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내 엄격한 위계질서, 따돌림” 수면 위로…‘K팝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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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걸그룹 ‘AOA’ 안에서 빚어진 멤버 간 괴롭힘 논란으로 결국 그룹은 리더 지민의 탈퇴를 결정했다. 애초 8인조로 데뷔했던 AOA는 이제 단 네 명의 멤버만 남게 된 상황이다. 가요계에선 “아이돌그룹 내의 엄격한 상하관계와 극심한 경쟁, 따돌림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사흘간 가요계는 AOA 전 멤버인 배우 권민아(27)가 ‘그룹리더 지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 떠들썩했다. 권민아는 무려 10여차례나 장문의 글을 올리며 그간의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AOA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는 4일 오후 11시를 넘긴 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민은 이 시간 이후로 AOA를 탈퇴하고 일체의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FNC는 “지민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당사 역시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통감하고 아티스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 다시 한 번 좋지 않은 일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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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AOA’ 출신 배우 권민아.

권민아는 AOA 활동 당시 지민의 괴롭힘으로 인해 AOA를 탈퇴하게 됐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됐다고 SNS에 폭로했다. 권민아의 구체적인 정황 폭로에 지민은 ‘소설’이라고 응수하다 사과했으나 권민아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러 온 모습은 내 눈에는 안 보였다”고 말해 사과 방식도 논란이 됐다.


지민은 이후 개인 SNS를 통해 “짧은 글로 다 담을 수 없지만 미안하고 죄송하다… 인간적으로 많이 모자랐던 리더인 것 같다”고 사과했으나 지난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으며, 도리어 비판만 거세졌다. 권민아 역시 지민의 사과글에 반박하며 또 다른 폭로를 이어가 사태는 악화됐다.


전·현 멤버들을 둘러싼 공방전에도 입을 다물던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민의 탈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현재의 논란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팀의 내부 상황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관리 소홀 책임도 따라온다. 일부 팬은 “가해자 한 명을 탈퇴시키고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시각까지 내비치고 있다.


파장을 키운 것은 AOA였지만 아이돌그룹 내 불화설은 이전부터 존재한 K-팝시장의 뼈 아픈 그림자다. 지난 2012년 걸그룹 ‘티아라’가 대표적 사례다. 멤버 화영의 탈퇴 과정에서 화영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며 논란의 그룹으로 낙인찍혔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양성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그룹 내 갈등 요인을 키우기도 한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개인생활을 엄격히 통제하고, 소속감을 높인다는 이유로 합숙생활을 하면서 갈등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소속사가 일일이 멤버들을 관리할 수 없어 뺑뺑이 돌 듯 연습과 스케줄 관리에만 몰두하다 보니 그룹 내 문제를 돌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문제가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는 더 많다”고 지적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 내에서 리더가 소속사를 대신하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나이·계약시기·연습생 생활 시기 등을 따진 엄격한 상하관계로 위계질서가 생겨난다. 그들만이 생활하는 숙소에서 권력을 지닌 리더에게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만들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집단 따돌림을 선생님들이 모르는 경우도 많지 않냐”고 덧붙였다.


하나의 그룹이 성장하기까지 겪게 되는 극심한 경쟁심도 아이돌그룹 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보통 가요계획사에서 신인 그룹을 키우는 방법으로 소수 멤버의 방송 출연 등 개별 스케줄을 집중하곤 한다. 한두 명의 멤버가 주목받으며 그룹 이름을 알리는 방향성이 그간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나 이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그룹이 인기를 얻어 모든 멤버가 이름을 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인기는 많지만 팬이 아니라면 특정 멤버 이름을 모르는 그룹도 있다”며 “한 그룹 내에서 인지도 차이가 큰 멤버들이 존재하다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기 멤버의 경우 개인 스케줄로 벌어들인 수익도 멤버들과 나누다 보니 결국 정산 문제에 불만을 품게 되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성장을 위해 강압적인 시스템 안에 몰아놓고, 과도한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으라고 채찍질하는 아이돌 양성 과정은 10·20대 멤버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이들이 한데 모여 생활하는 과정에서 아무 문제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순진한 발상이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AOA 문제로 수면으로 드러났을 뿐, 아이돌그룹 내 불화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나올 것”이라며 “아이돌그룹 내 불화설, 지나친 경쟁은 세계적으로 성장한 K-팝의 이면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성공을 향한 채찍질만큼 그룹과 멤버 개개인이 겪는 마음의 상처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돌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팀 내 갈등으로 몇 번이나 문제가 불거져도 소속사에선 방관자로만 존재하고 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10·20대가 함께 생활하다 보면 문제는 나올 수밖에 없고, 소속사가 모든 것을 다 알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대화시간을 자주 마련하거나 갈등을 다룰 수 있는 중재자를 둬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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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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