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범접할 수 없는 직업

[비즈]by JOB&JOY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직업 ‘정리정돈전문가’

‘비워야 비로소 소중한 것이 보인다’는 말은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곱씹을만한 문구다. 늘 어떻게 비워낼지를 고민하지만 고민에서 끝나는 현대인들이 대부분이다. 버리고 비우는 것마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해진 세상, 새로운 직업들이 주목받는다. ‘정리정돈전문가’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정리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인 ‘정리정돈전문가’는 최근 유망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새로운 대체기술이 범접할 수 없는 이 직업에 대해 박소현 오늘의집정리 대표(42)를 만나 들어봤다.
△박소현 오늘의집정리 대표.

△박소현 오늘의집정리 대표.

‘정리정돈 전문가’로서, ‘정리’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습니까.


“정리의 기본은 비우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해야할 것이 내 마음 속 미련을 버리는 거죠. 더 이상 설레지 않는 물건들, 몇 개월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들, 어디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물건들은 굳이 전문가의 손에 맡기지 않더라도 스스로 버릴 수 있어야겠죠. 잘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해요. △꺼내기(정리가 필요한 공간의 물건을 꺼내고) △나누기(비슷한 물건끼리 나누며) △줄이기(쓰지 않거나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기) △넣기(장소와 위치를 정해 수납)로 해보시면 됩니다.”


정리정돈전문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쉽게 말씀드리면, 공간과 물건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직업입니다. 보통 집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수납의 문제점을 진단해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죠. 물건을 쌓아두고 생활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버려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실행이 안 되는 분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그분들을 대신해 정리정돈을 하는 직업입니다.”


제가 찾아보니 ‘정리수납전문가’ 또는 ‘정리정돈전문가’로 불리던데, 정확한 명칭은 뭔가요.


“대행업체마다 조금씩 달라요. ‘정돈’과 ‘수납’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어요. 수납은 공간에 가지런히 정리한다는 의미인데, 정돈은 수납의 의미를 포함하죠. 자격증 명칭도 ‘정리정돈전문가’라서 전 그렇게 쓰고 있어요.”


자격증 얘기가 나왔으니, ‘정리정돈전문가’ 자격증 따기 어렵습니까.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보통 2급을 먼저 취득해야 1급을 딸 수 있는데요. 민간자격증이라 발급기관은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2급의 경우 온라인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르면 됩니다. 조건은 출석률(온라인 강의) 60%를 채워야 하고, 시험은 100점 만점에서 60점 이상을 맞으면 합격입니다. 1급은 시험과 실습과제가 주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그리 높진 않습니다. 다만 전문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리와 정돈의 차이점’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고, 본인의 집을 정리 정돈하는 실습이 주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력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죠. 최근엔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좌가 많아졌는데, 2급을 먼저 취득하신 후 오프라인 강좌를 추천 드립니다. 물론 온라인 강좌도 있지만 현장실습 없이 자격증 취득만으로 활동하기엔 한계가 있거든요.”

정리정돈(수납)전문가 자격증

1,2급으로 나눠져 있는 민간자격증으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발급기관에서 발급


대표 커리큘럼

△정리프로세스 △나눔과 비움의 원칙 △의류 분류와 순서 △소품 정리 △싱크대 및 냉장고 정리 등

자격증이 있어야만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나요.


“자격증이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 자격증 없이 일하는 분은 없었어요. 일반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면 저처럼 창업을 하는 분들도 있고, 정리정돈회사나 이사업체, 홈케어회사, 인테리어회사, 건설사 등에서 정리전문가로 취업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범접할 수 없는 직업 [강홍민의 JOB IN]

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보통 의뢰를 하시면 먼저 공간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내달라고 요청 드립니다. 코로나19 전에는 사전방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엔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집 안 곳곳을 촬영한 영상으로 대략 견적을 냅니다. 저희 일에 가장 중요한 건 사용할 물건과 버릴 물건을 구분하는 것이죠. 요즘엔 중고마켓에 팔 물건이나 나눔으로도 나눕니다. 사용할 물건들은 미리 준비한 바구니로 깔끔하게 정리해 드리고, 버릴 물건은 재활용, 폐기물 등 구분해 처리하면 끝납니다. 작업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 8~9시간이 소요되는데, 작업량이 많으면 연장근무도 합니다.”


비용은 어떻게 책정되나요.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프리랜서라 경력, 업체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저희 기준으로는 전문가(자격증 보유자)는 1인당 20만원으로 정해뒀습니다. 자격증은 있지만 경력이 없는 분들의 경우엔 10만 원 정도로 책정하는데, 요즘엔 가격 경쟁이 심해 업체마다 금액이 다 다릅니다.”


생각보다 비용이 적지 않네요.


“맞습니다. 보통 이사비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근에 20평형대(59m²) 현장 작업을 했는데, 5명이 투입됐어요. 50평형대는 12명이 투입되기도 했고요. 그 정도 투입된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그렇게나 많이요?’라고 놀라시죠. 근데 막상 일을 시작하면 7~8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고객들도 모르는 물건들이 집안 곳곳 숨어있는데, 그 물건들을 모두 빼내 정리하기 때문이죠.”


인원을 정하는 기준이 있습니까.


“물건의 양입니다. 정리해야할 물건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다음 투입할 인원을 정합니다. 부피나 개수 등 수치화 되진 않았지만 그간의 노하우로 판단하고 고객과 조율하는 거죠.”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범접할 수 없는 직업 [강홍민의 JOB IN]
△박 대표가 작업한 집의 전과 후 모습.(사진제공=박소현 대표).

△박 대표가 작업한 집의 전과 후 모습.(사진제공=박소현 대표).

수입이 꽤 될 것 같은데요.


“직업 특성상 본인이 일한만큼 벌 수 있어요. 어느 직업이든 처음엔 그리 높지 않은 반면 연차가 조금씩 쌓이면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죠. 반면에 생각보다 일이 고돼서 하루 한 건 이상은 못하고 한 달 내내 할 수도 없어요. 신입기준으로 한 달에 20일 정도 일한다는 가정 하에 200만원 수입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연 있는 물건’ ‘버려야 할 물건’ 정리 못해 쌓아두는 집 많아···치유의 과정 통해 정리정돈 도와주는 직업

스스로 물건을 정리하지 못해 의뢰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작업을 하다가 고객과 부딪히는 일은 없나요.


“현장에 방문하면 고객이 어떻게 생활했는지가 한 눈에 보입니다. 스스로 버리지 못해 쌓아두신 분들 중에는 마음이 아프신 분들도 종종 있어요, 저희 표현으로는 치유를 한다고 하는데, 미련이 남아 못 버릴 땐 저희가 설득을 하죠. 그게 치유의 과정인거죠.”


그 치유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이건 버리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리면 반발심이 생겨 못 버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자주 쓰세요?’라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다가가죠. 그럼 ‘자주 쓰진 않지만, 이건이래서 필요하고, 저래서 못 버려요’라고들 말씀하시죠. 사실 각 집마다 사연 없는 물건은 없어요. 그런 사연들로 버리지 못하면 집은 난장판이 됩니다. 그래서 꼭 사용해야할 것, 나눠야할 것, 버려야할 것들로 설득해 구분지어 드리죠.”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범접할 수 없는 직업 [강홍민의 JOB IN]

버려야할 품목, ‘옷’이 가장 많아···숟가락,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도 코로나19로 집 방문 적고, 일회용품 잘 안쓰게 돼, ‘버리는 게 정답'

가장 많이 나오는 물건의 종류는 뭔가요.


“옷입니다. 정리를 시작하면 평소에 못 봤던 옷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게 되거든요. 거의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죠. 몇 년 간 입지 않은 옷들은 버리셔야 해요. 그래야 다시 사죠. 버리지 않고 사기만 하면 나중엔 정말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회용품도 정말 많이 나옵니다. 요즘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데, 숟가락이나 나무젓가락, 포크, 접시 등 많이들 모아 두시잖아요. 집에 손님 올 때 써야지 하지만 요즘엔 집에 손님도 안 오고, 와도 일회용품 안 씁니다.(웃음)”


생각보다 노동의 강도가 높아 보입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여자치곤 힘이 센 편이에요.(웃음) 가슴 높이의 금고도 저 혼자 밀어 옮길 정도로요. 체력도 좋은 편인데, 일을 하고 오면 아주 고됩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데 허리, 팔목 통증은 늘 달고 살아요.(웃음) 집 안의 모든 짐을 빼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나면 100리터 쓰레기봉투 십 수개가 나와요.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입니다.”

△올 초 박 대표가 작업한 가정에서 배출된 폐기물 쓰레기. (사진제공=박소현 대표).

△올 초 박 대표가 작업한 가정에서 배출된 폐기물 쓰레기. (사진제공=박소현 대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전 이 일을 마흔이 넘어 시작했어요. 텔레마케터를 10년 넘게 했는데,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아져 수술도 몇 차례 하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정리하는 걸 참 좋아했어요. 친구 집에 놀러가서도 대신 정리해주고, 혼자서도 침대나 냉장고 위치를 바꿔놓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이 직업을 알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해 몇 년 전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일 배우면서도 이 직업이 돈이 될까 싶었는데, 재작년쯤 TV에서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저희 직업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정리정돈의 매력은 뭔가요.


“밀린 때를 시원하게 민 느낌이랄까.(웃음) 아마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무언가를 정리하면 제 안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에요.(웃음)”

정리정돈전문가, 초기 창업비용은 無···건강한 신체와 자격증, 사명감만 있으면 언제라도 창업 가능

자격증 취득 이후 창업을 하셨어요. 창업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딱히 비용이 든 건 없어요. 사무실도 필요 없고, 장비를 구입해야하는 초기비용도 없고요. 굳이 든다면 짐칸이 넓은 SUV 차량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젤 중요한 건 건강한 몸이죠.”


건강한 신체 이외에 정리정돈전문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요.


“이 일은 스스로 즐겨야 가능합니다. 요즘 집 정리를 주제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Before&After 모습만 나오잖아요. 개인적으론 그 중간과정이 생략돼 아쉬워요.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그리고 어디서나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도 중요합니다. 작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십 수 명이 함께하는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서로 잘 맞아야 결과물도 더 만족스럽게 나오거든요. 무엇보다 체력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가구·가전이동, 폐기물 배출 등 힘을 써야하는 일이 많아 기초체력은 필수죠.”


인테리어 감각이 필요하진 않나요.


“물론 필요하죠. 전 그걸 센스라고 표현하는데, 어떻게 정리할지 판단하는 능력이죠. 저 같은 경우엔 어릴 적부터 정리가 습관이 돼 있고. 기계나 물건 다루는 걸 좋아해서 특화된 면이 없지 않아 공간을 보면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판단이 섭니다. 풍수지리를 기반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지식 정도는 파악하고 가구 재배치를 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범접할 수 없는 직업 [강홍민의 JOB IN]

이 직업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신박한 정리’프로그램에서 정리된 집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 보신 적 있을 거예요. ‘좀 오버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현장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 진심이 느껴집니다. 진짜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으시죠. 그런 반응을 보면 육체적으로 힘든 것들은 싹 사라져요. 가수가 무대 위에 오른 느낌이랄까. 이 직업을 놓지 못하는 아주 큰 이유죠.(웃음)”


‘정리정돈전문가’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도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신기술이 나오고 AI가 대체하는 직업들이 많이 언급되곤 하지만 정리정돈전문가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미국에서 8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을 거쳐 2010년 즈음 한국으로 전파됐어요.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조금씩 알려지고 있고, 최근엔 중국에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땐 유망한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2022.03.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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