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도 고도 근시에 날파리증 생기면 ‘망막박리’ 의심해야”

[라이프]by 한국일보

[전문의에게 듣는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한국일보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젊은 고도 근시 환자가 크게 늘면서 주로 노화 떄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망막박리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대학생 이모(22)씨는 몇 주 전부터 눈앞에 까만 날파리가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오른쪽 눈의 시야 위쪽이 흐려지더니 잘 보이지 않아 안과에서 ‘망막박리’를 진단받아 곧바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우리 눈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떨어져 나와 들뜨게 되는 망막박리는 즉시 수술해야 하는 응급 질환이다. 방치하면 안구가 위축되거나 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망막 질환 치료 전문가’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우 교수는 “망막박리는 대부분 노화에 따른 유리체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지만 점점 10~2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이 생기고 있다”며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눈앞이 번쩍거리는 광시증(光視症)이나 날파리증(비문증) 같은 증세가 생겼다면 즉시 안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망막박리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우리 눈에는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되는 망막이 있다. 마치 종이처럼 얇은 신경조직으로 안구의 뒤쪽 내벽에 벽지처럼 붙어 있다. 망막에서 색깔과 사물을 구별하고 시력을 나타내는 중심 부분을 ‘황반(黃斑)’라고 한다. 황반 이외의 망막은 주변부를 볼 때나 어두운 곳에서 볼 때 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안구 내벽에 붙어 있어야 할 망막이 벽지가 떨어지듯이 안구벽으로부터 떨어져 들뜨게 되는 상태가 ‘망막박리(網膜剝離)’다. 망막에 구멍이 생겨 안구 내액이 망막 아래로 흘러들어가 망막 시세포와 내망막층이 분리되는 병이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눈앞에 작고 까만 물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ㆍ날파리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비문증은 눈 속 유리체에 부유 물질이 생기는 것이다. 여러 개가 보일 수 있으며 갖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날파리ㆍ하루살이 같은 곤충, 점, 동그란 반지, 아지랑이, 실오라기 같은 줄 등 다양한 모양이며 수시로 변하기도 한다. 빛이 번쩍거리는 듯한 광시증이나 검은 커튼을 친 것처럼 시야가 까맣게 변하는 시야 장애, 시력 저하 등이 생기기도 한다. 갑자기 시력 저하가 나타나면 대부분은 안과를 찾아 응급수술을 받고 회복한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시력 저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치매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고령 환자는 이를 방치하다가 실명하기도 한다.”


-망막박리는 왜 생기는가.


“주원인은 노화와 고도 근시다. 노화로 인해 망막과 수정체 사이에 투명한 젤리 형태의 유리체가 수축되면서 수분과 섬유질로 분리되는 ‘유리체 액화’ 현상이 생겨 발병한다. 유리체 액화가 생기면 유리체가 수축하며 유리체-망막 접합부를 유리체가 강하게 잡아당겨서 망막에 구멍이 뚫린다. 이 구멍을 통해 안구 내 액체가 망막 아래 공간으로 이동하며 망막이 내벽에서 떨어지게 된다. 20~30대 젊은 층에서도 고도 근시로 인해 망막박리가 늘고 있다. 50세 미만의 젊은 망막박리 환자에게서 고도 근시 비율이 50~60%, 근시 비율은 90%로 상당히 높았다. 근시가 심할수록 안구 길이가 길어져 망막이 얇아지는데 근시가 유리체 액화 현상을 유발해 망막박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도 가려움증으로 눈을 자주 세게 비벼 망막박리가 잘 생긴다.


눈에 충격을 가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안구가 직접 충격을 받으면 급격한 유리체 견인에 의한 망막 열공이나 박리가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20대에서는 남성 망막박리 환자가 훨씬 많은데, 이는 외상과 관련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구기 종목이나 권투ㆍ격투기 등의 스포츠를 할 때는 고글이나 헬멧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인가.


“망막박리가 국소적이며 망막 중심부인 황반부를 침범하지 않았으면 레이저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망막박리가 광범위해서 황반부를 침범했으면 반드시 수술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다. 수술법은 ‘공막돌륭술’과 ‘유리체절제술’ 등 두 가지가 있다. 공막돌륭술은 안구 외부에서 실리콘 스펀지로 눈을 눌러 주거나 실리콘 밴드로 안구를 조여서 망막에 생긴 구멍을 막는 수술이다. 유리체절제술은 안구 내부의 유리체를 제거한 뒤 레이저로 구멍 주위를 막고 가스를 넣어 망막을 제자리로 돌리는 수술이다. 망막에 생긴 구멍이 잘 막히면 망막이 다시 안구 내벽의 제자리에 붙고 안구를 유지하면서 시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환자 나이와 망막박리 양상에 따라 수술법을 택한다. 중요한 것은 가급적 빨리(1주일 이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수술을 받을 때에는 정확한 검사가 중요하다. 여러 검사로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시력 회복 가능성 정도를 확인한 뒤 수술해야 한다. 황반부가 떨어지기 전에 수술해 망막을 붙이면 정상 시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황반부가 떨어진 뒤에 병원에 오는 환자가 상당히 많다. 이때는 수술 전까지 망막이 더 이상 떨어지는 것을 막고 들뜬 망막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물론 수술 후에도 망막이 잘 붙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수술 후 1~2개월 정도는 전보다 시력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망막이 안구 내벽에 잘 붙으면 1~2개월 후부터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떨어졌던 망막이 아무리 잘 붙는다 해도 수술 전과 같은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당뇨병이나 포도막염 등을 같이 앓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수술 후 10% 정도에서 망막박리가 재발해 다시 수술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2020.09.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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