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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이정열 고려대 구로병원 치과보철과 교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 하지 않으려면…

by한국일보

한국일보

유년기에는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가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치주염에 의한 치아 상실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령인의 구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인 가운데 50.5%만 20개 이상의 자연 치아를 보유하고 있다(2014년 국민건강통계). 보통 성인의 치아 수가 사랑니를 제외하고 28개인 것을 고려하면 상실된 치아 수가 많은 셈이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 발표를 살펴봐도 65세 이상 어르신의 평균 치아 수는 16~17개뿐이었다. 게다가 소득이 낮을수록 잔존 치아가 적었다.


치아가 노년기에 왜 잘 빠질까. 입 안을 감싸고 있는 구강 점막이 노화되기 때문이다. 탄력을 잃고 얇아져 외부 자극이나 침입을 막아내는 능력도 줄어든다.


게다가 입 안을 씻어주는 역할을 하는 침 분비가 크게 감소한다. 특히 노년기에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 치료를 위한 이뇨제나 항우울제 같은 약물이 침 분비를 더 줄어들게 한다.


이처럼 입 안이 건조해지면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져 충치, 잇몸병, 치아 마모 또는 상실 등이 생긴다. 나이 들면서 신체의 여러 기능을 잃는데, 50대 후반부터 치아 상실도 시작된다.


치아를 잃게 만드는 대표적인 치과 질환은 충치(치아우식증)와 풍치(치주 질환)다. 유년기에는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가 빠지지만, 나이 들수록 치주염에 의한 치아 상실이 많다.

◇완전 무치악, 폐렴·인지장애 등에 영향

치주 질환은 왜 생길까. 세균과 싸움이다. 치아 표면에 지속적으로 생긴 끈적끈적한 세균막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단단한 치석이 된다. 치석은 표면이 거칠어서 그 위에 더 많은 세균막이 쌓인다.


세균이 내뿜은 독소 때문에 치아 주변 잇몸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치아를 지탱하던 주변 잇몸 조직을 망가뜨린다. 염증이 진행될수록 잇몸과 치아 사이가 더 벌어져 골이 생긴다. 더 깊은 잇몸까지 손상되다 잇몸뼈들이 점점 없어지고 낮아져 치아 뿌리가 밖으로 많이 드러나게 된다.


결국 이가 흔들려 빠진다. 나이 들면 입 안을 씻어주던 침 분비가 줄어 충치가 잘 생긴다. 파도가 치지 않는 바위에 이끼가 끼듯이 침이 줄면 입 안 점막과 치아를 닦아주는 세척 역할도 그만큼 줄어든다. 침이 없으니 입 안이 메말라 따갑고 뻑뻑한 느낌이 든다.


노인성 충치는 치아와 치아 사이, 또는 치아 뿌리의 표면에 주로 발생하기에 예전보다 치아를 더 효율적으로 잘 닦고 관리해야 한다. 젊은 사람보다 칫솔질을 더 꼼꼼히 해야 할 이유다.


또한 치간 칫솔, 치실, 워터픽 등 치과 보조 기구를 사용하면서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필요하다.


염증은 잇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온몸에 직·간접적으로 염증이나 감염 등을 일으킨다. 상실된 치아 개수가 늘어날수록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도 같이 증가한다.


빠진 치아가 1개 생길 때마다 심근경색은 1%, 뇌졸중이나 심부전은 1.5%, 사망은 2%씩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치아가 다 빠진 완전 무치악은 폐렴이나 인지장애 등과도 관계가 있다. 부득이 치아를 잃었을 때도 방치하지 말고, 틀니 사용 등 수복 치료를 받으면 전신 질환에 영향을 미칠 위험 요소를 막거나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상실된 치아 기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령화 시대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다. 치아가 몇 개만 빠졌다면 인공 치아인 임플란트를 심으면 되지만, 치아가 너무 없으면 비용 부담 등으로 틀니를 택하게 된다.


틀니는 치아가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사람의 수복을 위해 오랜 기간 쓰여 왔지만, 여전히 기능 회복과 불편감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지 않다. 치아가 아닌 잇몸 위에 틀니를 올려놓고 힘을 가하는 구조라 그렇다.


오죽하면 소설가 박완서씨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라고 표현을 했을까. 무릎 아래 의족을 끼우고 장애인 올림픽에서 달리기하는 선수도 처음에는 의족이 뼈와 살에 닿아 매우 아팠을 텐데, 참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래도 틀니가 언제쯤 아프지 않고 괜찮아지는지 묻는 환자가 많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처럼 처음에는 도저히 사용하지 못할 것 같이 힘들어도 일단 한 번 사용법에 익숙해지면 잘 쓸 수 있고 3~4주 정도면 대부분 적응한다.


요즘은 임플란트와 틀니의 장점을 결합한 '임플란트 틀니'도 나왔다. 잇몸 뼈가 약하거나 전신 상태가 약해 임플란트 수술로 빈자리를 모두 채울 수 없을 때 고려할 만하다. 아래턱이면 2개, 위턱이면 4개의 임플란트를 심은 뒤, 이 위에 똑딱단추처럼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틀니를 올리는 식이다.


임플란트 위에 틀니를 올리면, 기존에 그냥 잇몸 위에 틀니를 올렸을 때보다 음식을 씹을 때 더 힘 있게 받쳐준다. 비용은 전체 임플란트를 할 때보다 크게 저렴하다. 하악 무치악 즉, 아래턱에 이가 하나도 없을 때에는 임플란트 2개를 심고 틀니를 지지하는 임플란트 틀니를 가장 추천한다.


하지만 위턱은 조금 다르다. 우선 아래턱보다 일반적인 틀니 사용이 더 편리하고 효과적이다. 입천장에서 틀니를 받쳐주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플란트 틀니의 경우 아래턱과 달리 적어도 4개 이상의 임플란트로 지지해야 한다.


같은 임플란트 틀니인데, 아래턱과 위턱에 심는 임플란트 개수는 왜 다를까. 아래턱뼈는 단단한 데 반해, 위턱뼈는 무르고 약하다. 그래서 아래턱에는 2개의 임플란트 위에 틀니를 올려도 단단하게 지지한다. 그러나 위턱은 임플란트를 4개 정도는 심어야 안정적이다. 심지어 입천장 힘으로도 틀니를 받치도록 설계돼 있다.

◇치아 없는 무치악 어르신 점점 늘어

산업화와 치과 의료 수준이 올라가도 그보다 더 빠른 고령화로 아래턱이나 위턱에 치아가 하나도 없는 무치악 고령인이 전 세계적으로 느는 추세다.


구강 건강관리를 잘해도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치아 상실은 불가피하다. 대부분 어금니부터 빠진다. 앞니만 남아 있을 때는 부분 틀니나 임플란트를 상황에 맞게 결정하면 된다. 임플란트를 하면 더 좋겠지만 비용이 더 들고,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을 만큼의 잇몸 뼈도 있고, 전신 건강도 좋아야 한다.


임플란트를 심었다고 끝이 아니다. 임플란트 주변에도 세균이 생기고, 잇몸병을 많이 일으킨다. 평소 스스로 자기 치아보다 더 잇몸과 세균 관리를 잘해야 후유증 없이 오래 건강하게 쓸 수 있다. 건강한 치아는 타고나는 것보다 철저히 관리해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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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열 고려대 구로병원 치과보철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