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수제맥주 사장 자리도 던지게 만든 이것

[비즈]by 잡스엔

전은경 토민(土民) 대표

버드나무브루어리 공동 창업

국산 농산물 활용 탄산음료 선보여


“시중에 나온 탄산음료란 탄산음료는 수입산을 포함해 거의 다 먹어봤어요. 기성 제품은 목넘김 후 뒷맛이 깔끔하지 않았고, 탄산수는 맛이 밍밍하거나 향이 살짝 스치는 수준이라 아쉬웠어요. 둘 사이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반년을 고민했습니다.”


전은경(35) 토민 대표는 자칭 ‘탄산 중독자’다. 어릴 때부터 탄산음료를 즐겨 마셨고, 탄산이 좋아 맥주를 마시다 2014년 강릉을 대표하는 수제맥주 회사 버드나무브루어리 공동 창업까지 했다. 5년 간 수장직을 맡아 연 매출 21억원 회사로 성장시킨 전 대표는 돌연 2019년 대표직을 내려놓고 재창업에 나섰다. 국산 식자재로 만든 건강한 탄산음료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토종 농산물을 활용한 식음료로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전 대표를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은경 토민 대표. /jobsN

-토민은 어떤 회사인가.


“토민(土民)이라는 사명대로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이로운 식품을 만드는 회사다. 토민은 젊은 시절 귀농한 서예가 아버지의 호(號)이기도 하다.”


-여행기자에서 수제맥주 대표, 이제는 음료회사를 이끈다. 이력이 독특한데.


“대학생 때 사진을 전공했다. 졸업 이후 촬영 일을 하고 칼럼을 썼다. 전국 방방곳곳은 물론 외국으로도 취재를 다녔다. 해외로 나가면 종종 브루어리나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왔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그 나라 전통 술이 관광상품으로 개발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술이 국가나 지역 특산물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때 전통주에 관심이 생겼고, 전국의 막걸리 장인을 인터뷰하면서 술에 대해 공부했다. 나중에는 창업해 직접 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 붐이 일었다.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수제맥주 창업 열풍이 불었다. 그래서 막걸리가 아닌 맥주를 창업 아이템으로 택했다. 한국과 지역의 특색이 담긴 수제맥주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2014년 지인 여럿과 의기투합해 버드나무브루어리를 창업했다. 5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맡아 양조장과 펍 운영, 맥주 유통 등을 담당했다.”

버드나무브루어리를 공동 창업한 전 대표. /현대카드 유튜브 캡처

-왜 잘 나가는 회사를 두고 재창업에 나섰나.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음료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수제맥주 시장은 한계가 분명했다. 맥주는 보리·홉·효모 등 원료 99%를 수입산에 의존한다. 창업 후 우리 쌀이나 강원도 메밀을 활용한 맥주를 만드는 등 나름 노력은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식품 창업을 하면 원산지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또 지금은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대변혁의 시대가 아닌가. 중소 맥주회사 입장에서 온라인 유통이 불가하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그래서 온라인 유통이 가능하고, 재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식품 창업을 결심했다. 2019년 버드나무브루어리에서 완전히 나와 그해 11월 토민을 창업했다. 제품 출시까지 반년을 준비해 2020년 4월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탄산음료 샤인클링을 선보였다.”


-샤인클링은 어떤 제품인가.


“충청북도 영동산 샤인머스캣을 사용한 과일향 탄산음료다. 토민을 창업한 2019년 말에는 샤인머스캣이 고가인데도 인기가 엄청났다. 찾아보니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가공식품이 없더라. 이걸 활용해 음료를 만들면 좋은 반응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또 ‘최초’라는 의미도 있었다. 탄산음료를 택한 배경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탄산음료를 좋아했다. 그런데 당류가 많고 몸에 좋지 않아 탄산수를 찾았는데, 아무 맛도 나지 않거나 밍밍해서 손이 안 갔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탄산음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샤인클링에는 당류뿐 아니라 인공첨가물이나 감미료도 넣지 않았다.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몰(bit.ly/34DXWpb)에서도 판매가 늘고 있다.”

샤인클링과 피치클링. /토민 제공

-요즘 당류를 넣지 않은 ‘제로’ 음료도 많이 나오는데.


“과일향 탄산음료 중에서 당류가 없거나 칼로리가 낮은 제품도 있지만, 핵심 재료인 과즙의 출처를 알 수 없다. 보통 수입산 농축액을 구매해 제품을 만든다. 과일을 활용해 제대로 맛을 내서 음료를 만드는 곳은 찾기 드물다. 우리는 과일을 직접 수매해 과즙을 음료로 가공하고 유통하는 것까지 직접 한다.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고, 천연 추출 성분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로 단맛을 냈다. 인공향료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제조원가 자체가 높다. 제품 가격은 350ml에 1500원으로, 일반 탄산수보다 비싼 편이다.”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무턱대고 농가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보다 지역 농업진흥센터나 농협 같은 기관을 찾아가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았다. 과일 수매처를 찾은 뒤에는 과즙 제조에 공을 많이 들였다. 어떤 방식으로 과즙 공정을 갖춰야 좋을지 테스트하는 시간이 길었다. 직관적으로 ‘맛있다’는 느낌을 내기 위한 관능평가도 수차례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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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창업 초기에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유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탄산음료는 최소주문수량(MOQ·Minimum Order Quantity)이 굉장히 많다. 15만~20만병씩 주문해야 공장에서 만들어준다. 그러다 보니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을 때 떠안는 리스크가 큰 편이다. 작은 업체의 주문을 안 받는 곳도 많다. 대기업이 유통망을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을 수매하고 과즙을 만들 때까지도 주변에서 사업을 만류하는 분이 많았다. 중소기업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작은 기업에서 만든 음료를 어떻게 팔 거냐고 걱정했다. 우리가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을 찾은 이유다.


2020년 4월 첫 펀딩을 했는데, 6000만원 가까운 돈이 모였다. 와디즈에서 탄산음료로 펀딩을 시도한 건 우리가 처음이었다. 펀딩이 끝나고 많은 분의 앵콜 요청이 있어서 한 달 뒤에 다시 펀딩을 했다. 이때는 1억원이 넘게 모였다. 건강한 탄산음료에 대한 수요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펀딩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 덕에 마켓컬리나 쿠팡 등에도 입점해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샤인클링 출시 이후 영천 복숭아를 넣은 피치클링(bit.ly/3i9F9di)과 제주도 한라봉을 넣은 라봉클링(bit.ly/3pbhD13)도 선보였다. 피치클링 펀딩 때는 6000만원이, 라봉클링은 8000만원이 모였다. 음료 3종으로만 1년이 채 안된 기간에 누적 4억원가량의 펀딩액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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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만류가 컸는데, 제품 경쟁력에 확신이 있었나.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이런 음료를 원하는 분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량 생산을 하는 대기업이 가격 경쟁력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농가에서 직접 과일을 수매해 과즙을 내어 음료를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 같은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2021년 예상 매출액은 8억~10억원이다. 직원은 대표인 나를 포함해 2명이다.”


-사업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오프라인 매장 입점에 어려움이 있다. 입점 수수료 부담이 큰데, 제품 원가율이 높아 입점 제안이 와도 마진 때문에 거절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온라인 시장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앞으로 계획은.


“이제 막 제품을 대중에 알리기 시작했다. 아직 샤인클링 같은 제품을 원하지만 만나지 못한 분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2021년에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나는 게 목표다. 토민이라는 회사 이름에 담은 뜻처럼, 음료뿐 아니라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간식 등 다양한 건강한 먹거리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관점에서, 그동안 식자재로 쓰이지 않았던 재료로 가공식품 제조에 도전해 소비자한테 인정받고 싶다. 올해 8월 네 번째 음료로 딸기와 블랙베리를 혼합한 음료를 선보인다.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글 CCBB 영조대왕

2021.06.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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