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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힐링 예능 저물고 범죄 스토리텔링 시대 뜬다

by한국일보

범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 높은 화제성 자랑

실제 피해자 있는 사건, 사실 확인과 진지한 태도 요구

한국일보

범죄 스토리텔링 예능들이 대중을 만나는 중이다. tvN, SBS 제공

힐링 예능의 시대는 저물고 범죄 스토리텔링물이 뜨고 있다. 최근 안방 1열 시청자들은 '꼬꼬무' '알쓸범잡' '당혹사' 등 범죄를 다룬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들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힐링 예능의 마지막 커튼은 tvN 예능프로그램 '바라던 바다'가 내렸다. 지난 6월 29일 첫 방송된 '바라던 바다'는 바다가 보이는 라이브 바에서 직접 선곡한 음악과 직접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스타들과 그곳을 찾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5%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한 '바라던 바다'는 유료 가구 기준 0.914%의 시청률로 종영, '윤식당'과 '비긴어게인'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다. 바다 앞에서 바를 운영하는 연예인들의 그림과 그들의 버스킹 무대가 더이상 대중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시국 속인 만큼 힐링보다는 그저 먼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 이질감마저 자아낸 모양새다.


코로나19 속 모두가 지친 현 시점에서 힐링 예능은 설 곳을 잃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을 충족시키기에는 이미 식상한 그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힐링 예능과 반대 선상에 서 있는 범죄 스토리텔링 예능이 인기를 끄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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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토리텔링 예능들이 대중을 만나고 있다. KBS2 '표리부동' 제공

다양한 전문가들 초청해 풍성한 대화 나눠

지난 7월 종영한 tvN의 '알쓸범잡'은 영화, 물리학, 법학, 범죄심리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이 각종 범죄에 대해 조명했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판사 출신 법무심의관 정재민, 물리학박사 김상욱, 영화 감독 장항준, 가수 윤종신이 출연해 다양한 분야와 다채로운 주제를 넘나드는 풍성한 대화로 호평을 받았다.


뒤이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도 1년 반 동안 33편의 이야기를 선보인 후 정규 방송으로 돌아올 채비 중이다. 특히 '꼬꼬무'의 경우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에게 직접 받은 편지를 공개하면서 화제성 상승을 이끌어냈다.


KBS2 '표리부동'은 국내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다. 범죄 분석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경찰 출신 프로파일러 표창원 전 의원과 김숙 유선 하석진 등이 출연해 범죄 사건을 보다 깊이 해석한다.


유튜브 시청층의 유입이 인기의 요인

한 방송 관계자는 범죄 스토리텔링 예능의 유행에 대해 "유튜브 클립으로 보기 쉽다는 이유가 인기의 주 요인이다.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몰입도를 높였고 약 15분 가량의 숏폼으로 담기 최적화된 소재다. 유튜브 영상이 고정 시청층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를 입증하듯 실제로 '꼬꼬무2' 마지막 회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다.


범죄 예능의 강점은 실용적인 정보를 현실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이야기'라는 연출 의도를 강조하며 정보 전달에 방점을 뒀다. '꼬꼬무'에서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의 어폐를 지적한 것과 '알쓸범잡'이 범죄가 우리의 일상에서 가까울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언급했다는 점 등이 유의미하게 남았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숙제도 있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다루는 만큼 사실 확인과 진지한 태도가 필요하다. 최근 MBC '심야괴담회'의 논란이 이를 방증한다. '심야괴담회'는 씨랜드 화재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사고 이후 폐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의문의 소리를 사망한 아이들의 소리로 추정했다. 무당이 출연해 피해자를 원혼이나 귀신인 것처럼 표현하면서 실화 범죄를 경솔하게 조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예능계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세 프로그램 모두 각기 다른 전문가를 내세우면서 자체적으로 무게감을 잡았다. 냉철한 분석과 예능적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되면서 안방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목표로 한다. 범죄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꾸준히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