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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서울이라는 이름의 갤러리

살아간다는 것, 그 충만함에 대하여 – 망원동(望遠洞) 망원시장

by서울문화재단

살아간다는 것, 그 충만함에 대하여

그러고 보니 서울 생활이 2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정작 살아본 동네 대부분이 서울의 북서쪽인 마포나 서대문구 쪽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망원동도 그렇게 잠시 머물렀던 동네 중 하나다. 6개월 남짓 살았지만, 살았던 기간에 비해 정은 꽤 깊이 들었던 동네다.

 

망원동이라는 이름은 원래 한강 변에 있던 정자인 망원정(望遠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별장터였으며, 원래는 희우정(熹雨亭)이라고 불리던 것이 성종 때 그 이름이 망원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도 한강 변에는 망원정 터가 남아 있고 유적지로 보존되고 있으며, 전철역으로는 지하철 6호선 합정역에서 좀 더 가까운 곳에 있다.

 

망원동은 1960년대 서교동과 성산동 일부로 개발된 지역으로 공동 주택들이 많다. 시선이 시릴 만큼 높은 주상 복합들이 합정역에서부터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붉은 벽돌로 지은 빌라와 단독 주택이 더 많은 동네다. ‘개발’이나 ‘발전’이라는 시선으로 보기엔 더뎌 보일지 몰라도, 그래서 여전히 소시민들의 일상이 살아 있는 동네. 부유하진 않을지라도 협동조합, 민중의 집, 벼룩시장, 공동 육아 등의 이슈에 대한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동네. 그리고 그 중심에 망원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망원역 2번 출구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개인적으로 ‘망원동 로데오(?)’라 부르는 월드컵로 13길이 나온다. 이름은 거창하게 지었지만 사실 일방통행으로 차가 다니는 그냥 골목에 가깝다. 다만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활기들 덕분에 그런 이름을 붙이고 싶었달까.

살아간다는 것, 그 충만함에 대하여

동교로 9길과 교차하는 사거리를 지나면 서서히 시장의 풍경이 드러난다. 망원시장의 입구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기 시작하면서 사람 사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이미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어디서 가져왔나 싶은 빈티지 의류부터 작고 허름하지만 가게 주인의 손글씨로 꼼꼼히 품목과 가격을 적은 종이 표지판들이 빽빽이 자리 잡은 채소 가게와 생선 가게들.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따라나서던 시장 구경이 떠올라 괜히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살아간다는 것, 그 충만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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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함이 다른, 망원시장

그렇게 100m 가다 보면 망원 시장의 입구가 보인다. 이 동네에 살 때 자주 들리곤 했는데, 처음 시장 반찬 가게에서 무말랭이 3천 원어치를 사고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맛도 맛이지만 그전까지 들리던 대형 할인점과 비교하면 양도 2배 이상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같은 품목이라도 여러 가게가 함께 있다 보니 프랜차이즈의 천편일률적인 맛과는 다른 개성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달라진 풍경 중 하나는 망원동이 낳은 스타(?) 육중완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더라는 것. ^^

살아간다는 것, 그 충만함에 대하여
살아간다는 것, 그 충만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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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 시장 내에 있는 식당들을 비롯하여 망원동 일대의 식당들은 밥을 먹고 나오면서 괜히 꼭 현금으로 계산하게 된다. ‘이 음식을 이 가격에 팔아도 과연 남는 게 있을까?’하며 괜히 주인장들을 걱정하게 되는 마음에서다. 칼국수 한 그릇에 2~3천원 하는 곳이 즐비하고, 치킨 한 마리도 고가의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반값에 가깝다. 같은 만원을 써도 강남과 달리 뭔가 되게 부자가 된 거 같은 느낌을 주는 동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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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가게들

최근에는 깔끔한 인테리어의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소품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마치 6~7년 전 합정-상수 라인의 골목들을 보는 느낌이다. 홍대와 합정 일대의 번잡함을 피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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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동네 풍경들

길고양이를 위해 종이상자를 챙겨두고 밥과 물을 내어놓은 가게들. 망원동은 오랜 골목길 곳곳에 함께하는 마음들이 조금씩 배어 있어 좁은 골목길들이 더 정겹게 다가오는 동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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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빨간 벽돌 빌라들이 즐비한 골목길이지만 이곳의 집들에는 하나둘 표정이 생겨나고 있다. 건물 외벽에 타일을 붙이거나 페인팅을 새로 하고, 혹은 작은 테라스를 만들어서 비슷비슷하던 건물들이 하나둘 개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덕분에 골목길이 한층 더 산뜻해졌다. 3년 전 이 동네 살던 때에만 해도 보지 못했던 풍경들.

 

예전에 살던 합정동을 지금 지나치면 꽤 낯설다. 주택가 중간중간 하나둘씩 들어서던 동네 카페들이 늘어나자 터줏대감처럼 있던 구멍가게와 철물점은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카페들도 대형화되더니 주인들의 손바뀜이 잦아지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나니 그냥 또 하나의 번화가가 변해 있었다.

 

언제부턴가 새롭게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동네들을 마주칠 때마다 하게 되는 걱정들이다. 망원시장이라는 오랜 삶의 터전과 망원동이 갖춘 지역 커뮤니티의 힘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아니어도 한 지역이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NFO

1.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

2. 망원시장 편의 서비스

콜센터(02-335-3591)가 있어서 월~금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이 된다. 5만 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 (배송 가능 지역: 망원동, 합정동, 성산동, 서교동, 연남동, 상수동, 상암동)

또 직접 시장에서 장을 볼 경우에도 시장 한가운데 있는 배송센터를 통해 집까지 배달할 수 있다. ~10kg 2천 원, ~15kg 3천 원, ~20kg에 4천 원의 배송비가 따로 들지만 저렴한 시장 물가를 생각하면 그래도 남는 게 더 많다는 느낌. 바로 옆에 공영 주차장도 있으니 차를 가지고 장을 보러 가기에도 나쁘지 않다.

살아간다는 것, 그 충만함에 대하여

글, 사진 박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