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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건축가 이동욱 인터뷰
건축과 예술의 경계에 선 여정

by서울문화재단

서울도 이제는 제법 나이가 든 도시가 되었다. 신축 건설 현장이 줄어들고, 보다 작은 물리적 구조물을 만드는 방향으로 건축의 스타일이 변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젊은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실험의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1990년대 이후 학번을 갖고 있으며, 유학경험이나 국내외 실력 있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 사무소를 차리는 젊은 건축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열악한 건축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실험적인 방식의 건물을 만들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은 건축의 불모지라 불린다. 지금 누적되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의 실험은 앞으로 한국 건축이 나아갈 길을 미리 가늠하게 만든다. 

 

오늘 인터뷰로 소개할 이동욱은 MIT에서 도시 계획을 전공하였고, 현재 한국에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시티플래닝(IVAAIU CITY PLANNING)이란 이름의 설계사무소를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작업이 건축과 예술의 교집합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국내 미디어 아트의 요람이라 불리는 ‘아트센터 나비’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그는 예술을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플랫폼이라 말한다. 끊임없이 건축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 속에 있다.


건축과 예술의 경계에 선 그의 여정을 들어보자. 

예술은 확장을 시도하는 건축가에게 좋은 플랫폼

건축가 이동욱 인터뷰 건축과 예술의

이동욱 인물 사진

원철 :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작업 방식이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다. 두 경계에서 교집합을 찾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동욱 : 물리적 구조물을 다루는 건축을 좋아했다. 구조물 자체의 형태와 기능에 집착하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실무를 시작했다. 규모가 있는 신도시에 관련 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었고, 물리적 설계과정에 참여를 하였는데, 얼마 후 관련 개발 프로젝트 자체가 지역에 부정적 결과를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고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구조물을 만드는 건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고, 관심이 건축 밖으로 확장되었다. 사회와 인문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서,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계획을 추가로 공부했다.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건축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되었고, 지금은 건축과 다양한 미디어 작업을 통합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원철 : 건축의 확장을 지향하는데, 예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동욱 : 건축 외적인 요소를 건축 안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런 확장적인 태도가 가장 쉽게 수용되는 씬이 예술이었다. 예술은 내게 있어 플랫폼과 같은 것이다. 이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다른 길로 나아갈 통로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원철 : 뉴미디어, 사운드 아트 등 건축과 다소 이질적인 요소가 결합된 작업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테크닉에 대한 추구가 보인다. 

 

이동욱 : 건축적으로는 기능이 명확하고, 다양한 영역이 열려 있는 개방적인 작업을 추구한다. 현대의 실용적인 건축 스타일에서 시작해 영역을 조금씩 확장시키고 있다. 테크닉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때 테크닉은 고도로 발전한 최첨단의 테크닉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이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에서 1960년대에 있었던 메타볼리즘(Metabolism)이라는 건축운동이 있었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인간과 기계문명의 공존을 추구하는 운동인데 그들의 선언문을 읽어보니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사회를 위한 건축을 추구하더라.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느꼈다. 건축은 원래 고도의 기술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가 테크놀로지를 통해 이 시대에 해야 할 역할이 있는 것 같다. 

 

원철 : 예술은 표현의 측면을 갖기도 하며, 취향이나 스타일을 포함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건축과 예술의 교점은 색이나 형태를 통해 만들어지는 심미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동욱 : 관심이 많지만 결과물을 만들 때는 가능한 배제하려 한다. 이런 스타일적인 부분, 심미적인 부분이 작업 안으로 들어왔을 때 물리적 구조물에 대한 집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앞서 말했듯 더 넓은 관점에서 사회적 문제들과 상충이 일어나 건축가가 의도치 않은 사회적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는 건축 양식이 있었다. 번역하면 ‘야수주의’가 되는데... (웃음) 지금은 콘크리트 덩어리 건물을 지칭하는 것처럼 되었지만, 원래는 기능 외 모든 심미적 요소를 배제하여 극도로 기능만 추구하는 건축운동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건물 자체가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원래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브루탈리즘의 다음 세대 움직임에 가까운 건축을 지향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리적, 사회적 기능을 우선시하지만 물리적 구조에 집착하지 않는 접근 방식을 추구한다. 

건물의 물성을 배반하는 가변적 공간 - 패턴이 공간을 만들다.

건축가 이동욱 인터뷰 건축과 예술의

IVAAIU Building - Photography by Seongsoo Kim

원철 : 가장 대표적인 작업을 뽑자면? 

 

이동욱 : 지금 성수동에 신축하고 있는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빌딩(IVAAIU Building)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회사 이름과 같다. 추구하는 건축철학이 가장 잘 반영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매트릭스 구조로 건물을 만들었는데,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건물이 바뀌는 시스템이다. 건물은 원래 처음 만든 사람의 요구에 따라 지어지고, 한번 지어진 건물의 구조는 바뀌기 힘들다. 하지만 제일 처음 건물을 지은 사람이 그 공간을 영원히 점유하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지나면 건물에 대한 다른 방식의 활용을 원한다. 주거공간이 상업공간으로, 상업공간이 오피스 공간으로 변하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나. 그래서 용도에 따라 공간이 가변 할 수 있게 매트릭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건물의 외피는 미디어 파사드 형식으로 만들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보통 기업이 홍보 목적으로 활용한다. 시장 영역에 있는 이 건축 양식을 지역, 그러니까 동네에 함께 사는 동네주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주민들의 동선이나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미디어 파사드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독일 베를린의 미디어아티스트 라이너 콜 버거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원철 :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하는 것이 주요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까? 

 

이동욱 : 미디어 파사드는 아티스트와 건축가가 소통하는 주요한 계기를 잘 만들어내는 것 같다. 한옥 레노베이션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한옥 xxi 옥인’이라는 프로젝트였다. 옥인동에 한옥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젊은 신혼부부가 사는 곳이었는데, 주거와 상업활동이 병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가변적 공간을 설계했고 마찬가지로 미디어 파사드가 활용되어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미디어 파사드 말고도 다른 장치들도 실험하고 있다. 지금 아트센터 나비에 있는데, 이 공간에서 도시의 소음을 건물 벽면에 삽입된 테크놀로지 작업을 통해 전기로 바꾸고 있다. 이는 일종의 재생 에너지에 해당하는데, 예술이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이런 실험들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여러 형태로 작업을 해보려 하고 있다. 

건축가 이동욱 인터뷰 건축과 예술의

후쿠시마, 나무구조물

원철 : 건물은 물리적 속성이 완고하여, 변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공간을 변화 가능하게 만드는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무척 어려운 작업일 것 같은데, 이 같은 시도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동욱 : 2013년에 후쿠시마에서 쓰나미가 생기고 2014년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그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나는 건축가니까 사람들이 이용 가능한 물리적 구조물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만든 게 가장 기본적인 모듈 형태의 나무구조였다. 사람들이 책상으로 쓸 수도 있고, 앉을 수도 있고, 놀이터처럼 만들 수도 있는 구조였는데 저예산의 간단한 구조였다. 주민들이 임시숙소에서 지내니까 수납공간이나 이래저래 활용할 수 있는 가구들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 자연스럽게 모듈구조를 사용하시더라. 그걸 보면서, 만약 건축물이 특정한 심미적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사회적 기능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형태보다는 기능적이고, 사용자에 의해 가변 가능한 성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서울문화재단에서도 이동하는 놀이터를 축제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이 있는데, 이 또한 사용자의 행동 패턴에 따라 공간이 변하는 형태다. 

 

원철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이동욱 : 초기의 생각이 계속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활동을 하다 보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건축의 사회적 의미보다 관련 법규가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과제가 생겨나는 것이고, 이걸 잘 풀어내는 것이 과제다. 10년, 20년 뒤에 완전히 새로운 건축을 하기보다는, 처음 생각이 그대로 반영되는 건축을 하고 싶다.

 

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