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코딩 배우시고, 취업하면 그때 수강료 내세요

[자동차]by 잡스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좁아지는 문과생 취업을 빗대 생긴 단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IT 기술을 앞세우면서 문사철(문학·사학·철학)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어디서 어떤 것부터 알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해 나선 사람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은 문과 출신도 몸값 높은 AI 개발자를 할 수 있다고 한다. IT 인재양성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 김인기(30)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드스테이츠’ 김인기 대표. /jobsN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문화관광콘텐츠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인기 대표는 스마트폰 앱에 푹 빠진 친구들을 보면서 앱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머지않아 IT 개발자가 유망한 직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앱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개발자를 꿈꿨지만 문과생이 하루아침에 진로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았죠. 코딩에 ㅋ자도 몰랐어요. 일단 군대에서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혔습니다. 관련 책과 영상을 닥치는 대로 봤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배달의 민족 초기 투자자로 알려진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의 트위터 트윗을 봤어요. IT 스타트업 업계에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심이 생겨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IT 스타트업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고 일자리를 소개해달라고 했죠. 대표님께 답장이 왔고 흔쾌히 본인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소개해주셨어요. 그렇게 2013년 IT 스타트업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부족함을 느꼈어요. 독학도 한계가 있었어요. 더 전문적으로 코딩을 익히고 싶어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코딩 부트캠프(인재양성 프로그램) ‘핵 리액터(Hack Reactor)’로 향했습니다. 핵 리액터는 개발자를 양성하는 곳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필요한 역량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에요. 국내에서 관련 학과로 편입하는 것보다 실무에 더 적합한 공부를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공부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IT 개발자들에게 계속해서 콜드 이메일(Cold email·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보내는 홍보 이메일)을 보냈어요. 궁금한 게 생기거나 논의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무작정 메일을 보냈죠. 답장이 아예 없거나 거절당한 적도 많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그러던 중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득공유형(ISA·Income Share Agreement) 코딩 부트캠프 ‘메이크 스쿨(Make School)’ 창업자와 연락이 닿았어요. 20살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중퇴하고 메이스 스쿨을 만든 사람이었죠. 메이크 스쿨은 교육생에게 2년간은 돈을 받지 않고 교육해주고, 학생이 취업하면 그 연봉의 일부를 받는 모델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처음 접하는 소득공유형 모델이 정말 참신했어요. 사람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창업자와 실제 미팅까지 하면서 한국에도 소득공유 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인재 양성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코딩 부트캠프 ‘핵 리액터(Hack Reactor)’를 수료했다. /코드스테이츠 제공

‘핵 리액터’를 수료한 김 대표는 미국에서 엔지니어 직무를 제안받으면서 개발자로 일할지 한국에 돌아와 창업할지 고민했다. 이에 카카오 블록체인 개발사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와 국내 1세대 벤처 창업가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두 사람도 김 대표가 무작정 보낸 메일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당시 권도균 대표님이 개발자와 창업 중 선택하라고 하셨어요. 고민 끝에 사람의 미래와 가능성에 투자하는 회사를 만들어보는 게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제가 처음 개발자를 꿈꿨을 때 막막했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실제 현장에 필요한 교육 과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2015년 ‘코드스테이츠’를 세웠어요. 대학교는 자퇴했습니다. 굳이 학교에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코드스테이츠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트캠프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코딩 부트 캠프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점차 IT 업계에 인재가 더 필요해질 거로 봤어요.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개발자 붐이 일면서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어요. 미국에서 익혔던 커리큘럼을 참고해 수업 과정을 설계했어요. IT 업계 관련 사람들을 섭외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강의식으로 보고 듣게 하는 것보다는 큰 주제를 정해놓고 수강생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학습할 수 있게 했습니다.


IT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 커리큘럼만 교육합니다. 실무 내용을 제대로 가르쳐 1년 이내에 취업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에요.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Software Engineering), 프로덕트 매니지먼트(Product Management), 그로스 마케팅(Growth Marketing),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코스가 있어요. 코스별로 20~200명씩 묶어 주기적으로 개강합니다.” 

코드스테이츠 임직원 단체 사진. /코드스테이츠 제공

수강생 모습. /코드스테이츠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3월 기준 부트캠프 누적 수강생은 2500여명이다. 코드스테이츠 졸업생들은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당근마켓·왓챠 등에 입사해 일하고 있다. 현재까지 취업률은 95%다. 수업을 들은 100명 중 95명은 IT 기업에 입사해 개발 직무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또 현재 IT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채용 연계를 하고 있다. 코드스테이츠에서 배출하는 개발자를 채용하는 파트너 회사만 200여개에 달한다. 주요 파트너사는 호갱노노, 클래스101, 아이디어스, 비프로컴퍼니, 트레바리 등이 있다. IT 스타트업들이 업무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수강생들이 팀을 이뤄 과제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눈에 띄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진다. 당장 인재 채용이 급한 스타트업에도 잘 맞는 채용 방식이다.


‘코드스테이츠’는 소득공유 모델인 ‘위-윈(We- Win)’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코딩 부트캠프 ‘메이크 스쿨’의 소득공유 모델을 차용했다.


“교육 과정 기간에 수강생에게 교육비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교육 수료 후 취업에 성공하면 그때 소득의 일부를 교육비로 내요. 국내 최초로 도입한 소득 공유 모델이죠. 수강생은 돈이 없어도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교육 과정을 들을 수 있습니다. 수강생이 좋은 조건으로 취업에 성공하면 미래 소득 공유 금액도 커집니다. 반대로 수강생이 취업하지 못하면 이익을 얻을 수 없는 방식이에요.


창업 초기에는 월 수강료를 받고 교육하는 모델로 운영했어요. 그러던 중 강원도에서 온 한 학생이 돈이 없어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잠재력이 큰 친구여서 도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커리어 전환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메이크 스쿨’의 소득공유 모델을 적용한 ‘위-윈’ 제도를 출시했습니다. 


‘위-윈(We- Win)’ 제도는 취업 후 연 소득 3000만원(인센티브 등 포함)이 넘으면 매달 월 소득의 12~20%를 18~24번 내는 방식입니다. 코스별로 비율과 기간이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연봉 3300만원(세전) 계약을 했다고 가정해볼게요. 월 소득의 17%인 약 46만원을 24번 교육비로 내면 됩니다. 연봉 3000만원이 넘지 않으면 수강료를 받지 않습니다. 3000만원이 넘을 때까지 최장 6년을 기다려요. 누적 소득공유 상한선도 있습니다. 마케터 700만원, 엔지니어 1500만원, 데이터 사이언스 2000만원 등 일정액을 채우면 소득 공유 24회를 채우지 않아도 계약을 조기 종료합니다. 쉽게 말해 높은 연봉을 받을수록 소득 공유 기간이 더 짧아지는 셈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모델이라 걱정하기도 했지만, 과거 ‘메이크 스쿨’을 보면서 소득공유 모델로 운영하는 인재 학교를 세우겠다는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당시 외부 투자도 받으면서 용기를 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월 수강료를 받는 모델보다 강의를 완료하는 비율이 높았고, 진지하게 취업·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취업에 실패하는 수강생의 경우는요.


“수강생 모두가 취업에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족한 경우 교육 과정이 끝나더라도 더 교육하거나 새로운 과제를 주면서 독려하려고 해요. 수강생이 잘하는 부분을 살려 취업 연계를 더 적극적으로 하기도 하죠. 그런데도 취업하지 못하거나 소득공유를 할 수 없을 땐 실패 처리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소득 공유 성공 사례로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소득 공유 프로그램을 성공한 사람이 수강생에게 도움을 주기도 해요.”

김인기 대표. /jobsN

개발자 붐이 일면서 회사 매출은 전년보다 2배씩 늘고 있다. 수강생 규모도 2015년 설립 이후 매년 2~3배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신규 수강생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배 이상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눈 여겨볼 만한 점은 ‘코드스테이츠’ 수강생 중에는 대학에서 IT와 상관없는 전공을 한 경우 많았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수강생 전공을 분석했더니 수강생 86%가 컴퓨터공학 비전공자였다. 실제로 축구선수, 타투이스트, 요리사, 전도사, 통번역사, 연극배우, 목수 등 다양한 일을 하던 사람이 ‘코드스테이츠’를 찾아 IT 개발 직군으로 커리어 전환에 성공했다.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했든 사회에서 무슨 일을 했든 동일하게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개발자에 관한 관심이 늘면서 수강생도 늘고 있어요. 분기당 6000여명이 지원하는데 모든 지원자를 다 받을 수는 없습니다.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인터뷰를 봅니다. IT 관련 기초 지식을 평가하진 않지만, 학습에 관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의지는 봐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나요. 


“아무래도 창업 초기에 함께 했던 학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희 어머니와 동갑이셨던 수강생이 있었어요. 대기업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셨죠. 20대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는데 열정과 의지가 대단하셨어요. 현재는 코딩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또 단역배우 분도 기억에 남아요. 한달에 수입이 수십만원일 정도로 생계가 불안정했어요. 열심히 공부하셨고, 취업도 바로 해 현재는 미국 AI 로보틱스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계세요. 지금도 연락을 꾸준히 하면서 회사에 도움을 주시고 계세요.”

코드스테이츠 IT 인재양성 관련 수강생의 다양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코드스테이츠

작년에는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 훈련기관으로 뽑히기도 했다. ‘K-디지털 트레이닝’은 정부가 2025년까지 디지털 핵심 실무 인재 18만명을 키우겠다고 시작한 사업이다. 이에 지난 6월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회사를 직접 찾았다.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소득공유모델(ISA) 위-윈 프로그램을 발전 시켜 나가기 위해 정부와도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인간의 잠재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휴먼 캐피털’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IT 관련 직무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습니다.  또 경제적, 사회적 배경과 상관없이 교육 기회를 주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해 계속해서 IT 생태계 활성화와 소프트웨어 인재 배출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글 CCBB 귤

2021.07.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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