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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음식 예능 저물고 소식(小食)이 뜬다

by한국일보

줄어든 안방극장 음식 예능

새롭게 각광받는 온라인 콘텐츠는?

한국일보

김종국이 '볼빨간 신선놀음'에서 출연자가 만든 음식을 맛봤다. '볼빨간 신선놀음'은 김종국 서장훈 성시경 하하가 전국의 요리 고수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MBC 캡처

음식 프로그램의 유행은 끝났어요.

한 예능 PD와 통화 중 들은 말이다. 한때 음식 프로그램 연출에 참여했던 그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근 예능 대세 키워드는 사랑 혹은 경연이다. 요리 경연을 하거나 맛집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들을 향한 안방극장의 열기가 이전만큼 뜨겁진 않아 보인다.


14일을 기준으로 한 포털 사이트에서 '방영 예정 예능'을 검색하면 33개의 프로그램이 나온다. 이 중 음식 관련 프로그램은 HQ+ '맛있는 수다'뿐이다. 반면 사랑을 다루는 예능은 '나대지마 심장아' '각자의 본능대로' '연애는 직진' '우리들의 차차차' 등 다양하다. 경연이 펼쳐지는 프로그램으로는 '미스터트롯2' '불타는 트롯맨' '스트릿 맨 파이터' 'SBS 박진영 퍼포먼스 합창 배틀 오디션' 등이 있다.


현재는 '줄 서는 식당' '맛있는 녀석들' 등의 음식 예능들이 안방극장을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볼빨간 신선놀음' '빵카로드' 등이 대중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방영을 앞두고 있는 TV 예능 중 음식 관련 프로그램의 비율은 높지 않다. 먹는 것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끼에 10만 원이 넘는 오마카세(맡김 차림) 식당은 예약조차 힘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맛집 탐방이 취미 중 하나로 인정받기도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대세 키워드 소식(小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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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재가 햄버거를 먹었다. 그는 소식가 면모로 유튜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우재 유튜브 캡처

그렇다면 그 많던 음식 콘텐츠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답은 유튜브와 웹 예능이다. 다만 유명 먹방 유튜버들처럼 무조건 잘 먹고, 맛있게 먹는 게 대세는 아니다.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음식 관련 콘텐츠는 소식이다. 주우재와 안영미는 소식가 면모로 유튜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우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맛없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영혼 없는 표정으로 햄버거, 피자, 디저트 등을 맛봤다.


안영미의 먹방 영상들은 셀럽파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한 영상 속 그는 "난 살기 위해 먹는다. 주유소 가서 충전한다는 생각이다. 입안으로 넣으면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안영미의 영상에는 먹방을 보면서 식욕이 사라졌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렸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박소현 산다라박의 손을 잡고 웹예능 '밥 맛 없는 언니들'을 론칭했다. 두 사람 또한 소식가로 유명하다. '밥 맛 없는 언니들'은 박소현 산다라박이 잘 먹는 방법을 배우는 모습을 담는다. 먹방 유튜버, 대식가 연예인 등의 게스트들이 먹교수님으로 활약한다.

안방극장에 남아 있는 먹방·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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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미미 안유진 이은지(왼쪽부터 차례로)가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다양한 요리를 먹었다. 이들은 음식을 걸고 게임을 했다. tvN 캡처

물론 안방극장 예능에서 먹방, 요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많은 새 프로그램 속 주 콘셉트는 아니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한다. 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ENA, 채널A '배우는 캠핑짱' 소개글에 따르면 캠핑장 운영에 나선 출연진은 손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웰컴 푸드를 준비할 예정이다.


덴마크 여행기를 담는 MBC '도포자락 휘날리며'의 1화 속 비행기를 탄 출연진은 기내식 먹방을 펼쳤다. 노맛 먹방으로 유명한 주우재는 제작발표회를 찾았을 때 덴마크에서 자신이 푸드 파이터였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덴마크에 가서 죽기 직전까지 활동하게 됐다. 인간이 그렇게까지 하니까 많이 들어가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우재의 이야기는 그가 '도포자락 휘날리며'에서 펼칠 먹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방송된 tvN 새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출연진이 음식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음식 예능을 향한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이처럼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안방극장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스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소식 같은 새로운 콘셉트의 등장은 트렌드가 퇴화하는 대신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