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면 청바지 사줄게" '응칠'에 나온 그 브랜드

1990년대 히트한 패션 브랜드들의 귀환

최근 온·오프라인 매장 다시 열고

새얼굴, 콜라보로 MZ세대 공략 나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스톰, 잠뱅이, 노티카…’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패션 브랜드가  돌아왔다. 최근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바람을 타고 과거 유행했던 브랜드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돌아온 추억의 브랜드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사복 여신과 콜라보로 완판

“청바지 사주면 공부 열심히 한다 안 카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는 정은지가 성동일에게 당시 유행하던 청바지를 사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나온다. 정은지가 반에서 나만 없다고 사달라 게 바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청바지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게스, 캘린클라인, GV2 등과 1990년대 유행했던 프랑스 청바지 브랜드.  당시 연예인들이 즐겨 입었고 비싼 가격에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판권을 사들인 국내 의류 업체 레이어는 지난 2월에는 더현대서울에 새 매장을 열었다. 한물 간 줄 알았던 브랜드가 가장 트렌디한 백화점에 등장한 것이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청바지와 캐주얼 제품을 선보인다. 예전보다 여성 제품의 비중이 높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와 청바지 컬렉션을 출시한 사복여신 차정원. /레이어 홈페이지 캡처

달라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아예 여성 고객을 타깃 삼아 배우 차정원을 모델로 발탁했다. 지난 3월 차정원이 디자인에 참여한 차정원 컬렉션을 출시했다. 차정원은 사복 여신이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감각있는 스타일로 2030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힌다. 차정원이 직접 입고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마리떼X차정원 W 롤업 스트레이트 데님 라이트 블루는 출시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편의점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 컨템포러리 브랜드 마르디 메르크디 등과 콜라보한 제품을 선보였다. 돌아온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과거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시도로 MZ 세대와의 접점을 찾고 있다. 백화점과 브랜드 온라인 몰 외에도 무신사, 29CM, W컨셉 등 MZ 세대가 선호하는 온라인쇼핑 플랫폼에 입점해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송승헌·소지섭·김하늘에서 아이린으로

송승헌, 소지섭, 김하늘, 서태지와 아이들을 모델로 기용하며 사랑받았던 90년대 추억의 브랜드 스톰도 돌아왔다. 영국 스톰 런던과 라이선스를 계약을 한 에스제이트렌드는 올해 4월  스톰을 재론칭했다. 스톰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끈 브랜드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았다. 스톰은 당시 모델을 직접 뽑았는데 송승헌, 소지섭, 김하늘 등을 발굴했다. 송승헌과 소지섭은 1995년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스톰 1기 전속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해 스타덤에 올랐다. 1997년 스톰 2기 모델로 뽑힌 김하늘도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90년대 스톰 모델이었던 소지섭, 송승헌, 김하늘과 2021년 돌아온 스톰 모델인 아이린. /온라인 커뮤니티·스톰 런던 홈페이지 캡처

새로운 스톰의 1기 모델은 톱모델이자 패션 인플루언서인 아이린과 패션 모델 이현신, 정하영이다. 올해하반기에는 예전처럼 스톰을 대표할 신인 모델을 선발할 예정이다. 스톰 관계자는 “매년 브랜드를 대표할 새로운 모델들을 선발하여 일방적 광고가 아닌 세대와 공감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대중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톰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1995년 스톰 국내 론칭 원년 멤버인 김현정 디자이너에게 상품 기획을 맡겼다. 2021 스톰은 브리티시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인다. 브리티시 스트리트 패션은 영국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끔하면서도 자유 분방한 스타일을 말한다. 스톰은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한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웹드라마도 만들었다. 아이린과 이현신, 정하영 등 스톰의 모델들이 출연한 짧은 영상이다. 


◇라떼는 낯설지만 새로워

한동안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도 다시 돌아왔다. 지난 4월 잠뱅이는 온라인몰을 새단장했다. 잠뱅이는 36년 역사를 가진 토종 청바지 브랜드다. 1990년대 리바이스와 게스, 캘빈클라인 등 해외 브랜드와 경쟁을 벌였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좋은 품질의 청바지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토종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는 온라인을 새단장했고, 노티카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잠뱅이 자사몰·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잠뱅이는 그동안 대리점 위주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MZ세대가 등장하며 온라인 사업이 필요해졌다. 잠뱅이는 자사몰을 새단장한 데 이어 올해 3월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젊은 잠뱅이를 직접 알리기 위해서다.

노티카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사랑받은  미국 브랜드다. 당시 노티카를 상징하는 돛 무늬가 그려진 점퍼와 바지가 큰 인기였다. 노티카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4월 판매를 시작했다. 노티카는 매장을 내는 대신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와 패션 전문 온라인몰 무신사에서만 판매한다. 노티카 로고와 추억의 돛 모양 장식을 활용한 맨투맨, 후드티, 조거 팬츠가 인기다. 

1990년대 전성기를 보낸 브랜드의 귀환을 반기는 건 그 당시 그 브랜드에 열광하던 X세대가 아니라 요즘 트렌드를 이끄는 20~30대 MZ세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에겐 90년대 브랜드는  낯설지만 새로운 것”이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들도 과거를 현재로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디자인과 모델 등 새로운 요소를 더해 뉴트로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CCBB 키코에루

2021.06.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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