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낸 류석춘, 그러나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 해명은 빠졌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강의 중 여학생에게 “한 번 해볼래요?”라고 말한 경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한 내용에 대해선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류 교수는 강의중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진 것에 대해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교수는 23일 헤럴드경제에 보낸 A4 용지 두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문제의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며 이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매춘이 식민지 시대는 물론 오늘날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매춘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했다”며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수강생들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 번 해 볼래요?’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이 발언은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이 절대 아니다. 차별을 위한 혐오발언도 전혀 아니다”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녹음 파일의 해당 부분을 확인하면 이 맥락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고 했다.
하지만, 류 교수는 논란에 불을 지핀 ‘일분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세간에서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식민지 시대의 상황이 사실은 객관적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최신 연구결과인 이영훈 교수 등의 연구 성과를 인용하면서 직선적으로 설명했다”며 자세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입장문에서 “학문의 영역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고 이성의 영역”이라며 “강의 내용에 선뜻 동의 못하는 일부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바로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자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이다.
류 교수는 강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진 것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느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에게는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 있다”며 “바로 강의실에서 행해진 발언과 대화를 교수의 동의 없이 녹음하고 외부에 일방적으로 유출해, 강의 내용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외부의 언론으로 하여금 대대적인 보도를 하게 한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은 기존의 지식을 검증해 새로운 지식을 찾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공간이다. 학문의 자유는 바로 이걸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강의실에서의 발언은 교수와 학생 간의 토론과 대화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학술적인 세미나 등의 방식으로 논쟁할 수 있다”며 “특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사실관계를 엄밀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대학 강의실에 존재할 수 있는 권력관계를 저는 최대한 경계하며 교수 생활을 해왔다”며 “강의 소개를 할 때도 항상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성적을 잘 줄 수 있다. 다만 그런 주장을 보고서에 성실히 정면으로 제출해 달라. 논리와 자료를 가지고’라고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저에게 학생회와 대학 당국이 혐오발언과 권력관계를 문제 삼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학내외 관계된 분들에게 이 글을 공개해 저의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cook@heraldcorp.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