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 wide] 지구상공은 이미 쓰레기 천지, 우주청소부 '승리호' 현실되나

[테크]by 한국일보

심각해지는 우주쓰레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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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새로운 영웅들이 탄생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개봉해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2092년 황폐해진 지구 위 우주 공간은 우주쓰레기로 가득 차고, '승리호' 선원들은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총알보다 열 배나 빠른 우주쓰레기를 주워 거대 하치위성으로 가져 간다.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의 우주청소는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우주쓰레기를 지구 밖 멀리 처리해내고 만다. '우주쓰레기 청소'라는 특이한 설정은 과연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현실이 된 우주쓰레기

지구를 둘러싼 우주공간은 이미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로 넘쳐난다. 최근 스페이스X와 원웹 등 민간기업들은 한 번 발사에 수십 대의 인공위성들을 우주에 뿌리고 있다. 1957년 이후 65년간 발사된 인공위성은 대략 1만여기. 2020년 한 해 동안 발사된 인공위성만 1,200여기다. 올 들어서도 2월 현재까지 벌써 240여기가 발사됐다.


인공위성 발사가 가속화되면서 우주쓰레기의 증가도 매우 가파르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나 우주발사체의 상단, 인공위성의 폭발이나 충돌로 발생한 파편들, 우주비행사가 놓친 공구들까지, 쓸모가 없어진 채 궤도에 남아있는 인공우주물체들을 우주잔해물(space depis) 또는 우주쓰레기(space junk)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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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합우주작전본부(CSpOC)에 따르면, 현재 지구궤도에 남아있는 인공우주물체는 2만2,200여개인데, 이중 운용 중인 인공위성은 16%인 3,800여기에 불과하다.(우리나라가 운용 중인 인공위성은 13기) 나머지는 다 우주쓰레기이다. 이것도 현재 기술로 추적 가능한 10㎝ 이상의 물체만 센 수치여서, 1㎝ 이상의 물체까지 포함하면 100만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명적 위협

우주쓰레기는 인공위성과 충돌 위험뿐 아니라 지구로 추락해 인간에게 직접 피해를 줄 위험성도 있다.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의 70%가량이 모여있는 저궤도(고도 200㎞~1,500㎞)는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위험이 가장 많은 영역이다. 저궤도에서는 총알보다 훨씬 빠른 초속 7.8㎞이상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름 1㎝에 불과한 우주쓰레기라도 인공위성이나 우주비행사와 충돌하면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만약 10㎝ 이상의 우주쓰레기와 충돌하면 인공위성이 완전히 파괴될 정도다.


지구 저궤도의 인공위성 수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인공위성끼리 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된 우주쓰레기 때문에 다시 충돌 위험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케슬러(Kessler)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경고는 이미 현실화됐다. 2009년 2월 10일 미국의 민간통신위성 이리듐33호와 우주쓰레기로 버려진 러시아의 군사통신위성 코스모스2251이 시베리아 790㎞ 상공에서 충돌했다. 이로 인해 2,400여개의 파편이 발생했고 운용 중인 인공위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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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일에는 우주쓰레기로 방치 중이던 8.5톤의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지구에 떨어졌다. 보통 인공우주물체가 대기권으로 떨어지면 대부분 소멸되지만, 전체 무게의 약 10~40%는 남아 지상으로 떨어진다. 톈궁 1호의 경우 1톤에 가까운 잔해가 지구로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는 최종 추락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우리나라도 우주위험경보를 발생했다. 다행히 톈궁 1호는 남태평양 바다로 떨어졌다.


우주 명당자리 선점을 위한 경쟁

우주공간이 아무리 넓다해도 인공위성이 자주 사용하는 궤도는 결국 한정돼 있다. 위성을 계속 쏘아 올리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기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주쓰레기를 치워야만 한다. 인공위성이 많아질수록 '명당'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인기있는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는 이미 포화상태다. 이곳에선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들이 '우주 무덤'이라 불리는 고도로 이동하고 그 자리를 자국의 인공위성에 물려준다. 선점한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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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개의 위성을 동시에 발사하는 초대형군집위성들은 저궤도 우주 영역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스타링크 위성은 고도 300㎞~550㎞에 이미 1,000여기가 자리 잡고 있고 추가로 1만2,000여기가 발사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아리랑위성 3A호가 고도 530㎞, 아리랑위성 5호가 고도 550㎞에 위치해 있으니, 스타링크와의 충돌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영국의 원웹은 총 3,000여기의 위성 중 110여기가 고도 750㎞~1,200㎞ 영역에 있다. 최근 승인된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도 3,200여기의 인공위성을 고도 590㎞~630㎞에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초대형군집위성의 증가는 우주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충돌 확률을 높이는 위험요소이다.


쓰레기, 어떻게 처리하나

'승리호'에서 선원 업동이는 작살로 우주쓰레기를 포획한다. 이것도 가능한 것일까.


현재 우주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완전 연소시키는 방법과 운용 중인 인공위성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 궤도로 옮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했을 때 스스로 폐기 기동을 하는 '임무후처리'(PMD, Post-Mission Disposal) 방식과, '승리호' 같은 청소용 위성을 보내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능동적 제거'(ADR, Active Depis Removal) 방식이다. PMD를 수행하려면 인공위성 설계 단계에서부터 임무 종료 시점을 고려해 궤도를 이동시킬 수 있는 추력기를 개발해야 한다. 스타링크 위성들은 PMD가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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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력기가 없는 우주쓰레기라면 PMD는 불가능하다. 이때는 청소용 위성을 보내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ADR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최근 스위스의 클리어스페이스나 일본 아스트로스케일과 같은 민간기업들이 ADR 방식을 사용한 청소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실험 단계인데, 청소위성이 지구에서 미리 우주쓰레기를 준비해 가지고 올라간 뒤 이를 모체 인공위성에서 떨어뜨리고 다시 잡아내 대기권으로 보내는 실험이다.


우주를 떠돌고 있는 '진짜' 우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주쓰레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아내야만 한다. 그래야 로봇팔이든 작살이든 우주쓰레기를 맞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청소위성도 결국 우주쓰레기로 전락할 뿐이다. 그런데 우주쓰레기의 움직임은 우주감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광학망원경이나 레이더를 이용한 상시 감시를 통해 우주쓰레기를 모두 찾아내야 한다. '승리호'가 수소폭탄을 찾아내 반경 5,000㎞밖으로 정확히 제거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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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비극' 피하려는 국제 노력들

우주는 개별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한정된 공유지다. 우주쓰레기에 대한 처리 없이 인공위성을 무작위로 발사한다면 결국 '공유지의 비극'이 돼 인류의 우주활동은 심각한 방해를 받게 된다. 다행히 국제사회는 보다 안전한 우주활동을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6월 UN 우주위원회에서는 우주활동의 장기지속가능성(LTS) 가이드라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우주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안’을 제정해 지속가능한 우주환경을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다짐했다. 우주쓰레기는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국제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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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우주활동과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우주위험에 대해 연구하는 우주과학자다. 연세대 천문대기과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을 개발했고,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소속으로 UN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COPUOS) 한국대표단으로 활동 중이다.




2021.02.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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