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 말해줘"...선수들과 '파격 소통' 시도한 김남일 감독

인터풋볼

침체된 팀을 살리기 위한 김남일 감독의 피나는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김남일 감독은 2020년 성남FC에 부임했다. 단단한 수비를 유지하고 빠른 역습으로 기회를 만드는 실리적인 스타일을 보이면서 성남을 운영했다.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막판 뒤집기를 통해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2020년에도 그랬고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은 생존 경쟁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지향하며 안정적으로 K리그1에서 뛰길 바랬다.


그러나 2022년은 지난 2년보다 더 힘들었다. 3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이전까지 성남은 22경기에서 승점 12점을 얻는데 그쳤다. 시즌 내내 최하위를 유지했다. 득점, 실점 모두 최저 수준을 맴돌았다. 특히 42점으로 최다 실점 1위에 머무는 게 하락세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위의 팀들과 승점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김남일 감독은 백방으로 노력했다. 팬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고 영입을 통해 스쿼드를 강화했다. 전술 변화, 어린 선수들 기용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럼에도 성남은 70일 동안 승리하지 못했다. 홈 승리는 없었고 8경기 무승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전 이후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파로 2주 동안 휴식기가 있었다. 김남일 감독은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고 팀 전체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무기명으로 종이에 개선점과 바라는 것들을 적었다. 김남일 감독은 의견을 수렴하고 터놓고 이야기를 하며 선수들 생각을 들었다. 고참, 중간급, 신인들로 분류해서 식사 자리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같이 모색한 건 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30일 열린 인천전에서 3-1로 승리하며 오랜만에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올 시즌 홈 첫 승이기도 했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인천을 3-1로 잡은 요인을 물었을 때 하나 같이 의미 있었던 그 자리를 꼽았다.


알지만 모른 척했고 등돌렸던 것들을 바로잡으려고 하고 선수들, 코칭 스태프 벽을 허문 게 결정적으로 보였다. '인터풋볼'은 김남일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하 김남일 감독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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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통의 자리는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해봤다. 소통을 하는 자리를 만든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내가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서 소통을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은 잘 안 됐다. 휴식기 동안 지도자 입장이 아니라 선수 관점이 돼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하면서 선수들이 하고 싶은 말들도 잘 들었다.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여긴다.


Q. 기억나는 말들이 있나.


거의 모든 이야기가 나와 관련되어 있었다.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전술적인 것들 것 언급한 선수들도 있었다. 불평, 불만을 줄이고 모두 서로 합심해서 최선을 다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Q. 선수들을 경력으로 분류해서 식사를 했는데, 거기서도 느낀 게 많았나.


입장 차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가 가진 의견들과 고민들을 잘 들었다. 고참들과 대화해서 영감을 얻은 부분이 많다. 신인들은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생각을 전한 이들도 있었다. 선수들과 더 소통을 하는 자리를 가지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Q. 그 여파였을까, 김지수와 김훈민을 비롯해 인천전에 어린 선수들이 참 잘했다.


시너지가 나왔다. 그 친구들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운 경기였을 것 같다. 그래도 생각대로 잘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김)훈민이는 데뷔전이어서 긴장도 많이 하고 복잡했을 듯한데 100% 제 역할을 다해줬다. 자신감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는 경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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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국인 라인도 살아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밀로스가 특히 대단했다.


자신이 왜 몬테네그로 대표팀 선수인지 증명 중이다. 패스 능력을 비롯해 그동안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을 잘 채워줬다. 교감도 잘 되는 것 같다. 큰 힘이 되는 중이다. (2년을 돌아보면 나상호, 권경원 같이 분위기를 바꿀 영입이 여름에 있었다. 밀로스도 그 라인에 오를 수 있나) 그렇다.


Q. 이적시장 움직임도 반전을 위한 노력 중 하나였다. 그 과정에서 뮬리치 이적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적이 거론됐을 때 본인이 제일 서운했을 것이다. 많이 미안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프로 정신이 투철하고 성격이 워낙 좋아서 잘 받아들였다. 기분이 안 좋으면 열심히 안 할 것 같은데 묵묵히 잘해줬다. 여러모로 고마운 선수다. 오늘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휴식기 동안 웨이트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웨이트 좀 그만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커리어 동안 근력 훈련을 잘 안 한 것 같았다. 이제 와서 고치려고 하니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단점, 버릇이 계속 남아 있었는데 노력을 하고 있다.


Q. 이적시장 이슈도 잘 마무리됐고 소통을 통해 분위기를 다져 값진 승리까지 했다. 이제 성남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결과에 너무 연연했다. 조급했고 상대에만 너무 맞추다 보니 우리가 잘하는 걸 하지 못했다. 안 좋은 상황까지 이어진 원인이라고 느낀다.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 더 디테일하게 신경을 쓰면 오늘 같은 경기력,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선시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판단하는 걸 가장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 최하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소통은 이어갈 생각이다.


그동안 너무 칭찬에 인색했다. 긍정적인 말과 행동을 더 보여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어린 친구들도 두루두루 잘 챙기겠다. 다 바꾸기엔 쉽지 않겠지만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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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신동훈 기자(성남)] ​

사진=성남FC, 한국프로축구연맹

2022.08.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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