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딸 왜 혼자 놔뒀나” 비난에 두번 우는 장애부모들

‘실종 열흘째’ 조은누리 양 어머니, “혼자서 도서관 갈 수 있는 정도 아이였다” 답답함 호소

장애부모들 “장애 정도에 따라 혼자 이동 가능한데…부모 비난 안타까워”

헤럴드경제

청주에서 가족과 함께 등산을 나섰다가 사라진 여중생 조은누리(14)양. [헤럴드경제DB]

“지적장애를 가진 딸을 혼자 하산하라고 한 것이 잘못이다”


청주에서 가족과 함께 등산을 나섰다가 사라진 여중생 조은누리(14)양 실종이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일각에선 조 양의 실종이 부모의 책임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모가 장애를 가진 딸을 혼자 두게 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 양 어머니는 “지적장애 아이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게끔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소에도 20분 거리의 도서관도 혼자 다닐 수 있는 아이였다”고 밝혔다.


1일 조 양 어머니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부 비난 여론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보였다. 그는 “아이는 혼자 차도를 걸어서 치료실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30~40분 거리의 길도 왕복시키며 평소 훈련을 많이 시켜왔다”며 “물론 이 산은 처음 가는 곳이었지만 1톤트럭이 오갈만큼 넓은 길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양 사건을 둘러싼 부모 비난론은 사건 초기부터 나왔다. 조 양은 지난 23일 오전 10시 40분께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에서 조양이 실종됐다. 조 양은 부모와 함께 산길을 오르던 중 벌레가 많아지자 “먼저 내려가 있겠다”고 한 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왜 장애를 가진 딸을 산에서 혼자 내려가게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지적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에 대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답답해했다. 지적장애 2급 중학교 1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한 부모는 “지적장애 아이들이라고 해서 혼자서 이동을 못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 아이는 혼자서 대중교통도 탈 수 있고 20분 거리의 학교도 다닌다”라며 “어느정도 인지능력이 있다면 부모가 혼자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인데 부모가 24시간 감시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모든 장애인을 다 보호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은 장애 현실을 잘 모르는 시선”이라며 “장애 정도에 따라 부모가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는 얼마든지 달라진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깊은 산속이라면 모를까 조 양이 혼자 내려간 길은 넓은 길이었고 그 길이도 500m로 다소 멀지 않은 거리고, 평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만큼 인지능력이 좋다면 부모가 충분히 혼자 하산시켰을 수 있다”며 “장애 부모들은 기본적으로 인지가 되는 경우 혼자서 이동하는 훈련을 많이 시킨다. 언젠가는 사회에서 혼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장애부모들은 홀로 할 수 있게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2019.08.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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