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로 모기 없앤다” 100만명 사망 주범 ‘퇴치법’ 뭐길래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모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 중 하나다. 사람 피를 빨 때 일본뇌염,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옮긴다. 매년 수억 명이 모기 매개 질병에 걸리고 그중 100만 명이 사망한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은 일본뇌염처럼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기보다는 대개 백신이 없는 경우다. 질병 감염 피해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덥고 습한데 방역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는 지역에 집중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모기 서식지가 지구 전체로 확산하면서 감염병 위험도 커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 기온 1도가 오르면 모기 발생이 27% 늘어난다. 최근엔 히말라야 고지대에서도 모기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다. 모기 대처법을 두고 전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고전적 대처법은 살충제 살포다. 방역차를 동원하거나 최근엔 방역 드론 등 신기술을 활용해 박멸을 시도한다. 그러나 모기는 살충제에 내성을 보이며 끊임없이 번식한다. 모기뿐 아니라 벌, 나비 등에도 피해를 입혀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효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0∼2018년 사이 말라리아가 보고된 81개국의 모기를 조사한 결과 73개국에서 살충제 대표 성분 4가지 중 하나 이상에 내성을 보이는 모기가 발견됐다. 특히 26개국에서는 4가지 성분 모두에 내성을 가진 ‘슈퍼 모기’가 나왔다.


살충제가 더 독한 모기를 낳은 꼴이 되면서 대처법은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였다. 이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모기로 모기를 박멸하는 시도도 꾸준하다. 몇 해 전부터는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새로운 퇴치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울바키아 박테리아를 감염 시킨 모기 개체[World Mosquito Program]

9일 사이언스, BBC 등 외신은 국제단체인 세계 모기 계획(World Mosquito Program)이 뎅기열을 퍼뜨리던 이집트숲모기에게 울바키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킨 결과, 뎅기열 환자가 7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86%가 줄었다. 세계 모기 계획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결과”라며 “전 세계 대도시에 대규모로 배포 할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곤충들이 흔히 갖고 있지만 뎅기열을 퍼뜨리는 모기들에게 울바키아 박테리아가 없는 점에 착안해, 이를 활용했다. 실험에는 5백만 개 모기 알이 사용됐고, 2주마다 도시에 알을 번식 시키며 9개월 동안 개체를 확산시켰다.


이같은 시도는 앞서 호주 노스 퀸즈랜드서도 진행됐다. 2011년부터 타운즈빌 시를 비롯한 일대에 울바키아아 박테리아를 가진 특수 배양 모기를 넣은 박스를 대량 보급했다. 그 결과 뎅기열 환자 수도 급감하며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최근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유전자를 항(抗)말라리아 유전자로 탈바꿈시켰다는 연구도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해 말라리아 전파 모기를 전파 능력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RNA 기반의 인공 제한효소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달시켜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

현미경으로 확대한 이집트숲모기[AP]

영국 생명공학 기업 옥시텍도 암컷 모기를 죽이는 수컷 모기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변형시킨 유전자 조작된 수컷 모기가 야생서 암컷과 짝짓기 할 때서 조작된 유전자가 새끼에게 전달되는 점을 노렸다. 이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암컷 모기는 애벌레나 번데기 무렵 죽는다. 대신 수컷 모기는 살아남아 다시 후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게 된다. 모기는 암컷만 사람의 피를 빨기 때문에 암컷 개체 수를 줄여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는 실제 플로리다주 키스 지역에 유전자 변형 모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모기 1000마리가 든 상자 여러 개를 매주 6곳에 설치해 14만마리를 도심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편 유전자 조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조작된 유전자 모기가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학계에선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의 유전자만 조작하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dingdong@heraldcorp.com

2021.06.19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앞서 가는 비주얼콘텐츠페이퍼
채널명
헤럴드경제
소개글
앞서 가는 비주얼콘텐츠페이퍼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