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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거꾸로 흐르는 '비단강' 따라 정겨움 휘감아 도는 비단 고을

by한국일보

적벽강에서 원골유원지까지...금산 구간 금강 드라이브

한국일보

금산 제원면 금강변 원골유원지에 최근 인공폭포가 설치됐다. 가파른 절벽의 기암괴석이 실제보다 웅장해 보인다.

금강(錦江)은 4대강 중 유일하게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강이다. 북쪽이 위쪽이라는 인식 지도에서 보면 거꾸로 흐르는 강이다.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 군산에서 서해로 흘러들기까지 충남과 충북, 대전을 거친다. 장수에서 군산까지 직선 거리는 80㎞ 남짓하지만, 북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약 400㎞를 곡류하며 중부 산간 분지를 적신다.


금강이 충남으로 처음 흘러드는 곳이 금산이다. 비단 고을을 흐르는 비단 물줄기다. 들머리부터 예사롭지 않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잠시 쉬어가듯 고요히 강물이 흐르고, 제법 넓은 모래사장을 부려 놓았다. 이름하여 적벽강이다. 붉은 벼랑 아래를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중국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벽대전에서 따온 명칭이라면 다소 과장됐다. 적벽강 풍광은 웅장하기보다 아담하다. 지역 주민들이 물놀이를 즐기던 곳인데 지금은 조용하게 차박을 하려는 이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다. 이곳이 호젓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상 금산 남쪽의 끝 마을이기 때문이다. 적벽강 상류에도 금산 땅인 부리면 방우리가 있지만 바로 가는 길이 없다. 방우리로 통하는 유일한 길은 무주에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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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부리면 금강변의 적벽강. 강 상류로 더 이상 길이 없는 끝 마을이어서 호젓하게 휴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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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강 바로 아래 수통리 마을 풍경. 제방을 따라 심은 미루나무가 정겨운 고향 풍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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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을 더해가는 적벽강 산자락이 잔잔한 강물에 비치고 있다. 비단 고을에 비단 강이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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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강 하류 수통리 마을 강변에서 여행객이 한가로이 차박을 즐기고 있다.

적벽강을 벗어난 강줄기는 수통리 마을을 크게 휘어돈다. 미루나무가 일렬로 늘어선 제방을 따라 걸으면 잊힌 옛 고향을 가듯 아련한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차량 1대 겨우 지날 정도로 좁은데, ‘적벽교’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1980년대 두 차례의 큰 홍수로 출렁다리가 떠내려간 지점에 세운 콘크리트 교량이니 주민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강 풍경은 어디를 둘러봐도 고요한데 바닥에 제법 큰 나무들이 옆으로 뉘어져 있다. 지난해 여름 폭우 때 상류 용담댐을 방류하면서 할퀸 수해의 생태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부리면 수통리에서 뱀처럼 휘어진 강줄기를 따라 가는 길은 수통대교, 무지개다리, 잠수교 등을 거치면서 제원면으로 이어진다. 고만고만한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라 번잡하지 않고 천천히 차를 몰아가는 길이다.


제원면은 금산에서 들이 가장 넓은 지역이다. 물줄기가 다시 한번 크게 휘어지는 천내리 들판에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용호석(龍虎石)이 지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용 모양의 석상과 호랑이 모양 석상이 약 100m 거리를 두고 세워져 있다. 고려 후기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피난한 공민왕이 자신의 묫자리로 표시한 석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공민왕이 다시 개경으로 돌아간 후 없던 일이 됐지만, 지역에선 용과 호랑이를 품은 지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징표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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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강 바로 아래 적벽교. 차량 한 대 겨우 지날 정도지만 주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교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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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제원면 들판의 호랑이 석상. 100m 떨어진 용 석상과 함께 고려 공민왕의 묫자리 표식으로 알려져 있다.

천내리를 통과한 금강은 자지산(467m)과 월영산(529m) 사이를 파고들며 다시 한번 절경을 빚는다. 오해 없길 바란다. 자지산(紫芝山)은 약초의 한 종류인 자줏빛 지초, 또는 영지버섯이 많이 나는 산이라는 뜻이다. 강 쪽으로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암벽이 형성돼 있어서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웅장한 느낌이 든다. 월영산은 ‘달을 맞이하는 산’이라는 뜻이니 이름만으로도 은은한 정취가 풍긴다. 바위봉우리 규모나 겉모습만 보면 ‘적벽’이라는 명칭은 이곳에 더 어울린다.


일대는 오래 전부터 원골유원지로 불려왔다. 산과 강이 비단을 펼친 듯 조화로운 곳이니 예부터 금산에선 놀기 좋은 장소였다. 주차장인 기러기공원에 차를 대고, 홍수 때면 물에 잠기는 낮은 다리를 건너면 자지산 자락으로 목재 산책로가 연결된다. 길은 산중턱까지 이어지지만 굳이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호젓하게 강 마을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공원에서 마주 보이는 암벽 중턱에 인공폭포를 설치해 웅장함과 시원함을 더했다. 폭포는 정오 무렵부터 2시간만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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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과 거친 바위산이 조화로운 원골유원지. 인공폭포가 설치된 산이 자지산, 뒤편이 월영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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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골유원지 산자락으로 산책로가 설치돼 있어 편안하게 강 마을 정취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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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골유원지 주차장에서 자지산 자락 산책로로 이어지는 잠수교. 차와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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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죽은 금강변 여행지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대표 음식이다. 식당에 따라 국수나 수제비를 넣는다.

원골유원지 주변 식당 메뉴에는 어죽이 빠지지 않는다. 금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갈아 양을 불린 대표적 서민 음식이 관광객을 겨냥한 별미가 됐다. 쌀과 함께 국수 또는 수제비를 넣기도 한다. 금산의 어죽에는 향신료로 소엽(자줏빛 깻잎)이 꼭 들어간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 적벽강을 출발지로 하고 원골유원지를 목적지로 입력하면 금산 읍내를 들러서 가는 큰 길로 안내한다. 인삼골오토캠핑장을 거치면 강 마을을 따라간다.


금산=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