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공기도 판다"···이 개그맨이 사업에 중독된 이유

[비즈]by 잡스엔

개그맨 출신 사업가 김원효

6~7개 프로그램 하루아침에 사라져

진짜 ‘내 것’ 찾으려고 사업 시작

“아직 젊어, 뭐든 도전해볼 것”

김원효 제공

"야, 안 돼~!"


2005년 데뷔해 수많은 방송에서 활약한 개그맨 김원효(41). 2011년 개그콘서트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메인 역할을 맡아 대중에 큰 웃음을 안겨줬다. 그러던 그는 최근 사업가로 변신, 본업인 개그맨보다 사업가로 더 유명해졌다. 10개가 넘는 김밥 전문점 매장을 운영하고, 속옷과 지리산 청정 공기까지 판매한다. 모델로 참여한 밀키트 브랜드 ‘한끼해효’에서는 제품 개발에 대한 자문 역할도 한다. 김원효가 ‘사업 중독’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의욕적으로 사업에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몸은 힘들지만, 코로나19 시기에 바쁘게 지낼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방송도 많이 나가고, 사업적으로도 바쁘고, 개그맨 이상훈과 함께 댄스 듀오 ‘다비쳐’를 결성해 음반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운동도 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는 것 같다.”


-개그맨 김원효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김밥·속옷·공기·밀키트 사업을 한다. 또 와이프인 개그우먼 심진화가 소속사가 없어 직접 회사를 차려 영입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각자 이름을 따 효심엔터테인먼트라 지었다. 소속 연예인은 와이프와 내가 전부다.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이 몇 있는데, 만일 받는다면 부부만 영입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야 좀 특색이 있으니까.”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메인 역할을 맡은 김원효. /크큭티비 유튜브 캡처

-사업가로 변신한 계기가 있나.


“아무리 개그를 해도 진짜 ‘내 것’이 없더라. 가수, 작곡가나 작사가는 저작권이 본인에게 있지 않나. 그런데 개그맨은 방송국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유행어가 남는다 해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게 없다. 그래서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꼭 대박을 치지 않아도, 한 달에 10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고정적인 수입이 나오면 좋은 게 아닌가. 개그맨들은 다들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그 좋은 머리를 다 개그에만 쏟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직업이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365일 개그만 하고 사는 건 아니지 않나. 여가 시간을 활용해 다른 쪽으로 관심을 가져보니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초기에는 공연 사업이나 술집 운영을 했다. 2014년쯤이었는데, 세월호 사고로 공연 사업이 자연스럽게 멈췄다. 부산에 차린 술집은 막 매출이 뛰려던 중 그만뒀다. 집과 멀기도 하고, 지인이 방문하면 함께 술을 마셔야 하는데 몸이 너무 힘들었다. 함께 술집을 차린 동업자 형은 내가 그만둔 뒤에도 더 의욕적으로 사업을 키워 10개 지점을 더 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김밥 사업인데.


“2016년 ‘청담동 마녀김밥’ 사업을 시작했다. 원래 가게가 본점 하나였다. 평소 즐겨 찾던 맛집이었다. 그런데 워낙 자주 가다 보니 와이프한테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자주 올 거면 차라리 직접 차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꿈에서도 이 김밥집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사장님을 찾아갔다.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고 하니 완곡히 거절했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은 생각도 안 해봤다”고 했다. 대신 “나중에라도 점포를 확장하면 가장 먼저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3개월 뒤 연락이 왔다. 2호점 직영점을 낼 건데, 관심이 있느냐고 묻더라. 그 기회를 잡았다.”

10곳이 넘는 김밥 전문점 매장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김원효. /MBN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첫 달부터 흑자였다고. 성과는 어떤가.


“자영업자가 힘든 시기라 구체적인 성과를 언급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매장별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장사가 잘 되는 곳은 평수 대비 매출이 전국 김밥집 중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마녀김밥 대표로 아는 분들이 있는데, 본사 대표님은 따로 있다. 나는 전체 30여개 지점 중 10개가 조금 넘는 매장에 대한 지분을 일부 갖고 있다. 서울 삼각지·여의도·방배·상암·노들·시청·공덕점, 경기도 고양 화정점, 대구 대봉·범어점, 부산 해운대·센텀·서면점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김밥 사업도 잘 되는데, 속옷·공기 사업도 한다고.


“어느 날 속옷 모델 제의가 들어왔다. 샘플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입어본 팬티 중 가장 착용감이 좋았다. 모델은 보통 1년 계약 등 시기를 정해 계약하는데, 쉽게 표현하면 이 팬티를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사측에 역제안을 했다. 모델은 당연히 하는 거고, 지분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더 깊게 관여하게 됐다. 남자 속옷 모델로 시작했는데, 여자 브랜드 ‘효심 맘, 편한팬티’를 새로 만들었다.


지리산 공기를 캔에 담아 판매하는 ‘지리에어’ 사업은 폐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가족력이 폐 질환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항상 폐부터 본다. 그런데 마침 회사에서 모델 제의가 들어왔다. 미팅을 했는데, 작은 회사라 마케팅 쪽으로 너무 약했다. 그래서 제품에 대해 배운 뒤 공장에도 가보고, 설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봤다. 지금은 공기를 사서 마시는 일이 낯설지만, 예전에는 물을 사서 먹는 시대가 올 줄 아무도 몰랐다.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경각심이 커지면 공기 사업도 성장할 것으로 봤다. 그래서 합류했다. 지리산 청정 지역에 공기를 채취할 수 있는 공장이 몇 곳 있다. 이 공기를 압축해 캔에 담아 식약처 허가를 거쳐 판매한다. 의약외품으로 등록된 공기 캔은 우리 회사 제품이 유일하다. 2020년 10월 판매를 시작해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리산 공기를 캔에 담아 판매하는 ‘지리에어’와 간편식 브랜드 ‘한끼해효’. /각사 제공

김원효 제공

-밀키트 ‘한끼해효’ 브랜드도 인상적인데.


“‘한끼해효’는 모델에 가까운데, 상품 개발이나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내면 사측에서 많이 반영해준다. 보통 모델은 모델 역할만 하고 끝이지만, 성격상 그렇게 못한다. 제품이 잘 팔릴까 걱정도 하고, 생각보다 매출이 잘 안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왕 모델로 참여하는 건데 성과가 잘 나와야 기분이 좋지 않나.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거다.


예를 들어 한끼해효에서 닭다리통살구이를 판매하는데, 원래 매콤한맛과 소금구이맛밖에 없었다. 세상에 다양한 맛이 있는데, 왜 2가지 맛밖에 없을까 의문이 들었다. 평소 카레를 좋아하기도 하고, 닭가슴살을 카레에 찍어 먹기도 한다. 카레맛 제품을 선보이면 어떨까 하고 의견을 내 수차례 샘플 테스트를 거쳐 허니카레맛 통살구이가 나왔다. 고객 사이에서 허니카레맛이 제일 맛있다거나 홈쇼핑에서 허니카레맛 매출이 가장 잘 나오면 뿌듯하다.”


-본인만의 경쟁력이나 사업 철학이 있다면.


“시대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개인의 전문성이 무기였다. 예를 들어 떡볶이를 잘 만드는 사람이 가게를 차리면 잘 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떡볶이를 잘 만드는 사람, 마케팅을 잘 하는 사람과 자본력이 있는 사람이 손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 떡볶이만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언젠가 속옷 공장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다. 팬티 품질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았다. 그런데 망했다. 마케팅이 안 되니까 좋은 제품을 가지고도 성공할 수 없던 거다.

김원효 제공

김밥도 마찬가지다. 나는 김밥을 말지 않는다. 김원효가 종일 매장에서 김밥 만든다고 많이 팔리는 게 아니다. 김밥 잘 마는 분을 교육해 잘 만들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된다. 카운터에서는 호감형이거나 친절한 직원을 고객을 맞이하고, 나는 여기저기 열심히 다니며 홍보에 집중한다. 경영이나 세무 관리 등은 본사에서 책임진다. 이런 몇 가지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내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나밖에 못하는 거야’ 하면서 혼자 모든 일을 하려 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 방식이 통할지 모르지만, 더 큰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1인 미디어 시대라 해도 대형 유튜버들은 샌드박스 같은 MCN 회사와 손잡고 콘텐츠를 만들지 않나. 더 큰 성장을 위해선 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사업 중독'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계속 여러 사업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나.


“아직 젊으니까. 주변 사람들을 보면 현재에 안주하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 당연히 잘 되는 일이 있으면 그 일만 해서 먹고 살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 개그맨으로 활동하면서 오랜 기간 불안정한 삶을 살아와 그런지 항상 ‘플랜 B’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리스크가 크지 않는 이상 도전해보자는 마인드다. 이번에 음반을 내는 것 보고 ‘무슨 40살 넘어서 댄스 가수냐’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구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이라며 응원하는 분도 많다. 그냥 도전해보는 거다.”

-와이프의 반응이 궁금하다. 방송에선 만류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는데.


“사업이 망할 것 같아 그만하라는 말은 아니다. 사업에 몰두할수록 건강도 나빠질 수 있고, 함께 보낼 시간이 줄어드니까 그렇게 이야기한다. 사업 자체에는 지지를 보낸다. 다만 웬만하면 나와 관련이 있는 분야에만 손을 대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돈이 될 것 같다는 이유 하나로 여자 블라우스나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지 말라는 거다. 나 역시 관심이 없는 일에는 재미를 못 느껴 일을 벌이지 않는다.”


-개그맨 시절과 지금 삶의 만족도를 비교한다면.


“지금이 훨씬 좋다. 건축물로 따지면 지하주차장과 1층까지는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냥 1층에서 살지, 아니면 2층이나 3층까지 더 올릴지를 고민하고 있다. 개그맨 시절에는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코너를 하면서 잘 나갈 때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동시에 6~7개 하던 시기도 보냈다. 이때 사람들은 ‘TV만 틀면 김원효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치 짠 것처럼 하루아침에 코너 여러 개가 한 번에 사라졌다. 사건 사고가 터진 것도 아니었다. MC가 바뀌거나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지면서 눈 뜨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다. 이때 허무함을 느꼈다. 그렇게 쉴 줄 알았으면 준비라도 했겠지만, 일격을 맞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꼭 사업이 아니라도 영어 공부라도 하고 있었으면 집중해서 공부라도 해 볼 텐데, 당장 내일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기분이 싫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임시 보호하다 입양한 강아지 태풍이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이 되었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자료도 남겨 놓을 겸 유튜브를 할까 생각 중이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더 성장시키는 것도 사업가로서 할 일이다.”


글 CCBB 영조대왕

2021.06.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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