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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누가 호구 잡혔나' 군 부대와 치킨집 사이 배달비 논란

by한국일보

공군 부대·치킨집, 배달비 문제로 설전

과거 125만원어치 공짜 치킨 논쟁까지 재소환

공군 본부 "원만한 문제 해결 위해 사실 확인 중"

한국일보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배달 대행 기사가 점심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한 공군 부대 측과 치킨집 사장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촉발된 배달 문화와 군 부대란 특징 때문에 이목이 쏠렸는데요. 12일 오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폭발력은 대단했습니다.


군 부대와 치킨집 사이의 설전배달비 시비가 발단이 됐는데요. 군 부대 소속 병사로 추정되는 A씨가 최근 배달 앱에 부대 근처 한 치킨집의 배달 서비스를 지적하는 리뷰와 함께 별점 테러를 남긴 게 논란의 씨앗이었습니다.


A씨는 배달 앱 리뷰에 " 군 부대라고 현금 1,000원을 더 달라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며 "부대가 산 위에 있거나 기사님이 오시기 힘든 곳이라면 당연히 지불해야겠지만, (우리 부대는) 도심 근처에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대가 도심에 있기 때문에 근처 다른 치킨집은 추가 배달비를 받는 곳이 없다며 이 가게만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고 문제를 삼았죠.

"군대라고 호구 잡느냐"며 별점 테러

한국일보

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치킨 배달 리뷰. 모 공군 부대 소속 인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부대 인근 치킨집에서 공지 없이 배달비를 추가로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이어 "계좌 이체로 보내주긴 했는데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난다"며 " 군 부대라고 돈을 더 받고 싶었으면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든가 사전에 명시도 없었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러면서 " 군 부대라고 호구 잡는 (치킨집이니 해당 가게에서) 절대 시키지 말라고 주변에 전해야겠다"며 "절대 비추천"이라고 적었습니다. 작성자는 별점 5점 만점에 1점을 주면서 "별 한 개도 아깝다"고 했죠.


작성자는 글을 올리면서 과거 해당 가게에서 단체 주문을 했을 때 가게가 유독 닭 가슴살 부위만 많이 넣었다며 항의를 해 환불받았다는 사례도 올렸는데요. 이번 배달비 문제뿐 아니라 해당 치킨집과 악연이 있었고, 이로 인해 감정이 쌓였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 시국에 갑질하는 군" 반격 나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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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모 공군 부대의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치킨 가게에 대한 혹평을 남기자 해당 치킨 가게 사장이 올린 반박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자 해당 치킨집 사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앱 리뷰에 반박글을 달았습니다. 사장 B씨는 "제가 추가 요금 1,000원이 있는 곳이 있다고 전화로도 말씀을 드렸다"며 "배달 기사님이 바쁜 탓에 잊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지만, 주의하겠다고 재차 사과드렸다"고 말했죠.


B씨는 부대 관계자 A씨가 언급한 과거 사례에 대해서도 다시 해명했습니다. 그는 "몇 달 전 주문하신 순살치킨이 60마리여서 많은 양을 조리해야 했고, (가게를) 인수받은 지 얼마 안 돼 포장에 미흡했던 점 인정한다"며 "저희 잘못에 대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드렸고, 그 이유로 양도 더 보내드렸다"고 했습니다. B씨는 당시 마리당 100g씩 추가했고, 치킨 한 마리를 더 준 것은 물론 치즈볼과 콜라를 서비스로 제공했다고 했습니다.


사장은 이전 사례와 함께 배달비 문제까지 거론하며 리뷰에 혹평을 남기자 지금같이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군이 '갑질'을 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도 했습니다.


B씨는 "지금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나라에서도 소상공인들에게 지원을 해주며 도움을 주는 시기에 공무원이시란 분들이 이 일로 저희를 상대로 본사를 들먹이며 협박했다"며 " 갑질하듯 이야기하셨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군 처벌해 달라" 靑국민청원까지 등장

한국일보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125만원어치 치킨 먹튀 갑질한 공군 부대'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B씨는 A씨의 '호구'란 표현에 대해 "호구 잡았다고 하셨죠. 대체 누가 호구인가요"라며 "125만원어치(몇 달 전 순살치킨 60마리 주문한 사례) 닭을 드리고 10원 한 장 못 받은 제가 호구인가요, 아니면 배달료 1,000원을 낸 공군 부대가 호구인가요"라고 반박했습니다.


B씨가 적은 마지막 표현, '125만원치 닭을 주고 10원 한 장도 못 받았다'는 표현이 대중의 공분을 일으킨 도화선이 됐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125만원어치 치킨 먹고 돈 한 푼도 안 낸 공군 부대', '치킨 60마리 먹고 한 푼도 안 낸 공군 부대'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5만원어치 치킨 먹튀(먹고 튀기) 갑질한 공군 부대'란 제목의 청원 글까지 등장했습니다. 작성자는 "갑질한 공군 부대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며 "강력 처벌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서 알 수 있듯이 공군 부대는 자영업자인 치킨집 사장의 호주머니에서 125만원을 꺼내 먹은 집단이 되어 누리꾼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배달비 논란은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죠.


누리꾼들은 해당 부대가 어디인지 찾아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는데요. 해당 부대는 한때 항의 전화 폭주로 업무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대 관계자 재반박 글에 상황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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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해당 부대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SNS에 재반박 글을 올리면서 상황은 반전됩니다. 60마리 순살치킨을 시켰을 때 치킨 상태가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해당 치킨집의 음식 조리 상태가 엉망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이 일로 해당 치킨집에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긴 것이고요. 관련 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확산했죠.


군 부대 관계자라고 밝힌 작성자들이 올린 반박 글을 종합해 보면, 복날 해당 부대에서 순살치킨 60마리를 단체 주문했는데 닭 비린내가 심해 먹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부 치킨을 먹은 부대원들은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치킨 상태가 심각해 해당 프렌차이즈 본사에 문의해 환불을 받았다고 했죠.


그러면서 당시 문제가 된 치킨은 본사로부터 납품을 받아 사용한 닭이 아니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치킨집 사장이 본사 치킨이 아닌 다른 치킨을 사용했다는 것이죠. 또 배달비 논란에 대해서도 배달 거리가 1㎞가 채 되지 않아 배달비를 추가로 받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장의 태도도 문제였다고 지적했죠. 부대 관계자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사장이 리뷰를 내려달라며 군부대 앞에 와서 '대대장 나와'라고 막말을 퍼부었다"며 "결국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돌아갔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군인이라는 이유로 욕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원만한 해결 위해 노력" 공식 입장 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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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이 12일 페이스북에 공군 부대 치킨 배달 논란과 관련해 올린 공식 입장 글. 공군 페이스북 캡처

누리꾼들은 이에 해당 가게와 군부대 양쪽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두 마리가 이상할 순 있어도 60마리 전체가 이상한 건 말이 안 된다", "사장이 이상한 치킨을 준 것 아니냐" 등 치킨집 사장을 지적하는 글부터, "치킨을 먹은 부대원 전체가 복통에 시달렸다는 건 병사 관리 소홀 문제인데, 그냥 넘어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왜 치즈볼과 콜라, 치킨 서비스를 받은 내용은 쏙 빼느냐" 등 여전히 부대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이래서 양쪽 입장 모두 들어봐야 한다"며 누구의 잘못이 더 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니 상황을 지켜보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다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세 가지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우선 단체 복통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는데 굳이 그 가게에서 또 치킨을 시킨 이유는 무엇인지, 또 부대 관계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치킨집 사장이 본사 닭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리고 부대와 치킨집 거리가 가깝다면 애초 추가 배달비 논쟁이 벌어질 이유가 없는 만큼, 양쪽 주장 모두 납득할 수 없다고 했죠.


논란이 커지자 공군은 페이스북에 "해당 부대는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사실관계 확인 중에 있다"며 "이후 해당 부대를 통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이은기 인턴기자 mate5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