는 일이다 보니 항상 부담이 컸고, 스트레스가 상당했죠. 회사는 늘 돈이 필요하고, 그 필요한 곳에 들어갈 자금을 마련해야 했어요. 오늘이 끝나도 내일을 고민해야 했고, 휴일이 와도 다음 일이 걱정이니 쉬는 것 같지가 않았어요. 지금은 일을 하게 되면 그날로 일이 마무리가 되죠. 내일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그저 지금 눈앞에 둔 청소를 최선을 다해 하면 됩니다."


또 하나 만족스러운 것은 좋은 고객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항상 고생하신다면서 마실 음료를 가져와 주시고, 저녁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을 뵈면 감사하고 보람차죠."


청소는 몸을 쓰는 일이니, 몸은 전보다 고단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건강은 더 좋아졌다. "이 일을 시작하고 첫 해 여름에는 8~9㎏ 정도 빠졌어요.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던 겁니다. 요즘은 2~3㎏ 빠지는 정도입니다. 팔 근육도 생겼고요. 이 일 자체가 체력이 뒷받침이 돼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지금 상태라면 70대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을 서서히 줄여 가면서 하면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생 2막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말을 달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일단 도전해야 하고, 도전한 후에는 진심으로 노력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고 했다. "예전에 등산을 많이 다녔는데, 정상이 얼만큼 남았나 거리를 재면 산을 오르기 힘들지만, 그저 한 발 한 발 올라가다 보면 저절로 정상에 오르게 됐어요. 우선 시작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엔 하늘이 이끌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