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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의료계의 '토스' 꿈꾼다"… 원격진료 300만 시대 연 닥터나우

by한국일보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의대 휴학하고 창업

한시 허용된 원격진료, 코로나19 이후 불투명해 고민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가 가능해?" 아직도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많다. 정답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2월 24일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령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 단계인 경우에 한해서 원격진료와 약 배달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이나 약국에 가기 힘든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여기서 말하는 원격진료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영상대화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는 것이다. 약도 필요하면 원하는 곳으로 배달 받을 수 있다. 그만큼 편리해 원격진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면서 1년 만에 이용건수가 3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런데 정부가 임시 허용한 원격진료는 조건이 붙는다. 코로나19 상태가 심각 단계인 경우만 가능하다. 코로나19 상태가 지금의 심각 단계보다 완화되면 원격진료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시행 중인 원격진료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여기에 관련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의 고민이 크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원격진료 1위 스타트업 닥터나우의 장지호(24) 대표를 만나 고민을 들어봤다.


한국일보

한국일보에서 만난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회사 옷에 붙어있는 로고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의대에 다니던 중 원격진료 도입을 위해 스타트업 닥터나우를 창업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의대 휴학하고 창업

장 대표는 처음부터 원격진료를 하고 싶어 한양대 의대에 갔다. "대입 면접 때 진학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격진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답했어요. 수술 잘하고 병을 잘 고치는 의사도 좋지만 의료 접근성을 개선해 많은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의사가 되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의사의 일을 산업으로 푸는 거죠."


그는 이런 일을 의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격진료 문제는 의료지식이 있고 의료인들과 소통 가능한 사람이 풀어야 해요. 그래서 의대에 갔죠."


대학 진학 후 5년간 장애인과 노숙자를 위한 봉사센터에서 활동한 경험은 그에게 원격진료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 "사회 곳곳에서 여러 이유로 병원에 가기 힘든 사람들을 직접 봤어요. 그때 장애인과 노숙자들에게 약 배달을 하며 원격진료와 약 배달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그렇게 그는 의대 본과 3학년 때인 2019년 휴학하고 닥터나우를 창업했다. "소문으로 들은 네이버, 토스, 쿠팡,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던 유명 개발자들을 무작정 찾아갔어요. 초면이지만 원격진료로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설득했죠."


무모할 정도로 강한 그의 확신은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다. 반신반의했던 개발자들이 속속 합류했고 네이버, 미래에셋,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의 투자로 이어졌다. "지난달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며 누적 투자액이 총 120억 원이 됐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원격진료의 가능성을 본 거죠."

평점 보고 원하는 의사 선택해 영상진료

닥터나우의 원격진료 절차는 간단하다. 소프트웨어(앱)를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회원 가입하고 원하는 진료 과목과 의사를 고르면 된다. 의사 목록에 의사 소개와 진료비가 표시되고 현재 원격진료가 가능하면 ‘진료 가능’ 표시가 뜬다. 만약 병원에서 다른 환자를 보고 있거나 휴진이면 ‘진료 종료’로 표시된다.


특히 의사 정보에 이용 후기가 있어서 의사 선택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다른 이용자들이 5점 만점 기준으로 부과한 별점도 표시된다.


의사를 선택해 ‘진료 요청’을 누른 뒤 나타나는 창에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주민등록번호와 증상을 입력하면 접수가 이뤄진다. "접수 후 평균 5분 정도 기다리면 의사와 앱을 이용해 영상으로 원격진료가 진행돼요."


진료 과목은 내과부터 피부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치과, 한방 등 대면 진료와 동일하다. "치과도 구내염 등으로 급하게 약이 필요한 경우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어요. 한의과에서는 보약 처방도 가능하죠."


진료 후 의사가 병원에서 컴퓨터로 처방전을 작성하면 자동으로 앱에 뜬다. 처방전은 해당 약을 보유한 약국으로 자동 전송돼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약을 배달 받을 수 있다. "직접 약국 방문을 원하면 약국에 가서 앱에 나타난 처방전을 보여주면 돼요."

수수료 따로 받지 않아

원격진료 비용은 대면 진료와 동일하다. 장 대표는 병원과 환자들을 위한 원격진료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원격진료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없어 아직 적자 상태다. "진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평균 5,000원 선이에요. 원격진료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아요."


약국도 마찬가지. 약을 배송하면 조제비 외에 배송비가 들지만 닥터나우에서 부담한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배송비를 회사에서 부담해요. 이용자들은 약국 방문과 동일한 비용으로 약 배달까지 받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수익을 올릴까. 그는 원격진료 이후를 본다.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여기 맞는 원격 청진기나 환자들의 자가 진단을 위한 디지털 도구들이 필요해요. 향후 그런 장비를 판매해 원격진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에요."


한국일보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원격진료하는 모습을 대형 디스플레이에 띄워놓고 설명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시간과 비용 절약에 사생활 보호까지 가능"

"침대에 누워 진료받고 침대에서 약을 받아요." 장 대표는 원격진료의 편리함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무엇보다 환자는 시간과 교통비 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매번 동일한 약 처방을 위해 병원을 계속 방문하는 기저질환자들은 원격진료를 이용하면 여러 모로 편리하다. "국내 1차 병원의 진료 대기시간이 평균 20.8분이에요. 병원 가면 무조건 20분 이상 기다린다는 뜻이죠. 대형병원은 더 오래 기다려요. 반면 원격진료는 평균 대기시간이 5분이니 비교가 안되죠."


무엇보다 병원을 드나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점은 원격진료의 또다른 장점이다. "생리통이 심해 비뇨기과를 찾거나 사후피임약 처방을 위해 산부인과를 가야 하는 여성, 탈모나 피부치료로 병원을 자주 찾는 사람들이 사생활을 지킬 수 있죠. 약 배송을 시키면 굳이 약국에 가서 말하기 힘든 내용을 얘기하지 않아도 돼요."


장 대표에 따르면 의사와 약사들도 수입이 늘 수 있다. 따로 휴가를 내는 것이 귀찮거나 눈치 보여 병원에 가지 않던 직장인들이 원격진료를 받으면 병원과 약국의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들에게는 정부에서 원격진료를 하면 돈을 준다. "건강보험 청구시 가산수가를 얹어 받을 수 있어요."

직장인들 선호하며 이용 급증

그 바람에 국내 원격진료 이용자는 급증했다. "지금까지 국내 원격진료 이용은 건강보험 적용건수만 300만 건이 넘어요. 건강보험 적용 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을 포함하면 400만 건 이상이죠."


닥터나우는 이용자 규모에서 단연 1위다. 남녀를 불문하고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며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들이 선호한다. "닥터나우 이용자는 누적으로 50만 명이에요. 270개 병원과 약국이 원격진료에 참여하고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되거나 재택치료하는 사람들도 병원에 갈 수 없어 원격진료를 많이 이용한다. "자가격리나 재택치료 중 다른 병으로 아프면 원격진료 외에 해결 방법이 없어요. 꾸준히 약을 받지 못하면 병이 악화되는 기저질환자들도 원격진료가 유일한 해결책이에요."

한시 허용된 원격진료, 앞으로 어떻게 되나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32개국이 원격진료를 허용한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진료에서 원격진료 비중이 5%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북한과 남한 빼고 원격진료를 다한다는 농담이 있어요."


한국은 법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지도 않지만 금지하지도 않았다. "의료법에서 원격진료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은 아닌데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해야 한다는 것을 금지로 해석하죠. 약 배달도 금지 규정이 없어요. 약사는 약국 내에서 약을 팔아야 한다는 규정을 배달 금지로 확대 해석해요. 약 배송은 전달행위일 뿐이고 약사의 약국 내 판매를 벗어난 것이 아니거든요."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 단계에서 완화되면 원격진료를 어떻게 할 지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시적 허용을 전제로 한 복지부 장관령 대로라면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원격진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원격진료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3개 단체는 지난달 25일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원격진료 플랫폼 허용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단순 편의성 때문에 환자 대면 원칙을 훼손하면 국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닥터나우가 공동 회장사를 맡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돼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에는 관련업체 2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원격진료 업체들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지금 상황이 굉장히 불안해요. 300만 건의 이용횟수를 보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는 뜻이죠. 국민들의 1인당 연간 병원 방문횟수는 평균 17회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요. 그런데 서울시에서 밤 12시 이후 문 여는 약국이 10개도 채 안 돼요. 그만큼 대도시에서도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요."


장 대표는 원격진료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소해 동네병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복지부에서 원격진료 이용현황을 조사해 보니 75%가 동네병원에서 이뤄졌다는 자료가 있어요. 원격진료 이용자들이 바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다보니 대형병원보다 동네병원 이용이 늘며 자연스럽게 주치의 제도가 자리잡는 셈이죠. 한 번 진료를 받으면 해당 의사를 계속 찾거든요."


앞으로 그는 정부, 의료단체와 원격진료 허용을 위해 계속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 및 의료단체들을 계속 만나서 국민 편익과 의료 발전을 위해 생각해달라고 설득해야죠. 이러다가 원격 진료에 관심 많은 구글 등 해외 거대 IT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면 병원들도 당할 수 있어요."


한국일보

장지호 대표가 원격진료용 앱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정부,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불투명한 원격진료 상황을 타개하려고 원격의료산업협의회를 만들었다. 한지은 인턴기자

대표 연봉이 사내 평균…앞으로 의료 데이터 사업할 것

"의료계의 토스가 되고 싶어요." 장 대표는 금융하면 스타트업 토스를 떠올리듯 의료 분야에서 닥터나우를 떠올리도록 의료 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닥터나우를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부터 원격진료까지 사람들의 의료생활을 책임지는 슈퍼 앱으로 키우고 싶어요. 이를 위해 복지부에서 추진 중인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에요. 관련 사업을 허가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죠."


건강진단 기능이 있는 디지털 휴대기기 개발도 고려 중이다. 장 대표는 여기 필요한 경력 개발자들을 전 직장 대비 1.5배 연봉을 주며 뽑고 있다. "전체 직원 40명 중 숫자를 공개할 수 없지만 개발 인력이 많아요. 이들은 대표보다 연봉을 많이 받죠. 저의 연봉은 사내 평균이에요."


그는 전통적인 의사의 삶을 포기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사내에 의사, 약사 출신 직원들이 많아요. 저를 포함해 이들은 의료계와 환자들을 위한 미래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앞으로 한국에 원격진료를 뿌리 내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