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30억…아이유보다 더 버는 ‘이것’의 정체

LG전자가 만든 가상인간 김래아 화제

브랜드 홍보, SNS 활동까지 

수억대 연봉 버는 인플루언서로


이름은 김래아. 나이는 23세. 직업은 싱어송라이터 겸 DJ. 5월15일 개설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만명. 요즘 가장 핫한 인플루언서다. 이름부터 나이, 직업,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고 생김새마저 사람과 닮았지만 진짜 사람은 아니다. 김래아는 LG전자가 만든 가상인간. ‘래아(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외형에 인공지능(AI) 기술로 목소리를 입혔다. 엘리베이터나 카페, 한강 등에서 찍은 사진은 진짜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 한 패션 매거진과는 가상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LG전자는 앞으로 김래아를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실엔 없지만 진짜 같은 가상인간의 인기가 뜨겁다. 가상인간이 브랜드를 홍보하고 SNS하며 팬층을 쌓고 인플루언서로 활동한다. 억대 수입까지 벌어들이는 시대가 왔다. 진짜 사람보다 더 잘나가는 요즘 가상인간의 세계.  


LG전자가 만든 가상인간 김래아./ 김래아 인스타그램 캡처

진짜보다 잘 나가는 인싸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 로지는 2020년 8월 첫 게시물을 시작으로 여행,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2만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로지가 직접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녀가 가짜라는 걸 몰랐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Z세대가 열광하는 셀럽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가장 인기 있는 얼굴을 3D 기술력으로 표현해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얼굴에 키 171㎝, 몸무게 52㎏ 남다른 신체 비율로 패션잡지, 화보 촬영 등 모델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로지는 다른 인플루언서처럼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화보나 일상을 공유하고 댓글로 팬들과 소통한다.


모델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가상인간 로지. /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유튜브에선 가상인간 루이 리가 화제다. 루이 리는 노래와 춤이 특기인 22세 여성인플루언서다. 유튜브 채널구독자 1만9000여명을 보유, 각종 팝송 커버 영상을 올리거나 일상 속 브이로그를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루이는 자신을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버츄얼 유튜버’라고 한다. 디오비스튜디오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촬영한 동영상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루이를 제작했다. 가상인간의 활동이 꼭 SNS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루이 리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생활지음의 모델로 뽑혔다. 전국적인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새생명복지재단의 홍보대사도 루이 리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루이 리. /루이커버리 유튜브 채널 캡처

과거에도 가상인간은 존재했다. 1998년 등장한 가수 아담이 대표적이다. 당시엔 획기적인 기술과 시도였지만 아담은 3D 애니메이션에 사람 목소리를 입힌 것에 불과했다. 요즘 가상인간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첨단 기술이 모여 진짜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정교해졌다. 나이, 이름, 직업, 세계관도 있다. 진짜 사람처럼 SNS로 소통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무너뜨린다. 

가상인간 연봉이 수억대?

가상인간의 영향력은 이미 폭발적이다. 2016년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가상인간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05만명이다. 틱톡, 유튜브 등을 합하면 500만명에 달한다. 주근깨, 짙은 눈썹, 처피뱅(눈썹 위로 짧게 자른 앞머리) 헤어스타일을 한 미켈라는 샤넬, 캘빈클라인 등의 모델로 활동했다. 패션 잡지 보그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영국 전자상거래 기업 온바이는 지난해 미켈라가 벌어들인 수익이 1170만 달러(130억원)라고 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켈라 인스타그램 포스팅 단가가 약 8500달러(949만원)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130억원을 벌어들인 가상인간 릴 미켈라.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가구 브랜드 이케아는 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 매장을 내면서 가상 인간 이마를 모델로 발탁했다. 이케아는 분홍색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인 이마가 하라주쿠에 있는 이케아 매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하고 청소하는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하라주쿠 매장에선 이 영상을 대형 화면에 틀었다. 가상 모델을 이용해 어떻게 이케아 가구를 사용하는지 보여준 것이다. 이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33만명. 한해에 벌어들이는 돈만 7억원이다.


가상인간 이마의 연 수익은 7억원에 달한다. /이마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업이 가상인간에게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달러(약 8조9280억원)에서 2022년 150억달러(약 16조7400억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17년 20억달러(약 2조2413억원)에서 지난해 100억 달러(약 11조1570억원) 규모로 커졌다는 글로벌 마케팅 리포트를 최근 내놨다. 


가상인간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관리비도 안 들고, 사생활 문제도 없고, 여권도 필요 없다. 가상인간이 각광받는 이유다. 무엇보다 기업이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은 지금까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쌓아온 커리어와 이미지를 보고 광고 모델을 선택해 왔다. 이제는 기업이 필요한 모델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글 CCBB 키코에루​

2021.06.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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