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기는 필수조건은 '젊음'이 아니다

[컬처]by 헤럴드경제
인생을 즐기는 필수조건은 '젊음'이

(사진=KBS, tvN 방송화면)

실버 세대가 풋풋하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고생스러운 배낭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폭 넓은 시청 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와 이전 시즌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순항 중인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이야기다.


‘같이 살래요’는 박효섭(유동근)-이미연(장미희)의 로맨스와 그들의 자식 세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효섭과 이미연이 연애를 하고 동거하는 이야기가 극의 중요 러브라인 중 하나다. 이 러브라인이 극 중반부에 접어들 때까지 작품의 인기를 견인한 힘이다. 밝고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한 박효섭과 이미연의 모습이 전 연령층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최근 박유하(한지혜)-정은태(이상우) 커플과 박재형(여회현)-연다연(박세완)-최문식(김권) 삼각관계 이야기의 비중이 커지며 박효섭-이미연 커플의 비중이 줄어들긴 했으나 알콩달콩한 두 사람의 모습은 여전히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 가장 큰 이유다.


‘꽃보다 할배’의 네 번째 시리즈인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과 이서진의 동유럽 여행기를 담는다. 나영석 PD의 대표 예능 브랜드인 ‘꽃보다’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꽃보다 할배’는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을 사로잡고 서로를 챙기며 여행을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과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새 멤버 김용건의 합류로 색다른 재미까지 전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첫 회 방송에서 9%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9.2%,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후 꾸준히 8~9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인생을 즐기는 필수조건은 '젊음'이

(사진=tvN, KBS 방송화면)

여전히 설레는 노년의 사랑과 도전

최근 몇 년 사이 실버 세대를 위한 대중문화 콘텐츠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대중문화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실버 세대를 위한 콘텐츠 증가 역시 사회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주민등록 인구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02%를 차지한다. 국제연합(UN) 구분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14%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에 진입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버 세대를 위한 콘텐츠 증가는 자연스러운 추세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드라마 ‘같이 살래요’와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가 호응을 얻는 특별한 이유는 삶의 활력이 넘치는 실버 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같이 살래요’는 긴 세월 동안 자식들의 ‘부모’로만 살아왔던 박효섭과 이미연이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을 통해 60대의 사랑 역시 20대의 사랑만큼이나 풋풋하고 발랄하고 설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박효섭을 웃게 해주기 위해 애교를 부리는 이미연이나 이미연을 위해 학생들 앞에서 커플티를 입는 박효섭, 인형뽑기 기계에서 인형을 뽑아 선물해주는 모습, 다툰 뒤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거나 함께 요리를 하며 신혼부부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 모두 그동안 젊은 세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장면들이다. 하지만 주체가 60대 남녀가 되자 익숙한 이야기가 특별해진다. 박효섭과 이미연의 로맨스는 극에서 그려지는 자식 세대의 로맨스보다 오히려 더 밝고 귀엽고 풋풋하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 역시 인생의 황혼기라 불리는 70·8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무엇인가 경험하며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독일과 체코,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의 그림 같은 풍경보다 더 눈을 끄는 건 바로 노년의 다섯 사람이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다. 머리가 희끗한 나이가 된 배우들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 신선한데 여행지에서 눈을 빛내며 하나하나 눈과 마음에 담는 모습은 실버 세대 역시 젊은 세대와 다를 것 없이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사랑이나 도전의 필수 조건으로 ‘젊음’을 떠올린다. 우리는 주로 젊은 층에게 삶의 활력을 기대하고 노년층에게는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 이 두 프로그램의 가치는 이런 선입견을 깨고 젊은 세대의 전유물 혹은 특권처럼 여겨지던 풋풋한 로맨스와 열정적인 도전을 이미 청춘이 지나간 세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근은 ‘같이 살래요’ 속 박효섭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우리 나이 되면 다들 그렇게 사니까. 늙으면 그렇게 죽은 듯이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왜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거지? (…)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줄 알았어. 근데 지금 이 나이 돼보니까 내 마음은 아직 펄펄 살아있더라. 여기 이놈은 늙지도 죽지도 않아”라고.


나이가 들면 자식 세대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사회의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나길 강요받는다.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단 자식 세대의 서포터가 되어주길 기대 받는다. 하지만 ‘같이 살래요’와 ‘꽃보다 할배 리턴즈’로 대표되는 최근의 방송 프로그램은 중·노년층을 사랑과 도전의 주체로 설정하며 그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이 점이 '같이 살래요'와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가치가 아닐까.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culture@heraldcorp.com

2018.08.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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