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망하는 10가지 이유... 당신은 몇 개나 해당되나요

[자동차]by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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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의 한 택시 기사가 스마트폰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의 주식 차트를 보고 있다. 이승엽 기자

"아무래도 얼마나 떨어졌는지 궁금하죠. 틈틈이 봅니다."

50대 택시기사 A씨는 대시보드에 스마트폰을 붙여 두고 신호가 걸릴 때마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차트를 확인한다. 정확한 매매 타이밍을 놓치기 싫어서다.


업무 중 짬을 내 주식 매매를 병행하는 개인투자자(개미)가 어디 A씨뿐일까. 귀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손으론 스마트폰 MTS를 만지는 20대 대학생, 오전 9시만 되면 화장실 한 칸을 차지하고 주식창을 들여다보는 3040 직장인, 은퇴 후 아예 주식매매방에 짐을 풀고 전업투자의 길로 나선 5060 개미. 온 국민이 주식에 빠진 바야흐로 '대(大)주식의 시대'다.


그러나 수백만의 개미가 새로 실전에 뛰어든 이 국면에, 마침 증시는 대세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국 주식시장은 또다시 개미의 거대한 무덤으로 변해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 20개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고, 평균 수익률은 -18.89%를 기록했다. 2020년 서로 어깨 걸고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자고 했던 동학개미운동도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개미는 왜, 언제나, 결국엔 실패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개미가 망하는 이유'를 10가지로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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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구원 기자

①자기 과신 ②손절 실패 ③소수의 법칙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행동경제학자 대니엘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에 따르면, 초심자의 성공은 흔히 불행의 씨앗이 된다. 카너먼 교수는 인간을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미래를 낙관하는 경향을 가진 존재'로 평가한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운 좋게 몇 번 성공한 초보 개미는 대부분 자기 능력을 확신하고 판돈을 과감하게 키워 나가다 번 돈의 몇 곱절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손실 난 종목에 감정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문제다. 손해를 보고 있어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년간의 상승장에서 주식으로 2,000만 원 이상을 벌었던 직장인 김모(32)씨는 "올해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지난달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반등만 하면 금방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중이다.


실패하는 개미들은 소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에 빠져들기도 한다. 소수의 법칙은 작은 표본의 결과를 마치 전체의 특징인 양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을 말한다. 특히 공모주 청약이나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소수의 법칙에 빠지기 쉽다. 성공 사례 몇 건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개미를 끌어모은 공모주들은 잠시 오르는가 싶더니 상당수가 공모가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후 공모가(3만9,000원)의 세 배 가까운 9만4,900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5분의 1토막이 난 1만6,000원 대에서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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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마지막 날인 1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④빚내 투자하고 ⑤분산 투자하지 않는다

자산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인 레버리지(leverage)는 우리말로 지렛대를 의미한다. 작은 힘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는 지렛대의 원리처럼, 부채를 이용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 상승장이 예상되거나 주가가 오른다는 강한 확신이 들 때 레버리지 투자를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레버리지 투자는 하락장에선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 돈 100만 원과 빌린 돈 100만 원을 더해 투자했다가 주가가 20% 하락하면 손실은 40만 원, 내 자본 대비 수익률은 -40%가 된다.


실패하는 개미들은 한 종목에만 집중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이 또한 '빚투'와 마찬가지로 여유자금은 부족한데 높은 수익률을 원하기 때문이다. 집중 투자는 분산 투자에 비해 변동성에 취약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에게 1990년 노벨상을 안겨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투자시 발생하는 위험은 '분산 가능한 위험(diversifiable risk)'과 '분산 불가능한 위험(non-diversifiable risk)'으로 나뉜다. 분산 가능한 위험은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말하는데, 종목을 늘릴수록 최소화가 가능하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중 투자는 충분히 분산되지 않아 위험을 포함하고 있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며 "없앨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다고 해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 집중 투자는 분산 투자보다 원론적으로는 비효율적인 투자전략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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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⑥학습이 부족하고 ⑦뇌동매매를 하며 ⑧위험성을 과소평가한다

대부분 개미들은 충분한 학습 없이 지인의 권유나 단발성 뉴스, 인터넷이나 주식리딩방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한다. 지난해 4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식투자자의 48%는 "내 투자지식 수준은 낮다(투자 결정을 스스로 내려 본 적 없거나 조언을 받아 거래하는 정도)"고 평가했고, "내 지식수준이 높다(투자를 스스로 결정)"는 응답은 겨우 7%에 그쳤다. 전체 투자자의 절반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주식투자가 불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원칙 없는 뇌동매매도 수익률 악화의 원흉이다. 뇌동매매란 매매 규칙과 기준 없이 일시적 감정과 분위기 등에 휩쓸려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직장인 이모(35)씨는 "2년 전 친구와 직장 동료의 권유에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꽤 수익을 봤다"면서 "1년 전부터 단타를 하게 됐는데, 인터넷 글이나 '이 종목 곧 오른다'는 지인의 말에 매수했다가 손해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개미의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주식시장이 가장 활황일 때 진입해 꽃길만 걸었던 초보투자자들은 하락장에 대처하는 전략과 마음가짐을 익힐 기회가 아예 없었다. 곽준희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초보투자자는 기업 가치를 분석하기보다 주가 움직임이나 거래량만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자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초보투자자에게 맞춤형 교육을 권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⑨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⑩기관·외국인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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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증시 하락에 대응하는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사회·구조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실패하는 개미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는 점이다. '해외 주식에 1억 원을 넣었다가 몇 달 만에 몇 배를 벌었대' '누구는 바이오주에서 대박이 나서 수입차를 뽑았다던데' 이런 식의 '한 다리 건너' 성공담이 사람들을 타고 돌면서, 욕망을 자극하고 감정적인 투자를 부추긴다.


이런 절박함과 투기심리를 악용한 사기도 판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은 지난해 3,442건으로 2018년(905건)의 4배로 급증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주식시장은 질서 있는 후퇴가 필요한 버블 단계"라며 "투자 과열 현상은 신용불량자 증가 등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미들이 거대 자본, 고급 정보, 분석력으로 무장한 관과 외국인, 일부 세력들의 표적이 되어 필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기관의 연이은 불법 공매도 논란이 대표적이다. 기관은 개인보다 공매도에 있어 상환기한이나 주식 차입시 요구되는 담보비율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런 허점 때문에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직원 실수로 주식을 초과 유통한 금융사고) 등이 연이어 발생했고,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특정 개인 혹은 세력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눈먼 돈을 쓸어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당시 장이 열리자마자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는데, 한 '슈퍼개미'로 추정되는 투자자가 교보증권 창구를 이용해 시중에 나온 물량의 70% 이상을 매수해 7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일명 '교보증권 광클맨 사건'으로 불리는 사태였다. 이들은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뒤 초고속 핫라인을 활용해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속 핫라인도, 수백억 원 규모의 '빚투'도 불가능한 개미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2022.10.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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