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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월세 두 배 안 올리면 들어와 산다는 집주인...세입자 A씨의 선택은

by한국일보

한국일보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A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년 더 계약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7월에 새 임대차법이 도입되자 집주인이 갑자기 "들어와서 살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공인중개소에 알아보니 "집주인이 들어와 살 생각은 없다. 월세를 규정(5%)보다 더 올려달라는 의미다"라고 귀띔해줬습니다.


현재 A씨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주고 있습니다. 전월세 상한제가 포함된 임대차법 개정에 따라 기존 계약갱신의 경우 월세는 5%(2만원)만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주택들의 월세 시세는 80만~90만원 수준입니다. 중개업소 말로는 집주인은 월세를 최소 두 배는 더 올릴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집주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 임대차법에 따라 세입자 동의 없이 5% 이상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면 '위법'입니다.


실거주를 하겠다는 말이 '공갈'이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자신 혹은 직계존비속이 2년 간 실거주 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금액의 손해배상 책임이 따릅니다.


A씨는 집주인이 고집을 꺾지 않자 결국 '법대로'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막막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는 걸까요.

소송을 피하고 싶다면 먼저 '조정신청' 을

우선은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제도는 소송보다 적은 비용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조정 서식을 다운로드 받아 작성한 후 접수를 해 상대방이 수락을 하면 조정절차가 개시됩니다. 지역마다 설치된 분쟁조정위원회는 조사와 심의, 조정을 거쳐 조정안을 작성하게 됩니다.


이 결과를 상대방이 수락한다면 조정이 성립됩니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60일 이내'가 원칙입니다. 무료 서비스는 아닙니다. 신청인이 조정으로 주장하는 이익의 값(반환 받을 보증금액 등)에 따라 1만~10만원까지 나뉘어 있습니다. 이익의 값이 1억원 미만이면 수수료가 1만원이고, 10억원 이상이면 1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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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거부하면 조정 절차 '불가'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위에도 썼지만, 상대방이 조정신청을 처음부터 거부해버리면 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법원에 가서 민사소송(손해배상 청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A씨 사례의 경우 현재까지 벌어진 일만으로는 승소 가능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손해배상책을 면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중에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한 것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소송을 할 수 있겠지만,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죠.


다만 나중에 집주인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소송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 반드시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밝혔다는 '근거'를 확보해 둬야 합니다. 구두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의 방법이 가능한데, 정부는 내용증명 우편 등 증거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권고합니다.

가능한 합리적 '절충안' 찾아야

이런 복잡한 상황들을 생각하면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주인과 합리적인 절충안을 모색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월세를 5% 이상 올리는 대신 신규계약을 한 것으로 합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월세를 50만~6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신규계약으로 합의를 한다면, 임대인은 상한가가 적용된 금액(42만원)보다 높은 월세를 받고, A씨는 살던 집에서 계속 살면서 2년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세입자 입장에선 2년 후 집주인이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사전에 분명한 합의를 해두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