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장난감이라고요? 전 이걸로 연매출 10억 올렸습니다”

와이제이요요클럽 윤종기 대표

요요에 빠져 요요 회사 대표로


한 남자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두 팔을 바쁘게 움직인다. 가까이서 보니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노래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두 손에는 지름 56.5mm, 무게 56g의 요요가 들려져 있었다. 음악에 맞춰 요요로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그는 와이제이요요클럽 윤종기(33) 대표다.


요요는 작은 원판 두 개를 연결하고 연결고리 사이에 줄을 연결해서 노는 장난감이다. 실을 감은 요요를 한 손가락에 연결한 후 힘껏 뿌리친다. 실이 풀리면서 요요가 회전한다. 이때 요요의 회전력을 이용해 다양한 기술을 펼칠 수 있다. 윤종기 대표는 이런 요요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실력자 중 하나다. 또 요요 제조사 겸 학원 와이제이요요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요요를 만들고 그 요요로 학생들에게 요요를 가르친다. 코로나19 전에는 하루 수강생이 100명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요요를 만들고 가르쳐서 연 최고 매출 1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는 윤종기 대표를 서울시 송파구 와이제이요요클럽에서 만났다.

와이제이요요클럽 윤종기 대표. /jobsN

외국인 선수 보고 요요에 빠져 '코갓탤'까지

윤종기 대표가 요요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시대마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감이 있는데, 그때는 요요였다.


-그때부터 요요에 푹 빠진 건가요.


"사실 그때는 유행 따라서 산 정도였습니다. 기술 요요에 빠지게 된 건 4~5학년 때였어요. 한국에 온 외국인 요요 선수가 음악에 맞춰 기술을 선보였죠. 그게 멋있어 보였습니다. 더 배워보고 싶어 신문 한쪽에 요요 동호회 모임 장소가 적혀있는 것을 찾았어요. 당시에는 동호회 소식이 정말 작게 실렸습니다. '매주 주말 송파구 ㅇㅇ마트에서 요요 동호회 모임 진행' 이런 걸 보고 찾아갔어요. 갔더니 정말 형들이 요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많이 배웠죠. 요요를 좋아했지만 지금처럼 업으로 삼을 줄은 몰랐어요. 한참 배우다 중간에 유행이 식으면서 요요랑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언제 다시 요요를 시작했나요.


"24살쯤이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해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집과 학교 거리도 멀었고 학업에 흥미가 없었습니다.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일찍 군 복무 마쳤습니다. 그러고 나니 벌써 24살이었어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에 '코리아갓탤런트 시즌1' 오디션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그걸 보고 요요가 떠올랐죠. '요요로 무대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지원했고 덜컥 합격했습니다."


우승 상금 3억원이 걸린 만큼 많은 사람이 지원한 오디션이었다. 윤종기 대표는 요요 두 개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큰 박수와 호응을 받으면서 준결승전에 오를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의 도전은 준결승전까지였다. 그러나 큰 경험이었고 요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던 계기였다고 한다.

본선과 준결승전에서 요요 공연을 펼친 윤종기 대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칼린 씨는 윤종기 대표의 퍼포먼스를 높게 평가했다. /tvN 방송화면 캡처

프로모션 활동으로 매출 40억 올렸는데…

코리아갓탤런트로 이름을 알린 윤종기 대표는 스타킹, 보니하니 등 TV에도 종종 출연했다. 한 완구사에서 요요 프로모터로도 활동했다.


-프로모터로 활동하면서 완구업체 매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완구업체에서 요요 프로모터를 모집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해당 업체 요요로 행사를 진행하고 요요를 홍보하는 사람이었죠. 요요로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지원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00% 저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제가 프로모터로 활동한 해 회사 매출이 40억원 정도 올랐습니다. 그러나 제 일당은 그대로였어요. 열심히 했는데 회사만 돈을 버니까 어린 마음에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프로모터를 그만두고 2012년 8월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게 와이제이요요클럽인가요.


"네, 가든파이브에 매장을 열었어요. 철이 없었죠.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친한 완구사 사장님께 물건을 받아왔습니다. 사장님들께서 '우선 물건을 가져가서 팔고 팔린 금액만큼만 달라'고 하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됩니다. 다 빚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사장님들께 받은 것 다 갚겠다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매장 앞에 오가는 손님을 잡고 홍보하는 게 다였어요. 그러니 한 달 매출이 10만원이 안될 때도 많았습니다. 번 돈을 월세, 완구 사장님께 드릴 돈, 식비, 생활비 등으로 나눠 노란 봉투에 넣고 관리했습니다. 밥은 가든파이브에서 가장 싼 덮밥으로 해결했습니다. 약 2년 동안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사업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나요.


"2012년부터 유튜브에 요요 기술, 하는 방법 등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때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어요. 조금씩 올리니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매장에 찾아왔습니다. 요요를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저도 답답하고 손님도 힘들어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요요를 돈 받고 가르친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왜 요요를 돈 주고 배우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나 돈을 받고 체계적으로 강습을 하면 서로 답답해하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았어요. 반신반의하며 2013년부터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준비하고 고객 관리를 하면서 업무에 체계가 생겼어요."

아이들에게 요요를 가르치는 윤종기 대표. /와이제이요요클럽 제공

요요 만들고 가르치고…연 매출 10억 기록

2014년 유튜브가 조금씩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영상을 올렸던 와이제이요요클럽도 함께 유명해졌다. 영상을 보고 매장을 찾아와 요요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었다. 2015년 어린이날 이벤트에는 500명이 넘게 몰렸다. 윤종기 대표는 "30~40명 정도 오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많은 인원이 몰렸다. 3부로 나눠서 진행해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요요 시장 규모가 달라졌다고 느끼고 바로 직원도 새로 뽑고 조직도 갖췄다. 2016년 지금의 사무실로 이사도 했다. 요요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요요를 직접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해외 요요를 수입해 팔았습니다. 기술을 위한 메탈 요요는 비쌉니다. 20만~30만원이었어요. 요요가 비싸다 보니 손기술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걸 저렴하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만들어 줄 수 있는 공장이 없어 해외 대회에서 알게 된 중국 선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설계 도면을 그려서 그 친구에게 줬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했습니다. 3~4개월 정도에 걸쳐 직접 설계한 '홀리요요'가 탄생했죠."


홀리요요의 가격은 2만원대다. 20만원 대의 금속 요요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요요를 만든 것이다. 정밀도도 높아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요요는 정밀도가 높아야 한다. 정밀도가 떨어지면 요요가 회전하면서 떨림이 생긴다. 떨림이 생기면 기술을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 기술용이 아닌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요요를 직접 생산했다. 그게 바로 '이지트릭 요요'(bit.ly/3uBmlaa)다.

윤종기 대표가 직접 만든 이지트릭요요. /와이제이요요클럽 제공

-이지트릭 요요는 어떤 요요인가요.


"2017년 3D 프린터가 보급되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걸로 요요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설계 프로그램 캐드, 디자인 툴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독학했어요. 3D 프린터로 요요를 만들다 멈췄습니다. 생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정밀도가 낮았습니다. 그렇게 요요 자체 생산을 멈췄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다시 연구를 시작했죠.


요요를 배우러 오는 친구들이 대부분 초등학생입니다. 아이들이 쉽게 던지고 막 다뤄도 고장 나지 않는 튼튼한 요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수많은 제작과 수정 과정을 거쳤습니다. 정밀도를 높은 요요를 만들기 위해 버린 시제품도 많습니다. 요요 안에 베어링이 들어가요. 베어링을 넣는 부분 설계를 잘못하면 요요가 회전할 때 진동이 생기거나 줄이 베어링과 요요 사이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이걸 줄이 씹힌다고 표현합니다. 수십번의 수정과정을 통해 이런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망치로 내려쳐도 깨지지 않고 높은 정밀도로 입문자가 쉽게 요요를 배울 수 있는 이지트릭 요요를 만들었습니다."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엔 3D 프린터로 만든 요요 품질에 대해 의심하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품 배송 전 하나하나 제가 직접 돌려보면서 검수 후 내보냅니다. 그랬더니 직접 써보신 분들은 모두 만족하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리뷰를 써주시고 입소문을 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만여개 달성, 리뷰 1000여개가 달렸습니다. 온라인몰(bit.ly/3uBmlaa)에서도 인기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주춤 그러나 "요요 대중화에 힘쓸 것"

윤종기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였다. 덕분에 이지트릭 요요를 만들었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윤 대표 덕에 아직 많은 사람이 요요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고 한다.


"낯가림이 심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저희 프로그램 중 음악을 정하고 1번부터 10번까지 하고 싶은 기술을 정해 직접 작은 공연 레퍼토리를 짜는 게 있습니다. 이걸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박수를 받아요. 그리고 더 큰 무대에 서고 싶어 합니다. 이런 걸 통해 그 친구 성격이 조금씩 바뀌는 게 보였어요. 뿌듯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부모님들께서도 많이 좋아하십니다.”


이런 윤종기 대표의 목표는 요요의 대중화다.


"3D프린터로 정교한 요요를 만들었습니다. 이 기술을 더욱 연구해보려고 합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시제품을 빠르고 정교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요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비대면으로도 요요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겁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요요 대중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글 CCBB 하늘

2021.05.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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