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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던 ‘남해바래길’의 온기(溫氣)

by헤럴드경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해군 창선도 고사리길


독일마을 낀 자암 김구(金絿)의 ‘화전별곡’길


지구촌 최소 ‘둘리 화석’, 아기공룡 발자국도


죽방렴 멸치쌈밥, 얼다녹은 甘시금치차 필수


서포 김만중 구운몽길, 미국마을 앵강다숲길


전지훈련 메카 바다노을길, 노량대첩 호국길


청년예술가들 ‘늘 그대로’展 로제,BTS 처럼 위로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매력 포인트가 많아 ‘보물섬’이라 불리는 경남 남해군 지도를 펴놓으면 아기가 엄마 무릎 위에서 편히 놀고 모정이 보살피는 모양을 닮았다.


감성이 풍부하거나 논리적 비약으로 재치 부리는 여행자는 성가족 모자(母子)의 사랑을 묘사한 ‘피에타’의 행복 버전이라고 상상력을 발동한다.


아름다운 풍경, 건강한 미식, 숱한 핫플레이스와 줄곳 동행하는 231㎞ ‘16+3코스’ 남해 걷기여행길에서, 여행자는 마치 다시 어린 아이가 되어 엄마 품에 안긴 안온함과 안전함을 느낀다.


미조 설리 스카이워크 38m 그네를 탄 청년들의 명랑·발랄함과 모정의 따스함은 대조적인데, 그 다채로움을 남해군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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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소리 맘이 설렌 바래길= 심리적 안정, 내면의 성장, 동반자와의 정감 등 효과가 있다는 걷기여행 중 남해군 코스 이름은 ‘바래길’로 통칭된다.


바래길은 물 빠진 후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수산물을 채취하러 가는 길을 뜻한다. 동요 ‘섬집아기’ 가사 처럼,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는 길’,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집으로 달려오는 엄마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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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꽃밭이라는 뜻의 화전(花田)이라 불리던 남해는 모정(母情) 같은 인심 속에 갖가지 매력을 발산하는 곳, 단언컨대 ‘보물섬’이다.


창선 고사리길,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길, 노량대첩 호국길 등 건강하고 편안한 트레킹길 말고도, 독일마을, 장승 있을 자리에 ‘자유의 여신상’이 서있는 미국마을, 스페인마을 등 이국적 풍취, 뮤지엄 남해를 비롯한 10여개 예술공간, 높이 38m 그네가 있는 핫플레이스 미조 설리스카이워크, 물미전망대, 금산과 보리암, 국립편백휴양림, 남해군의 멋·맛·흥을 노래한 ‘화전별곡’의 자암 김구(金絿)와 충무공, 서포 등 호국과 문학의 자취, 가인리 아기공룡 발자국 등 독특한 매력을 다채롭게 품었다.


바래길은 8개 시군으로 연결된 경남 웰니스관광클러스터의 중요한 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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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어디에도 없는 고사리길= 2021년식 바래길은 개통 10주년이던 지난해 리모델링한 ‘버전2.0’이다. 16개 본선과 3개 지선 중 11개 코스가 남파랑길(90개) 중 36~46 구간과 겹친다. 승용차로 원하는 곳에 내리는 식으로 골라 걷기가 자유롭다.


4코스 고사리밭길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길이다. 창선도 15㎞를 걷는 내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사리 군락지를 지난다. 연중 절반은 붉고, 절반은 푸르다. 쌀쌀한 날씨 철에 가면 붉은 산이 푸른 바다와 동행하고, 4~10월은 대규모 목장, 초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사리의 영양분 축적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보니, 고사리 밭 틈새에서 드문드문 살아남은 나무들의 생명력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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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면행정복지센터를 출발해 동대만휴게소, 동대만 둑을 거친 뒤, 대한민국 고사리의 40%를 공급하는 고사리 밭 사잇길로 걷는다. 국민 밥상 위에 오르지 않은 고사리는 초록색 삼각형 어른풀로 자라나 또 하나의 푸른 물결은 만들어낸다. 대관령 초원은 매끈하고, 가파도 청보리는 거친데, 창선도 고사리물결은 그 중간, 딱 적당하다.


▶다랭이 초원과 사우스케이프 필드= 식용 고사리 채취기간인 3월부터 6월까지까지만 사전예약제(055-863-8778)로 운영된다. 안내인들이 화, 목, 토, 일요일에 함께 걷는 방식이다.


5-6월은 하루 120명까지이고, 그 이후엔 자유탐방할 수 있다. 3~6월에도 가인마을~적량마을 5㎞는 개별 탐방할수 있다. 산중 고사리밭에서 내려오다 보면 다랭이 마을처럼 고사리 다랭이밭도 보여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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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골프장에 늘 국내 1~2곳이 포함되는데, 창선면 사우스케이프의 글로벌 평가는 늘 대한민국 최고이다.


▶뮤지엄 남해= 창선에 최근 초원 옆 미술관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린다. 동창선초등학교 폐교터를 리모델링한 뮤지엄 남해엔 미술관, 청년예술가 육성 및 창작공간, ‘작가와의 만남’ 토크콘서트 카페에다, 청소년을 위한 놀이터, 물놀이장, 사전 예약제(055-867-2021) 동창선 아트스테이 캠핑장도 있다.


청년 예술가 하지혜는 하늘을, 김경민은 달을 소재로, 어려움을 참아내고있는 국민들을 위로한다. 이들은 ‘남해를 닮다’, ‘늘 그대로 있더라’는 메시지를 공유한다. 블랙핑크 로제의 ‘On the ground’, 방탄소년단(BTS)의 ‘Be’에 담긴 뜻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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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해안선과 동행하다 헤어졌다 만나기를 거듭하는 바래길(코스번호)은 유배문학관, 차산리 습지생태탐방로(1), 비자림단지(2), 창선·삼천포대교(3), 세계에서 가장 작은 1㎝ 남짓 아기공룡 발자국 등 가인리해변 1500개 화석 산지(4), 적량 해비치마을, 사우스케이프(5), 지족해협 죽방렴, 물건방조어부림(6), 파독 간호사 등의 보금자리 독일마을과 양(羊)마르뜨 언덕, 편백휴양림(7)을 거친다.


▶자연상태 농수산물, 먹는 것이 믿는 것이다= 또, 설리해변, 힐링아일랜드 청사진을 가진 조도-호도(8), 서포 김만중의 노도(9), 꾀꼬리 소리처럼 맑고 청아하다는 앵강만, 미국마을, 바래길탐방안내센터(10), 다랭이마을, 사촌해변(11), 임진성과 천황산(12), 남해안 전지훈련의 메카 남해스포츠파크(13), 이순신 순국공원(14), 노량선착장, 남해대교(15), 대국산성(16) 등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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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곳에 예술가와 문인이 몰려드는 것은 동서고금 공통된 이치다. 최근 뮤지엄남해, 남해각이 문을 연데 이어,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한 스페이스 미조가 곧 오픈한다.


이미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해오름미술관, 바람흔적미술관, 길현미술관, 갈화삼베마을, 북창선초등학교터 리모델링 미술관, 원예예술촌, 빛담촌예술팬션촌, 노도문학의섬, 대책의공간-돌창고 예술카페 등이 곳곳이 있다.


남해의 3대 로컬푸드는 고사리와 섬마늘,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시금치(보물초)이고 대표 수산물로는 충무공 학익진 병법 모양의 전통어로시설 죽방렴으로 밀물때 받아낸 상처 없는 남해 멸치이다.


강된장과 청정멸치가 만나 깊은 구수함을 풍기는 멸치쌈밥과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야생에서 굳세게 자라며 단맛이 짙어진 시금치요리와 시금치 차를 흡입하지 않으면 남해에 가지 않은 것과 같다.


시설 농수산물 채취를 좋아하지 않는 남해군의 활어회와 갈치요리도 일품이고, 경제개발의 마중물을 벌어들인 파독 간호사의 유산, 부어스트 등 독일가정식도 남해군 대표 푸드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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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여러 면에서 제주도를 따라잡으려 한다는 말에 몇몇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핫플레이스 숫자의 비교일까, 취향의 차이일까. 거두절미하고, 서양 속담 대로, 가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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