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빅히트, 왜 사명을 바꿨을까?

[비즈]by 헤럴드경제

디지털 플랫폼 공화국의 완전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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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대박기획’의 영어명이다. 매출과 이익 창출 극대화의 염원이 담겨있는 BI(Brand Identity)이며, 산업화 시대의 느낌이 물씬 나는 회사명이다.


그래서 빅히트는 이미 디지털, IT 기업으로 전환했는데, 이번에 사명도 아예 연결·확장·관계를 의미한다는 ‘하이브’로 바꿔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기존 음악기획제작사의 사명들은 연예기획사로서는 선두주자였던 SM처럼 창립자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붙여진 회사들이 많다. 산업화 시대에 탄생한 3대 연예기획사도 어느덧 대형화, 노후화한 부분들이 생기게 됐다.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 차이는 점점 더 분명해졌다.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옛날 방식은 더욱 옛날 티가 나게돼있다. 그것의 가장 좋은 예는 최근 가수 비의 행보다. 비가 ‘집사부일체’에서 자신이 제작하는 아이돌그룹 싸이퍼를 몰래카메라 형식을 빌어 장시간 홍보한 것은 전형적인 산업화 시대 홍보방식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철 지난 방식이라 위근우 평론가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위근우 평론가는 “요즘 본인 및 소속가수 홍보 차 방송 여기저기 출연 중인 비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저 사람은 설마 자기가 잘해서 ‘깡’이 뜨고 싹쓰리가 뜬 걸로 아는 건가 싶어요”라면서 “구시대적 존재로서 발전은 못했는데 동시대적 쿨함을 연기 중이라 계속 오작동이 나죠”라고 했다.


구시대적 존재. 발전(성장, 변화) 없이 그냥 무대에 오르다가는 오작동이 난다는 위 평론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 점에서 3대 기획사도 예외가 아니다.


3대 기획사는 모두 산업화 시대에 성장한 음악기획제작사들이다. 이수만이 70세, 양현석 53세, 박진영 50세다. 창업자의 나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들도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직시하지 못하고 구체제 유지에 급급하다가는 대형기획사도 순식간에 반조각이 돼버릴 수 있는 시대다.


기자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비유하면 빅히트는 테슬라, 3대기획사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에 해당한다고 한 적이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도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을 생산한다. 이와 연관된 3대 기획사의 최근 행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3대 기획사중 YG는 얼마전 워낙 대형사고에 연루된 적이 있어서인지 조심하는 게 역력하다. YG는 블랙핑크와 멤버 로제의 글로벌 초대박 성과와 빅히트와 손을 잡는 플랫폼 콜래보레이션 등은 매우 좋은 호재다.


JYP는 트와이스의 프로모션 사이에 9명의 일본인 멤버들로 만들었던 ‘니쥬(NiziU)’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디지털 체제로의 전환은 안보이지만 자신들이 잘하는 걸 계속 한다는 실속형이다.


반면, 최근 SM은 성과는 별로 눈에 잘 안들어오고 사고가 유독 크게 부각된다. SM은 NCT나 에스파 등 사내 후배그룹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콘셉트와 세계관을 가진 세련된 콘텐츠로 만들었다.


특히 4명의 실제 멤버와 4명의 디지털 휴먼 캐릭터를 보유한 에스파는 콘셉트는 잘 잡았고, 디지털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Black Mamba’ 등에서 보면 가창의 완성도는 별로다. 무엇보다 책상 위에서만 만들어진 디지털 느낌이 나며,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것 같지도 않다.


그룹 슈퍼엠도 멤버들의 스타성에 비해서는 국내 반응은 극히 미약하다. 해외용으로 만들었다 해도, 국내에서 이 정도의 반응이면 “스타를 신인으로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SM은 최근 멤버들의 일탈까지 잇따라 발생해 퇴보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앞으로 나가도 잘 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시기라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유노윤호는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를 의심받게 됐고, 찬열은 전여친에게 저격 당하고, 아이린은 ‘갑질’ 이미지를 남겼다. 아이돌 멤버로서는 가장 안좋은 이미지다.


최근 음악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환기에는 부자 기획사도 잘못하면 쉽게 망하고, 가난한 작은 기획사도 단숨에 올라올 수 있다는 점, 특히 새로운 시대(디지털)에 맞는 문법으로 콘텐츠를 소통시키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잘 안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될 수 있다는 긍정성과 열정을 실천하며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력까지 보여주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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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산업은 브로드 커버리지, 하이퍼내로우 서비스, 즉 전체를 포괄하면서 개개인의 요구를 맞춰주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서비스를 지향한다. 지금은 음악기업들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할 때다.


빅히트는 최근 회사명을 마꾸면서 미션, 조직 구조, 신사옥 등 기업 전반에 걸쳐 단행된 변화를 공표했다. 방시혁 의장은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이라는 안정적 삼각축 구조를 바탕으로, ‘하이브’ 시대에도 음악의 힘을 믿고, 산업을 혁신하며,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로써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의 상상력과 즐거움이 가득한 음악속에 묵직한 메시지 하나를 던져 세계인을 연결시키고, 긍정적인 관계와 상호작용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프로젝트들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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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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