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가 샤워도 안하며 배려한 파트너의 정체

‘세계 벌의 날’ 맞아 꿀벌과 화보 촬영

꿀벌은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곤충

멸종 위기 꿀벌 보호 나선 기업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수만 마리 벌떼에 휩싸였다. 지난 5월20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졸리와 촬영한 화보를 공개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졸리의 얼굴과 몸이 꿀벌로 가득하다. 졸리는 살아 있는 꿀벌이 온몸을 기어다녀도 태연하기만 하다. 이날 촬영에는 꿀벌 6만 마리가 함께했다. 졸리는 촬영 파트너인 꿀벌을 위해 사흘 전부터 샤워를  하지 않고 온몸에 여왕벌 페로몬을 발랐다. 

‘세계 벌의 날’을 알리기 위해 안젤리나 졸리가 살아있는 꿀벌과 촬영한 화보. /내셔널지오그래픽 인스타그램

졸리가 살아있는 꿀벌과 화보 촬영에 나선 건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알리기 위해서다. UN은 2017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존하기 위해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정했다. 졸리에 앞서 꿀벌에 관심을 갖고 꿀벌 구하기에 나선 기업도 있다. 왜 할리우드 스타부터 기업들이 꿀벌 구하기에 나선 걸까?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종한다

“지구상에서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남겼다고 알려진 말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진위야 어찌됐든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엔환경계획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중 70종 이상이 꿀벌이 없으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쉽게 말해 꿀벌이 암술과 수술을 오가며 꽃가루를 전해줘야 후손을 볼 수 있는 식물들이 많다는 의미다.  꿀벌에 100% 의존하는 아몬드는 벌이 사라지면 재배가 불가능하다. 사과나 양파 등도 이런 수분(受粉·가루받이)의 90%를 꿀벌에 의존한다. 하버드 공중보건대는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사라지면 과일과 채소 값이 급등해 한 해에 14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기도 했다. 

꿀벌은 농작물 재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이 부족해지고 인류도 사라질 수 있다. /미국 농무부

최근 10년 동안 미국에선 꿀벌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다. 영국 역시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을 채집하러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유충이 집단 폐사하는 벌집군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원 조사를 보면 2013년 연간 2810만원이었던 국내 양봉 농가 소득은 2018년 207만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꿀벌 사육 가구 수가 1만9903가구에서 2만9026가구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양봉 농가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건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꿀벌이 바뀐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도시화와 농약 사용으로 밀원지(蜜源地·벌이 꿀을 빨아오는 식물의 서식지)도 사라지고 있다. 또한 낭충봉아부패병 등의 바이러스도 꿀벌 생태계를 위협한다.


◇양봉으로 꿀 만드는 수퍼카 회사

꿀벌을 살리는 건 생태계, 결국 인류를 살리는 일이다. 지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요구하는 시대. 사회 공헌 활동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꿀벌 보호에 나서는 이유다.


해외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안젤리나 졸리와 꿀벌 화보를 함께 진행한 겔랑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은 유네스코와 함께 여성 양봉가 지원 프로그램인 ‘Woman for Bees’를 진행하고 있다. 졸리도 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2025년까지 벌집 2500개를 설치해 벌 개체 수를 1억2500만마리까지 늘리고 여성 양봉인 60명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수퍼카 브랜드 벤틀리의 플라잉스퍼와 벤틀리가 직접 양봉해 만든 꿀. /벤틀리 홈페이지 캡처

꿀벌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건 자동차 업계다. 영국의 수퍼카 브랜드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2017년 UN이 세계 벌의 날을 지정한 것을 계기로 멸종 위기에 놓인 꿀벌 보호에 나섰다. 롤스로이스는 본사 인근 부지에 25만 마리의 꿀벌 서식지를 만들었다. 벤틀리는 2019년 영국 크루 공장 부지에서 12만마리의 벌을 기르기 시작했다. 두 회사가 생산한 벌꿀은 자사 브랜드 고객에게 선물로 준다. 벤틀리 관계자는 “최고의 꿀을 생산하고 꿀벌 서식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50년 이상 벌을 기른 양봉 전문가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꿀벌의 보호에 참여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벤틀리의 정신을 이어갈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포르쉐의 수퍼카 카이엔과 독일에서 운영하는 양봉장. /포르쉐 홈페이지 캡처

사실 세계 최대 자동차 양봉업자는 따로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다. 포르쉐는 독일 라이프치히 지역에서 꿀벌 약 300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여기서 생산하는 꿀 생산량은 한 해 약 400kg에 달한다. 포르쉐는 생산한 꿀을 라이프치히 고객 서비스센터에서 병당 8유로(약 1만원)에 판매한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BMW도 본사가 있는 뮌헨과 라이프치히 자동차 주행시험 시설 인근에서 꿀벌 25만 마리를 키운다.


◇꿀벌 산 채로 구조하는 꿀벌구조대

국내 기업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있다. 꽃을 테마로 한 브랜드 마몽드는 꿀벌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마몽드는 2016년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과 도심 속 양봉장인 ‘마몽드 허니비 가든’을 조성했다. 서울 여의도에 마몽드 가든 1호가 있다. 이후 서울숲과 서울시립미술관에 2, 3호를 만들었다. 도심 속에 만든 벌집 모양의 꿀벌 서식지다.   

마몽드가 서울숲에 만든 마몽드 허니비 가든. /마몽드 홈페이지 캡처

서울 동작구의 핸드픽트 호텔은 2016년부터 호텔 옥상에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2개의 벌통에는 현재 4만 마리의 꿀벌이 살고 있다. 여기서 채집한 꿀은 호텔 요리나 투숙객을 위한 선물로 쓰인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이비스버젯 앰배서더 호텔 옥상에도 꿀벌이 산다. 이비스버젯 앰버서더 호텔 체인은 해외에서 도시 양봉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선 도심 옥상에서 양봉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국내 호텔에서 시도하는 옥상 양봉은 꿀벌 서식지를 늘리는 새로운 대안이다. 도심에 서식지를 얻은 꿀벌이 인근 화단이나 공원에서 꿀을 채취하면서 꽃의 발화율이 높아진다. 또 다른 곤충이나 소형 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도심 한복판 옥상에서 양봉을 하는 서울 핸드픽트 호텔. /핸드픽트호텔 인스타그램 캡처

죽을 위기에 놓인 벌꿀을 살리는 벌꿀구조대도 있다. 서울 성동소방서는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과 협약을 맺고 2019년부터 벌꿀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벌집 제거 요청을 받은 소방서는 물대포나 화염방사기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 꿀벌이 죽기도 한다. 꿀벌구조대는 대신 분봉 청소기 등을 사용해 벌들을 산 채로 구조한다. 이렇게 구조된 벌들은 호텔 옥상 등 도시 양봉장으로 옮긴다.


글 CCBB 키코에루

2021.06.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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