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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우영우에 밀리고, 토트넘에 치이고...지상파 방송이 소환된 까닭은

by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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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SBS가 거절한 게 '우영우'의 흥행 요인"

PPL 등 지상파 드라마 폐해 조롱하는 반응도

'블랙의 신부', 비용 지불해 '홈쇼핑 방송'서 홍보

토트넘 경기 쿠팡플레이 단독 중계도 불만 나와

"국민적 관심 받는 경기 왜 지상파서 중계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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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에서 제작했다면 저런 때깔 나왔을까요?"


"SBS에서 거절한 것이 흥행성공 요인입니다."


"지상파 방송이었으면 피자가게하고, 로펌에선 맨날 캡슐커피 마셨을 거예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만약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일부 시청자들은 최근 인기 급상승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두고 오히려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된 게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당초 SBS와 편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쉽게 편성을 잡지 못했고 그 사이 ENA를 론칭한 KT가 '우영우'에 눈독을 들였다. 게다가 통 큰 지원을 약속했다. 당연히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지원의 폭이 넓은 쪽으로 눈이 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만 목을 매던 시대는 지났다.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곧바로 전 세계에 유통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 된 세상이다. 더군다나 많은 제작사들이 지상파 방송사와 저작권 등 문제로 여전히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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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제작 관행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먼저 지상파 드라마의 폐해를 문제 삼고 "지상파 NO!"를 외친 것이다. 일단 지상파 드라마의 간접광고(PPL) 남발은 시청권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반응이다. 오죽했으면 '우영우'에서 우 변호사의 아버지가 김밥집이 아닌 피자가게를 했을 거라고 저격했을까.


대부분의 지상파 드라마에서 피자 브랜드 PPL 장면이 차고 넘쳐서다. 회사 배경일 땐 커피 광고를 방불케하는 장면들이 난무했다. 심지어 안마기기 브랜드로부터 광고 협찬을 받은 드라마들은 느닷없는 조연급 배우의 시연에 헛웃음이 났다는 시청자도 많았다. 제작비 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뿐만 아니다. PPL을 살리려면 결국 '생방송 촬영'도 각오해야 한다. 시청자 반응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 하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PPL을 입히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고 촬영을 늦추기 일쑤였다. 만약 주인공 우 변호사가 피자와 커피, 화장품, 안마기기 등을 광고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다.

넷플릭스, 홈쇼핑에 비용 지불하고 드라마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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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블랙의 신부'는 파격적인 '론칭쇼'를 선보였다. 여기서 '파격'이란 건 제작발표회 같은 자리를 지상파 방송사나 종편, 케이블이 아닌 홈쇼핑 채널(GS샵)에서 진행해서다. 국내에 드라마가 선보인 이래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홈쇼핑 채널로서도 판매 목적이 아닌 드라마 홍보를 위한 생방송 진행은 최초의 '사건'이었다.


'블랙의 신부'는 한 40대 여인의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다. 남편의 불륜과 죽음을 둘러싸고 서혜승(김희선)이란 여주인공이 모든 걸 앗아간 진유희(정유진)에게 복수한다는 설정이다. 얼핏 내용만 들어도 4050 여성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법하다. 넷플릭스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중년 여성시청층이 밀집한 홈쇼핑 방송에 승부수를 걸었다. 일반 드라마 홍보 방식과는 동떨어진 전략이었다. 30년차 배우 김희선이 "처음에 홈쇼핑 홍보를 반대했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홈쇼핑 채널을 선택한 건 지상파 등 TV시장의 몰락과도 연결된다. 전체적으로 TV시청률이 떨어진 현실에서, 아예 4050 여성시청자를 집중 공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따지고 보면 해당 시청층을 타깃으로 하는 방송은 지상파의 평일 오후 '막장 드라마' 밖에 없으니까.


특히 홈쇼핑 채널에는 수수료 명목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홈쇼핑 채널은 사업자가 물건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하는 곳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매장이 수수료를 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넷플릭스도 평일 황금시간대 편성을 받았으니 거액의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작 30분 방송이었지만 지상파보다 파급효과가 월등할 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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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홍보용 방송으로 뜬 공간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다. 대통령까지 출연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시청률은 3~5%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국민MC' 유재석이 진행하는, 거의 유일한 방송사 '토크쇼'이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유명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이라 '착한 예능'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들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홍보 효과를 노린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꼭 나오고 싶었어요" "제가 소속사(혹은 제작사)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등이 단골 멘트로 흘러나오곤 한다. 반면 지상파에선 토크쇼가 사라진지 오래다. 광고시장에서 인기가 없으니 지상파 입장에선 제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블랙의 신부'의 배우들이 '유퀴즈'에 출연하려고 했어도 대기는 필수였을 듯하다. 그만큼 출연 대기자들이 '줄줄이 사탕'이란 얘기다. 홍보가 목적이지만 전국구 방송인 지상파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홈쇼핑 채널 한 관계자는 "TV 매체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신선한 홍보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고, 홈쇼핑 채널 입장에선 이러한 시도가 주목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젊은 고객층 유입에도 긍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트넘 방한에 '의문의 1패' 당한 지상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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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뺏기 훈련을 하고 있는데요. 중간중간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중들과 교감이 가장 좋은 선수가 루카스 모우라네요. 한 번 쉴 때마다 뒤돌아서서 관중과 눈 마추지며 손 흔들어주고 있네요."


지상파 방송사가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한 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TV 화면이 아닌 유튜브 채널로 말이다. 최근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가 내한해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친선 경기를 앞두고 펼쳐진 강도 높은 팀 훈련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MBC의 경우 장장 2시간 40여 분 동안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했다. KBS도 거의 1시간, SBS는 40여 분 간 실시간 중계를 했다.


특히 무더위 속에서 훈련 받는 선수들을 보며 중계 멘트까지 나온 건 생소했다. MBC는 스포츠 기자가 직접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손흥민 선수도 힘들어서 드러눕는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선수들에게 훈련 내용을 설명한다" "해리 케인이 가장 먼저 힘들어하며 바닥에 쓰러진다" 등 경기 중계도 아닌 '훈련 중계'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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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튜브 세상에서 펼쳐지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쟁이라니. 어쩐지 낯설면서도 측은해 보이는 건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토트넘의 친선 경기는 지상파가 중계하지 못했다. 민간사업자인 쿠팡이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만 단독 중계했기 때문. 경기 중계를 하지 못하는 지상파 방송사들로서는 훈련 장면이라도 충실하게 담아내려 애썼다.


이번 토트넘 경기는 쿠팡이 거액을 쏟아부은 상업적 이벤트였다. 토트넘을 비롯해 친선 경기를 치른 세비야FC까지 초청했다. 그러니 지상파 방송사하고는 무관했다. 하지만 토트넘 내한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기에 상업적 이벤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적 관심=당연한 시청'으로 인식된 것인데, 즉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될 줄 알았던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온라인 사용이 서툰 중·장년층은 철저히 소외된 듯하다. 쿠팡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모르거나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토트넘 경기도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의 중계를 유료화해서 시청한다는 개념은 아직 우리 사회에선 낯선 풍경이다. 그래서 보편적 시청권의 박탈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2007년부터 방송법에선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대회는 국민 전체 가구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보편적 시청권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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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쿠팡플레이는 손흥민이 속한 EPL 주요 경기뿐만 이강인이 뛰고 있는 스페인리그인 라리가와 황의조가 속한 프랑스리그인 리그앙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축구 팬들에겐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았다. 현재 일본에서 프리시즌을 보내며 메시와 네이마르, 음바페로 무장한 파리생제르맹(PSG)의 친선 경기를 모두 중계하고 있다. 또 K리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여자배구 국제대회 등 팬층이 두터운 경기 위주로 선보이고 있다. 돈만 있으면 손 안에서 스포츠경기도 골라 볼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시청권이 아닌 나만의 콘텐츠를 선택해 시청하는 게 중요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똥은 엉뚱하게 지상파 방송사들에 튀었다.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가 포함돼 있어서다. 국민의 수신료를 받으면서 시청권 하나 보장해주지 못하느냐는 푸념이 터져 나온 이유다. "지상파에서 왜 중계를 안 해주나" "KBS는 뭐하는 거냐, 이런 거 중계권 안 사오고" "국민들의 수신료 받아서 자기들(KBS) 배 채우지 말고 이런 경기 중계해라" 등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지상파로서는 난감한 노릇이었지만 '의문의 1패'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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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흥행을 했지만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추가 수익이 없다는 보도를 하더라. KBS의 보도에 실소가 나왔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더라."


국내의 한 독립외주제작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KBS는 지난해 10월 뉴스를 통해 '흥행 대박에도 창작자 몫은 없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를 무대로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정작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에겐 저작권료 차원의 수익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100%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외주제작사들은 KBS의 보도가 불편하다고 했다. 사실 국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저작권 다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외주제작사나 독립PD 등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방송사에 저작권이 귀속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송사의 채널을 통해 전파를 타면 저작권이 방송사 소유가 되는 것이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현재 방송사의 이른바 저작권 횡포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2019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저작권과 그로 인한 수익 배분에 대해 방송사들에 권고했다. 그럼에도 외주제작사들은 "아직 멀었다"고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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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제작사들은 어차피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할 바에 OTT시장을 두드리는 편이 낫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제작자에게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해서"다. 게다가 방송사,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드라마 장면 하나하나에 제약이 많아 부담스러운 상황도 발생한다. 이를테면 흡연이나 음주 장면 등이 그렇다. 더불어 몇 년째 이어지는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 하락도 OTT를 선호하는 이유다. 지상파에서 흥행하는 코드는 소위 '막장 드라마'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젊은 시청층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영향력은 점점 축소되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초 발표한 '2021 여론집중도 조사보고서'를 보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매체 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에서 2015년부터 종편에 밀리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수치를 보면 이렇다. 매체 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에서 지상파 3사의 경우 2013년 39.3%에서 2015년 32.3%, 2018년 24.5%, 2021년 24.1%로 줄었다. 반면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2013년 26.5%, 2015년 32.9%, 2018년 32.5%, 2021년 28.1%를 보였다.


한 원로 지상파 방송관계자는 "KBS MBC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도의 색깔이 변하는 등 '청와대 바라기'를 했던 이력이 잊히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면서 파업 등 엄청난 내부 갈등을 겪었지만 제대로 봉합되지 않았고, '갈라치기' 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 사이 KBS는 노조가 3곳이나 돼 정치 성향에 따라 갈라지는 등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