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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50대 주부에 앱쇼핑 요청했더니… "생각도 못한 질문이 쏟아졌어요"

by한국일보

5060, 온라인 쇼핑 시작했지만 앱 디자인 등 걸림돌

롯데, 중장년 등 고객 대상 '사용성 테스트' 이색 실험

한국일보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쇼핑 사무실에서 전자상거래(e커머스) 사업부문 직원이 고객 민모(57·오른쪽)씨에게 '롯데온' 에서 수행할 미션을 알려주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아휴, 화면이 왜 이렇게 어지러워" "결제수단 관리? 처음 듣는데" "회원할인은 뭐예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쇼핑 사무실 한쪽 5평 남짓한 방에서는 쉴 새 없는 '질문 폭격'이 이어졌다. 마주앉은 롯데쇼핑 직원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57세 주부 민모씨. 카메라에 담긴 민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생중계 되는 옆방에선 7명의 롯데 직원들이 한 장면이라도 놓칠새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롯데의 온라인쇼핑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롯데온'을 켠 채 방황하는 민씨의 손가락 위치부터 질문 내용, 때로 터지는 푸념 섞인 불만까지 빠짐없이 적어 내려가던 직원들은 종종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저건 생각지도 못했네."


민씨는 롯데쇼핑이 이용자 시각에서 롯데온 앱의 문제를 짚어보려 시행 중인 '사용성 테스트(UTㆍUser-ability Test)' 참여 고객이다. 고객에게 할인 받기, 무료배송 선택하기, 결제 옵션 변경하기 등 미션을 주고 이를 잘 수행하는지 관찰하는 게 UT의 주요 내용인데, 이날 테스트에선 민씨와 같은 50대 고객이 겪는 문제들이 여럿 발견됐다. 살 물건을 직접 검색하지 않고 메뉴 카테고리를 하나씩 타고 들어가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기본이고, 가입비 전액 할인과 같은 '꿀정보'를 보지 못하거나 적용할 줄 몰라 놓치기 일쑤였다. 젊은이라면 직관적으로 알아챌 아이콘이 중장년에겐 통하지 않는 일도 다반사. 상품 이미지 아래에 화면을 옆으로 넘기라는 뜻의 동그란 점들을, 민씨는 연신 손가락으로 누르며 "안 들어가는데요?"라고 되물었다.

5060엔 아직 낯선 언택트 시대

유통업계에서 '5060세대 디지털 포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유통망 확대 추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매 역할을 하면서, 시장 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의 '큰손'인 중장년층이 온라인 채널에 대거 진입하는 상황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업계에선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대라는 시류를 의식하면서도 새로운 거래 방식을 여전히 낯설어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현 상황을 비즈니스 기회로 살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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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온라인 쇼핑 경험 비율과 상위 앱 4개. 10위권으로 넓히면 50대, 60대의 경우 10~30대에서는 순위에 포함되지 않은 CJ몰(50대 9위), 롯데홈쇼핑(60대 9위), 홈앤쇼핑(50대 7위ㆍ60대 5위) 등이 포함돼 있다.

23일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용소비재(구매 주기가 짧은 소비재) 부문에서 온라인 쇼핑을 새로 시작한 소비자는 전년 동기보다 19.6% 늘었는데, 신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50대(24.9%)와 60대(29.2%)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연령대에서 온라인 쇼핑을 경험해본 비중은 50대 54%, 60대 34.6%에 불과했다. 그간 오프라인 쇼핑에 치중했던 5060세대 고객이 온라인에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비대면 쇼핑을 경험해보지 못한 비중도 각각 46%, 65.4%에 이르는 것이다.


5060세대는 온라인 구매에 대해 물건을 직접 만져볼 수 없어 신뢰할 수 없다거나, 교환 및 환불, 본인인증, 결제수단 변경 등의 절차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복잡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다양한 앱을 취사선택하는 젊은층과 달리 5060세대는 앱 선택 폭도 좁다. 닐슨코리안클릭의 연령대별 이용 쇼핑 앱 조사에서 10, 20대는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패션이나 화장품 특화 전문쇼핑몰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반면 50대 이상은 홈쇼핑 등 기존 이용 채널의 앱 버전이나 여러 품목을 한데 파는 종합쇼핑몰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도 언택트 혜택 누려야 시장 확대"

발빠른 업체들은 이들을 단순히 앱 이용자로 끌어들이는 수준을 넘어 앱에서 제공되는 혜택과 편의성을 제대로 누리도록 해야 구매력 높은 온라인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의 UT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롯데는 이런 심층적 고객 조사를 토대로, 롯데온에서 영문 브랜드 이름 등을 정확히 입력하지 않아도 상품이 나오도록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뒤로가기' 버튼이나 간편 로그인 등 잘 보이지 않는 버튼을 부각하는 디자인 개선 등을 추진했다. 덕분에 롯데온의 월간 매출 중 5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월 8.9%, 6월 9.6%, 7월 10.1%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젊은이에겐 쉬워 보이는 가입이나 해지, 혜택 확인 등이 나이대가 높은 고객에겐 어려울 수 있다"며 "지금은 주로 문제점을 발견하는 사후 검증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새롭게 선보일 기능을 다양한 연령대에 맞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검증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