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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선흘 곶자왈 동백동산

용암이 만든 특별한 숲

by아이러브제주

용암이 만든 특별한 숲

곶자왈로 들어서면 먼물깍이라고 하는 암반지대 위에 만들어진 연못이 있다. 동백동산 습지를 대표하는 곳으로 비가 오면 빗물이 고이기도 하고 지대가 낮아 곶자왈 내 흘러내린 물이 모이기도 한다. 이 일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면서 보호되고 있으며, 연못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인 순채가 군락을 이룬다.

제주에는 특별한 숲이 있다. 화산활동 후 투박한 용암 위에 오랜 시간 풀과 나무가 우거지면서 만들어진 숲으로 제주사람들은 이곳을 곶자왈이라 부른다. 대부분 바위와 자갈이 많아 척박한 곳이었기 때문에 버려진 땅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역사의 고비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개발에 밀려 점점 면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숲의 가치와 중요성이 이야기 되면서 한편으로는 빛을 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여러 곶자왈에는 산책길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다.

용암이 만든 특별한 숲

1. 숲으로 떠나는 여행은 달리기나 등산과는 다르다. 천천히 자신의 능력에 맞게 오감을 열고 자연과 함께 하면서 숲을 즐겨야 한다. 2. 숲은 사람이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키워낸다. 종가시나무가 열매를 만들고 다시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3. 동백동산은 국내에서는 가장 넓은 상록수림지대를 자랑한다.

제주의 곶자왈은 용암의 흐름에 따라 10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동백동산을 포함하고 있는 선흘곶자왈은 그 가운데 하나이다. 동백동산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상록수림지대로 희귀식물이 많고 사계절 푸른 숲의 향기가 있어 산책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명성 그대로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면 꽃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하는 백서향의 자생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수들이 빽빽히 하늘을 가리고 나뭇잎 틈새로 들어오는 파란 하늘빛이 눈부시다. 누가 일부러 쌓아놓은 듯 군데군데 거대한 돌무더기가 있고 그 주변에는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크고 작은 연못이 간간이 보인다. 이는 점성이 낮아 용암대지를 만드는 파호호에용암이 먼저 흐른 뒤 점성이 높아 빨리 굳는 아아용암이 흘러 동백동산이라는 숲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서면 먼물깍이라 하는 연못을 만난다. 예전에는 소나 말에게 물을 먹이는 곳이었으나 동백동산 일대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서 보호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습지는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오염된 물질이나 공기를 정화하여 환경을 지켜나는 데에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먼물깍 말고도 동백동산 일대에는 습지가 많다. 밀림 같은 곶자왈의 숲과 습지는 이 일대를 동식물의 보고로 만들었으며 이는 람사르 습지에 이름을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먼물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된 순채이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꽃을 볼 수 없는 때이지만 예로부터 최고의 나물로 대접받았던 식물로 사람들의 남채와 개발로 인해 연못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충북, 울산의 두서너 곳과 제주의 동부 지역의 연못 몇 곳에만 자생지가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순채 외에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남방개, 꽃이 귀여운 어리연도 보이고 최근 발견된 남흑삼릉이 바로 옆 조그만 물웅덩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 밖에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서 새우난초, 개가시나무, 황칠나무 등 희귀식물이 많아 동백동산 일대는 람사르습지 이전에 제주도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동백동산의 숲길 산책은 실질적으로 먼물깍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숲속을 걷는 일은 운동일 수도 있지만 등산이나 달리기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새소리도 듣고 아름다운 꽃도 관찰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이곳의 나무들도 곶자왈만이 가지는 독특한 모습으로 제 살길을 찾고 있다. 돌덩이를 뿌리로 감고 있는 나무, 바위틈으로 뿌리를 길게 내린 나무도 보인다. 그리고 조금씩 나무의 열매가 익기 시작했다. 유독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가막살나무와 자금우, 아직 노란색 열매를 달고 있는 까마귀베개가 제 자랑에 여념이 없다. 쓰러진 나무 옆에는 진갈색주름버섯과 애우산광대버섯이 갓을 곱게 올렸다. 곶자왈 안은 일정한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양치류가 자라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른 곳자왈도 그렇지만 동백동산도 숲속 대부분을 가는쇠고사리가 점령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곳에는 검정개관중, 골고사리, 창고사리 등 다양한 양치류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동백나무가 많다 하여 동백동산이라 했다고 하는데 숲속으로 들어오면 동백나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두고 숯과 땔감을 만들기 위한 벌채의 결과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동백나무처럼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는 큰 나무 틈에서 버틸 재간이 없고 숲 가장자리로 밀려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는 아직도 동백나무가 많이 보인다. 조금 더 숲으로 들어가자 숯가마터를 관찰할 수 있도록 탐방로를 만들어 놓았다. 곶자왈은 제주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곶자왈을 일구어 농토를 만들기도 했고 숯을 구어내기도 했다. 동백동산에서도 숯가마터는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최근에는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주도 고유형태의 숯가마터, 숯막 등 조선시대 후기 생활유적이 발견되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용암이 만든 특별한 숲

4. 곶자왈의 숲속은 이끼류, 양치류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 5. 동백동산에서 자라는 가는쇠고사리

산책로에는 나뭇잎이 삼지창을 닮은 황칠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있고 바로 옆에는 멸종위기 식물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개가시나무도 동백동산의 가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4.3유적으로 보이는 둥그런 돌담도 보인다. 동백동산 내에는 목시물굴, 대섭이굴, 토틀굴 등 용암동굴이 많다. 이 동굴들은 4.3의 광풍 속에서 피신처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48년 4.3이 일어나고 그 해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토벌대의 소개령과 초토화작전은 마을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생활터전을 두고 고향을 떠날 수 없었던 주민들은 하나둘씩 동굴로 모여 들었다. 머지않아 발각되어 많은 죽임을 당하지만 이처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백동산은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했다.

 

한 시간 남짓 걸었는데 숲길을 거의 나왔다. 곶자왈은 생태적으로 중요하기도 하지만 제주사람들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이런 곶자왈이 점점 훼손이 되면서 면적이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동백동산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변에는 골프장이 하나 둘씩 들어서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희귀동식물의 보고라는 동백동산의 생태계적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계속적으로 지켜내는 일은 오롯이 우리 모두의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람사르습지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국제협약을 맺고 세계적으로 독특한 생물, 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중요성을 가지는 습지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강원도 대왕산 용늪을 시작으로 17곳이 등록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도 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습지, 동백동산습지가 목록에 올라가 있다.

에디터 / 이성권(자연생태해설사, 한라생태숲 숲해설가)

포토그래퍼 / 오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