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숨결을 찾아 바르셀로나 여행
가우디의 초기작, 투구 모양의 가로등 |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려던 이유 중 8할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때문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고집불통 천재 건축가 가우디. 그를 빼놓고는 감히 바르셀로나를 논할 수 없다. 바르셀로나의 얼굴, 상징이 되어버린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말고도 그의 작품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레이알 광장에 놓인 초기작, 투구 모양의 가로등까지!
가우디의 숨결을 찾아다니는 여정
여전히 공사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
바르셀로나는 여행 계획이 필요 없는 곳이다. 독창적인 건축 기법을 선보였던 가우디의 흔적만 찾아다녀도 2박 3일쯤은 가뿐하게 보낼 수 있으니까. 대표작으로 꼽히는 건 단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이다. 1882년 첫 삽을 떴는데 여전히 미완성이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마자 이곳부터 챙겼다. 과연 가우디의 명성에는 이유가 있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기상천외한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몇 개의 낱말로 정의할 수 없는, 단 몇 줄의 문장으로 표현할 길이 없는 독특한 모습에 홀려 한참 동안 성당을 바라보았다. 이 성당은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보고 느끼는 수밖에!
(왼쪽)건축의 아이디어는 자연 속에서 얻었다. (오른쪽) 시대를 앞서가는 초현대적인 감각. |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지금까지 보아온 것들과 아주 다른 것이었다. 성당이라기엔 희한해도 너무나 희한했다. 도대체 이런 상상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정답은 자연에 있다. 영감의 원천은 언제나 자연이었다고.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나무를 바라보며, 탐스러운 올리브가 알알이 맺힌 올리브 나무숲을 마주하며.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 순수함에 매료되어 자연과 교감하며 영감을 얻었다. 가우디 건축물은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한 점의 그림이나 짜임새 있게 잘 만든 영화처럼 보는 이에게 영감을 주는 하나의 작품이다. 역시 자연과 친해지는 것만한 공부가 없다.
든든한 후원자, 구엘이 꿈꾸던 공간
자연미와 조형미를 두루 갖춘 구엘공원. |
안토니 가우디에겐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에서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했던 것처럼, 가우디에게도 구엘이라는 후원자가 있었다. 직물업으로 부자가 된 구엘은 가우디가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한날 구엘은 영국의 전원도시를 둘러보다가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멋진 공간을 꿈꾸게 되었다. 가우디에게 설계를 의뢰해 그 상상을 실행에 옮긴 곳이 바로 구엘공원이다. 처음 계획은 60여 채의 고급 주택을 지어 부유층에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너무 앞서갔기 때문일까? 겨우 건물 2채를 짓는 데 그쳤다. 하마터면 고급 주택단지로 묶여 구경도 못할 뻔한 가우디의 작품. 예산 부족 문제로 작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되어 지금은 공원이 되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휴식처로, 여행자들에겐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
한때 고급 주택 단지를 꿈꾸었던 구엘 공원의 일부. |
가우디는 구엘이 청했던 대로 자연미와 조형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바위가 많고 비탈진 땅에 얹힌 공원인데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갖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깨진 도자기로 모양낸 화려한 빛깔의 장식, 물결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벤치, 위태롭게 기울어 있는 아치.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단언했던 그답게 어느 것 하나 자연을 닮지 않은 것이 없다.
자연을 닮은 주택
건물 외관이 물결처럼 굽이치는 모습, 카사 밀라. |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건축물과도 다르다. |
놓치면 후회할 가우디의 작품이 하나 더 있다. 카사 밀라. 신도시 계획으로 세워진 주택 건물이 가우디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났다. 사람이 사는 공간이지만 건물 전체가 예술 작품. 파도처럼 흐르는 건물 외관의 곡선이 산 능선 같기도 하고 바닷가의 해안선 같기도 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주택으로도 손색없는 면모를 보인다.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는 옥상. 환기구가 기묘한 형상이다. 진흙을 손으로 조물조물 빚어 만든 듯한 모습.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신선한 광경이어서 외계인이 남긴 흔적이라고 우겨도 될 듯하다.
당시에는 망측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건축물. |
카사 밀라에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다. |
하물며 건축 당시엔 어땠을까.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생경한 건축 양식으로 한때 카사 밀라는 논란의 중심, 도마 위에 올려져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건축물이 무려 100년도 더 된 작품이라니! 기존에 있어왔던 건축 양식과 재료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력을 발휘한 결과다. 유네스코는 위에 언급한 건축물들을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이라는 명칭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은 안토니 가우디 하나만 챙겨도 흡족하다. 건축에 문외한이어도 가우디의 숨결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이것도 가우디의 작품, 카사 바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