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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그렇구나! 생생과학]

전기차를 더 친환경답게...달리면서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

by한국일보

최근 모든 친환경차에 장착 추세

연비 효율의 3분의 1 수준 담당

고속열차ㆍ아파트 승강기에도 적용

경주용 전기차 오래 달리려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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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경주 대회 '포뮬러E '에 출전하는 레이싱카에 장착된 전기모터 회생제동 시스템 이미지. BMW 제공

하이브리드카(HEV), 전기차(EV), 수소전기차(FCEV) 등 친환경차 속성 중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효율성이다. 적은 에너지로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높은 효율성을 갖춰야 연료 소비를 줄이고, 결국 친환경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에너지 관리 시스템, 차체 경량화 등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달리면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회생제동' 기술까지 개발돼, 모든 친환경차에 장착되고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친환경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제동력(운동을 조절하거나 멈추게 하는 힘)을 전력으로 바꾸는 장치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통적인 제동 시스템은 관성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돼 달리 활용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친환경차는 구동을 담당하는 전기모터를 발전기 삼아 에너지 변환이 가능하다. 핵심은 관성에 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모터가 역방향으로 돌게 되고, 차량이 달리면서 발생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력은 내부 코일을 이용해 배터리에 저장됐다가, 모터 등 차내 전기 기기에 재사용된다.


회생제동 기술은 친환경차 연비 효율의 3분의 1 수준을 담당한다. 급가속시 1,000㎾ 전력이 순간 공급되는 일부 고성능 전기차의 경우 제동할 때 300~400㎾ 전력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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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제동 시스템이 장착된 전기차용 전기모터 단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회생제동 시스템은 1960년대 미국 자동차 제조사 '아메리칸모터스(AMC)'에서 처음 고안하고 설계했다. 이 기술은 자동차보다 전철 등 철도차량 부문에 먼저 적용됐다. 전철의 구동용 전동기에서 발생한 전력을 전차선을 통해 인근에 운행 중인 차량으로 보내거나 변전소로 반송했다. 고속열차의 경우 사용하는 소비 전력의 10% 정도가 인근 열차에서 회생제동을 통해 보내온 전력이다. 심지어는 요즘에는 대부분의 아파트 승강기에도 회생제동의 원리가 적용돼 승강기 전력 사용량의 20~40%를 절감한다.


최근 회생제동 시스템은 모터 스포츠와 고성능 전기차에도 필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경주대회 '포뮬러E'에 출전하는 레이싱카에 회생제동 시스템이 들어간다. 레이싱카의 브레이크는 극한의 주행 환경 속에서 섭씨 1,000도를 오르내린다. 그래서 브레이크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보통 경주용 차에는 엔진과 변속기에 부하를 걸어 속도를 줄이는 엔진브레이크를 별도로 단다.


엔진이 아니라 모터로 움직이는 경주용 전기차에선 회생제동 시스템이 바로 엔진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브레이크 대신 속도를 줄여주면서 모터에서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회수해 재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경주용 전기차가 회생제동 시스템 없이 배터리 전력으로만 달리면 트랙에서 30분을 채 버티기 어렵다. 고출력 포뮬러E 레이싱카가 트랙에서 30분 넘게 거뜬히 달릴 수 있는 비결이 바로 회생제동 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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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산에 성공한 '전자식 통합 회생제동 시스템(iMEB)'. 현대모비스 제공

초기 회생제동 시스템은 유압 충진 탱크를 활용한 '압력 공급부'와 전체를 통제하는 '자동 제어부'로 나뉘어 구성됐다. 이 같은 분리형 시스템은 부피가 크고 중량도 많이 나가는 단점이 있다. 전장기업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8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들 단점을 해결한 '전자식 통합 회생제동 시스템(iMEB)' 양산에 성공했다.


iMEB는 회생제동 시스템 중 가장 진보한 형태로 평가 받는다. 유압 충진식 압력 공급부를 모터를 적용한 전동식으로 대체했고, 서로 분리됐던 압력 공급부와 자동 제어부를 일체화했다. 또 전방 추돌을 방지하는 등의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뿐 아니라, 당기는 대신 버튼만 누르면 되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기능까지 통합 적용했다.


그 결과 iMEB는 세계 시장의 주요 제품들보다 제동 응답성을 13% 높이고, 중량을 5% 낮출 수 있었다. 실제 iMEB가 적용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의 에너지 회수율은 85%에 달한다. 또 iMEB는 각종 부품을 통합해 생산 원가도 기존 분리형 시스템 대비 30% 줄였다. 덕분에 이를 장착한 전기차는 긴급 제동 거리가 줄고 연비가 개선되며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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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회생제동 시스템 'iMEB'가 장착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FCEV) '넥쏘'. 현대차 제공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제동장치 분야에서 후발주자였던 현대모비스는 iMEB 연구 과정에서 특허 109건을 국내외에서 출원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기존 회생제동 기술보다 제어 성능이 더 좋은 전자식 통합 회생제동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