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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오징어 게임'으로 벼락스타 된 정호연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by한국일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서 새터민 새벽 역

해외 모델 활동 중 오디션 통과

'오징어 게임'으로 배우 데뷔

한국일보

배우 정호연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새터민 새벽 역을 연기하며 해외에서 홀로 모델 활동을 하며 겪었던 외로움과 어려움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 그것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다. 모델로 활동하다 배우 데뷔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호연(27)이 그 주인공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 수 증가세만 해도 폭발적이다. 드라마 공개 전 40만 명 수준에서 불과 2주 만에 30배에 이르는 1,170만 명으로 늘었다. 1일 화상으로 만난 정호연은 “외부 일정을 소화하면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면서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며 활짝 웃었다.


‘오징어 게임’은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생존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호연은 소매치기까지 하면서 북에 남아 있는 부모를 탈출시키려다 브로커에게 사기당해 절망에 빠진 새터민 새벽을 연기했다. 함께 탈북한 어린 동생을 지키고 부모와 다시 만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던 절박함과 아무도 믿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고립무원의 외로움을 떠돌이 들개 같은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해 호평받았다.

전 세계 런웨이 누비던 슈퍼모델, 오디션 합격에 짐 싸서 귀국

'오징어 게임' 출연 전만 해도 정호연은 무명 배우였다. 2013년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4’ 준우승 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시티 익스클루시브(한 도시에서 열리는 쇼 중 특정 브랜드 쇼에만 서는 것) 모델을 비롯해 전 세계 런웨이를 활보하는 패션계 스타였지만 연예계에서는 배우 이동휘의 여자친구라거나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절친이라는 정도로만 화제를 모았다.


남다른 승부 근성으로 모델 활동을 하던 그의 가능성은 조진웅 한예리 이하늬 등이 소속된 사람엔터테인먼트가 알아봤다. 정호연은 계약 후 한 달 만에 ‘오징어 게임’ 오디션에 동영상으로 참여했고 그의 눈빛과 외모, 목소리, 억양은 새벽에 맞는 배우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황동혁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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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호연. 넷플릭스 제공

“미국 뉴욕에서 패션위크 무대를 준비하던 중 연락을 받았어요. 잠자는 시간 줄여가며 열심히 촬영해 소속사에 보냈는데 감독님이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대충 짐을 싸서 돌아왔죠. 감독님과 인터뷰 땐 너무 긴장해서 눈도 못 마주치고 대답도 잘 못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실제로 새벽이처럼 리액션이 없는 애인 줄 아셨대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죠.”

"외로운 해외 모델 활동, 새벽의 삶과도 닮았더군요"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촬영 초반이 특히 어려웠단다. “목소리도 이상한 거 같고, 얼굴도 이상한 것 같고, 내가 하는 연기도 틀린 거 같아서”였다. 모델로 일하며 했던 실수와 잘못이 아직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도 했다. “뒤돌아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스스로 트라우마를 각인시키며 가두고 제한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좋은 감독님과 선배들을 만나서 빨리 떨쳐낼 수 있었죠. 부족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어요.”


새벽을 떠올리며 정호연을 만나면 당황할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는 표정에 앳된 말투, 친화적인 성격까지. 실제 정호연은 새벽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해외에서 홀로 모델 활동을 하며 겪었던 외로움도 있다. 그는 당시의 심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해외에서 모델 활동을 하기 전만 해도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이었어요. 많이 밝고 말수도 많았죠. 하지만 해외에서 일할 땐 모든 걸 혼자 해야 했어요. 초반엔 영어도 잘 못해서 더 힘들었죠. 좋은 일이 생겨도, 맛있는 걸 먹고 좋은 데를 가도, 힘든 일이 있어도 나눌 사람이 없는 거예요. 혼자 안으로 계속 삼키며 보냈던 시간들이 새벽이 탈북 후 남한에서 지냈던 시간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데뷔작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일찍부터 배우를 꿈꾸며 준비했던 건 아니었다. 수명이 짧은 직업 특성상 동료들끼리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을 나눌 때도 “연기는 너무 어려울 거 같아 선택지 중상위에 놓지 않았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나 열망도 크지 않았다”고 했다. “정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일이 하나씩 줄어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죠. 그래서 영화도 많이 보고 소설도 많이 읽다 보니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오디션부터 캐스팅, 촬영,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등극까지, 정호연은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나고 있어서 어리둥절하다면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지금은 열정이 ‘뿜뿜’ 하고 있어서 뭐든 다 해보며 제 안에 쌓고 싶은 생각입니다. 더 많은 걸 경험하며 발전하고 싶습니다.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열심히 해나가려고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