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합의 불발… ‘코로나19 충격’ 속 원유 시장 불안감 고조

[비즈]by 헤럴드경제

주요 산유국들, 하루 1000만배럴 감산 논의

멕시코 거부로 불발

기대 밑도는 논의 내용에 시장 실망... 합의 불발에 충격 불가피

G20 에너지장관 회의 내용 또다른 변수

헤럴드경제

9일(현지시간) 하루 1000만배럴 생산 감축을 골자로한 OPEC+의 감산안이 멕시코의 수용 거부로 불발됐다. 이날 기대를 밑도는 감산 논의 규모 하에 급등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는 폭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EPA]

9일(현지시간) OPEC+(석유수출기구 및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가 하루 1000만배럴 규모의 감산계획 합의에 실패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수요 급감 사태를 맞고 있는 원유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계획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예상치를 믿도는 감산 논의 규모와 이어진 합의 불발로 급락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 유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증산 경쟁’으로 2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OPEC+는 지난달 6일 원유 수요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감산에 논의했으나 증산을 지속하겠다는 러시아의 불참으로 결렬됐다. 이후 사우디가 4월부터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러시아에 맞불을 놓으면서 가뜩이나 과잉 공급에 흔들리고 있던 원유 시장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이날 OPEC+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내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하루 1000만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에 나선다는 계획에 합의점을 찾는 듯 했다.


수요 급감과 원유 초과 공급에 따른 펀더멘탈 위기에 공감하면서 다수의 회원국들이 감축 계획 동참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원유 과잉 생산이 산유국들을 약하게 만들면서 글로벌 원유 산업이 출혈을 겪고 있다”면서 “우리는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각각 하루 330만배럴, 200만배럴 씩 총 500만배럴 규모의 감축분을 떠안는 한편, OPEC+이 7월부터 올해 말까지 하루 800만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하루 600만배럴 등 감산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감산 계획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산 경쟁 종식과 OPEC+의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로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이날 1000만배럴 감산 계획이 공개되자 전날 종가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하루 최대 30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 감소분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브렌트유 6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14%,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은 배럴당 9.3%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예상되는 일일 3000만배럴에 달하는 수요 감소분을 감안할 때, 시장은 이번 OPEC+의 합의 내용이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유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원유시장 부문 비오날 톤하겐 책임자는 “아마 시장은 발표된 것보다 좀 더 많은 규모의 감산에 배팅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1000만배럴 감산 합의마저 불발되면서 원유 시장은 더욱 거센 ‘충격’에 휩싸일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긴급 회의는 멕시코의 수용 거부로 결국 합의 없이 끝났다. OPEC+은 10일 다시 회의를 열어 감산안을 계속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OPEC+ 감산 회의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등 OPEC+ 외 산유국들이 감산 노력에 동참할지 여부도 향후 국제 유가의 향배를 가름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생산은) 시장 논리 하에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감산을 촉구하는 국제 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서는 10일 사우디의 주최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 특별 화상회의에서 OPEC+ 측이 원유 수입국에 전략 비축유 확대 등을 명분으로 수요를 적극적으로 늘려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사우디가 OPEC+를 대표해 미국, 캐나다 등 OPEC+ 외 산유국에 하루 5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2020.04.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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