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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빛깔만큼 다채로운
모로코의 시장

by안혜연

시장에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숨결을 느껴진다. 삶의 향기가 짙게 밴 소박한 일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은 이방인에게 아주 흥미롭다. 그곳의 문화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데 시장만 한 곳이 없다. 모로코의 오래된 도시에는 메디나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메디나는 아랍어로 도시를 뜻하는데, 모로코에서는 구시가지로 통한다. 둥그스름한 아치형의 문을 통해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메디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벌집처럼 촘촘하게 들어앉은 집들과 구불구불 미로처럼 복잡하게 뻗은 골목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거대한 삶의 터전 속에 시장도 있다.

빛깔만큼 다채로운 모로코의 시장 빛깔만큼 다채로운 모로코의 시장

(왼쪽) 좁은 시장통을 오가며 물건을 사는 모로코 사람들 (오른쪽) 이른 아침, 메디나 안 시장에서 도넛을 사가는 남자

모로코의 먹을거리가 한자리에!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먹을거리다. 밥과 국, 찌개와 반찬을 한상에 차려먹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밥상이 여기, 시장으로부터 탄생한다. 부산한 시장통, 좁은 골목길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빵 굽는 냄새다. 모로코의 주식은 홉즈, 빵이다. 목욕탕과 이어져 있는 빵 굽는 가게에서 날마다 빵을 굽는다. 아궁이처럼 만들어 놓은 커다란 화덕에서 고소한 냄새가 끊이질 않는다. 한 개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얼굴만큼 큰 빵,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야들야들한 바게트 한 개가 단돈 1~1.2디르함. 우리 돈으로 200원이 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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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모로코에서 주식으로 먹는 빵 홉즈 (오른쪽) 아궁이처럼 만들어 놓은 커다란 화덕에서 쉴 새 없이 빵을 굽는다.

모로코 요리의 비결은 다름 아닌 시장이었다. 모든 요리의 기본은 신선한 재료 아니던가. 시장에서는 질 좋은 과일과 채소를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고깃간에는 정형사의 칼이 닿기 전의 고기가 통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소와 양 그리고 낙타까지! 원하면 모이를 먹고 있는 닭까지 잡아 손질해 내어주기도 한다. 고기의 종류는 제법 다양한데, 안타깝게도 돼지고기만은 찾아볼 수 없다. 이슬람 문화권인 모로코에서 돼지고기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 간식 삼아 집어먹는 대추야자, 산처럼 뾰족하게 쌓아놓은 향신료, 모로코 사람들이 요리에 즐겨 쓰는 갖가지 빛깔의 올리브와 절인 레몬도 보인다. 신기하고 낯선 식재료로 둘러싸인 시장에서 무심코 던지는 시선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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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모로코에서는 돼지고기를 제외한 다양한 고기를 즐겨 먹는다. (오른쪽) 수시로 집어먹는 간식, 대추야자. 달콤하고 영양분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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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올리브와 절인 레몬은 모로코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 (오른쪽) 채소 가게. 모로코 요리의 주 재료인 신선한 채소를 저렴하게 판다.

여행자의 얄팍한 지갑을 난감하게 만드는 시장

현지인이 주로 드나들어 붐비는 시장이 있는가 하면, 여행자들의 지갑을 얄팍하게 만드는 난감한 시장도 있다. 여행자가 유독 많은 마라케시, 페즈 등의 시장은 쇼핑 천국. 지갑을 열지 않고는 좀처럼 배길 수 없는 아이템이 많아도 너무 많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일일이 짠 모로코의 카펫은 윤기 넘치는 색깔에 기하학적 패턴의 디자인이 독특한 멋을 낸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염색 과정과 무두질을 통해 만든 가죽 가방도 탐나는 아이템. 모로코 특유의 화려한 색채가 묻어나는 도자기와 그림의 유혹도, 여행자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드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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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독특한 디자인의 가죽 가방 (오른쪽) 보면 볼수록 탐나는 그릇,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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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모로코의 다채로운 빛깔을 고스란히 머금은 그림 (오른쪽) 화려한 무늬가 인상적인 도자기

생기가 넘치는 어시장

투박한 어촌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항구의 어시장. 모로코 지도를 펼쳐보면, 한쪽 면이 거친 대서양을 면하고 있다. 바다를 마주 본 도시에 가면 크고 작은 항구가 있고 항 주변으로는 아담한 어시장이 펼쳐진다. 항구의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에싸웨라의 어시장은 조촐하지만, 생기 도는 분위기만큼은 어느 항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짙푸른 바다의 거센 파도를 헤치고 들어온 씩씩한 고깃배에는 물고기가 한가득 실려있다. 바다를 닮은 파란 배가 둥둥 떠있는 풍경이 강렬하다. 날 것 같이 투박한 어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에싸웨라. 툭 쳐낸 생선 머리를 콕 쪼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날갯짓하는 갈매기, 호시탐탐 생선을 노리는 살 오른 고양이와의 만남도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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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바다를 닮은 파란 색깔의 배 (오른쪽)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항구의 어시장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 제마 엘프나 광장에 펼쳐지는 야시장

늦은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는 야시장도 있다. 모로코 한가운데 자리 잡은 마라케시, 제마 엘프나에서 열리는 시장이다. 예전에 공개 처형장으로 쓰였던 곳인데, 죄인의 목을 걸어놓아'사자의 광장'이란 뜻의 이름이 붙었다.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밤이 되면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잡상인들은 저마다 제 물건을 팔기 위해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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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좌판을 펼쳐놓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

이곳에는 시장 말고도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충분한데, 별별 희한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였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거리의 악사가 있고, 사람들에게 첩첩이 둘러싸인 이야기꾼도 있다. 코브라와 절친해 보이는 뱀 장수도 보이고 비아그라를 취급하기라도 하는 건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돌팔이 약장수도 등장. 주문 즉시 생과일로 즙을 내어주는 값싼 오렌지 주스와 소라처럼 쏙 빼먹는 삶은 달팽이가 유달리 인기다. 낮에는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밤에 모습을 드러내는 모로코식 포장마차에서 먹는 야식은 야시장에서 누리는 흥을 한껏 돋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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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무런 거리낌 없이 뱀과 키스를 나누는 남자 (오른쪽) 제마 엘프나 야시장의 흥미를 더하는 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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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단백질이 풍부한 달팽이를 삶아 이쑤시개로 꺼내 먹는다. (오른쪽) 세계테마기행에 나올 법한 독특한 먹을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