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도 안 쳐다보던 이것, 갖고 싶게 만든 남자

[비즈]by 잡스엔

큐클리프 이윤호 대표

폐우산·현수막으로 지갑 제작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만들고 싶어"


4.7 서울시 재보궐 선거를 위해 쓰인 현수막은 약 1만8000장 이상. 모든 현수막을 이어 붙이면 180km로 서울에서 대전보다 먼 거리다. 무게로 따지면 약 920톤으로 추정된다. 이번 재보궐뿐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현수막은 13만개였고 바로 작년 21대 총선에서는 3만개를 사용했다. 폐현수막 물량은 각 9200톤, 1700톤이었다고 한다.


선거가 끝난 후 이런 현수막은 대부분 태워지거나 버려진다. 오염이 심하거나 세척 비용이 많이 들어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처리하는 과정이 문제다. 현수막 소각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현수막은 화학섬유 원단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1급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 미세 플라스틱 등이 대기로 배출된다. 그래서 고물상에서도 받지 않는다.


이렇게 어디서든 애물단지 취급받는 폐현수막을 재탄생 시키는 곳이 있다. 폐현수막을 이 세상 하나뿐인 지갑, 가방, 필통 등으로 만드는 '큐클리프(CUECLYP)'다. 폐현수막뿐 아니라 버려진 우산, 낙하산, 패러글라이딩 원단, 보릿자루 등으로 제품을 만든다. 이윤호 대표는 큐클리프를 "유니크한 디자인과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라고 말한다. 이 대표에게 큐클리프 이야기를 들었다.이윤호 대표. /큐클리프 제공

원단 세척하는 모습. /큐클리프 제공

우산·현수막·광고배너·낙하산·텐트·보릿자루의 변신


이윤호 대표는 창업 전 홈쇼핑 관련 업체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하던 회사원이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패션 브랜드를 준비했다.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뭔가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뜻이 맞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 지인을 알게 됐다. 2015년 말부터 함께 브랜드를 준비했다.


"큐클리프의 시작은 우연에서 시작됐습니다.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를 하고 싶었는데 구체적인 모양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정 공동 대표가 선물 받은 우산이 망가졌습니다. 버리기 아까워 원단으로 작은 파우치를 만들었어요. 결과물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우산 원단이 가볍고 방수 기능도 있어 실용적인 파우치가 탄생했죠.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2016년 1월1일 우산 원단으로 만든 파우치처럼 각종 폐원단을 재탄생시키는 브랜드 큐클리프가 탄생했다. 큐클리프라는 이름도 영어 단어 '업사이클(UPCYCLE)' 스펠링을 재조합해 만든 것이다.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큐클리프 제품 제작 과정

버려지는 원단 모아 만드는 제품


큐클리프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다른 패션 브랜드와 조금 다르다. 크게 보면 '소재 수거 및 선별-분리·해체-세척·건조-재선별-가재단-봉제' 순이다.


"우선 소재를 수거합니다. 선별장에 가서 직접 수거하기도 하고 새활용플라자 내 소재은행 등을 통해 사기도 해요. 또 우산이나 현수막을 만드는 곳에서 불량품을 가져오기도 하죠. 최근엔 현수막 기증해주시는 곳이 늘었어요. 이렇게 수거한 모든 재료를 원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해 원단만 따로 분리합니다. 우산살에서 원단을 떼는 등의 작업이죠. 이후 세척과 살균을 시작합니다. 이때 소재에 따라 세탁 시간, 세척 강도, 한 번에 세척할 수 있는 양, 건조 시간이 다 달라서 소재별로 나눠서 해야 해요. 세탁기로 하기 어려운 작업은 세척실에 깔아 놓고 직접 하기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건조까지 다 끝나면 다림질을 하고 패턴을 따라 재단, 봉제를 합니다."


수작업으로 하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이 과정을 거쳐 처음 만든 제품은 작은 파우치, 필통류였다. 소비자 반응이 궁금해 2016년 3월쯤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당시 업사이클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꽤 있어 뿌듯했지만 제품을 널리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처음부터 수량을 많이 만들 수 없어 직접 미싱 작업을 했던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이후 수량을 늘리면서 작업 가능한 봉제공장을 찾아다녔다. 업사이클 소재 특성상 봉제 과정 까다로운데, 이걸 해주려는 공장이 많지 않았다. 수십 곳을 돌아 힘겹게 뜻이 맞는 공장을 찾았고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 자동차, 파타고니아와 협업해 만든 제품. /큐클리프 제공

낯선 업사이클 제품, 이제는 대세로


큐클리프는 오브젝트, 아크앤북 등 편집숍에 입점하면서 브랜드를 알렸다.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업사이클 브랜드가 늘었고, 해외 유명 브랜드가 한국에도 들어오면서 업사이클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다. 큐클리프도 마찬가지였다. 파타고니아, 현대, GS칼텍스 등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다양한 곳과 협업을 진행했고 모두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중 2018년도에 파타고니아코리아와 진행했던 협업이 기업에 납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파타고이나 백팩에 함께 제공되는 미니 포켓파우치를 저희가 제작했습니다. 친환경 분야에서 존경받는 기업이라 의미 있었고 함께 작업하는 것 또한 즐거웠습니다. 그 이후에도 불량재고나 수선이 불가한 의류 등을 커스텀 제품으로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또 2020년 현대자동차xBTS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큐클리프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큐클리프와의 협업은 브랜드 이름을 알린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경보호에서 좋은 시너지를 낸다. 주유소에 걸린 폐현수막을 모아 제품을 만들고 폐차에서 나오는 에어백 소재로 휴대용 재떨이 포켓을 만들기도 했다. 또 영화제, 봉사활동 등 행사에서 쓰고 난 현수막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업사이클 소재로 만든 제품. /큐클리프 제공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만들고 싶어"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큐클리프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환경보호는 물론 소비자 인식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고객들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폐우산과 현수막을 기증하고 싶다고하고 사비를 들여 택배로 보내주십니다. 업사이클링 의미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거예요. 친환경 패션 소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게 뿌듯하죠. 또 고장 난 우산을 보내주시면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 드리는 이벤트가 있습니다. 여러 우산을 모아서 사연과 함께 기증처럼 보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써왔던 우산을 보내주시고 다시 제품으로 보내드렸을 때, 감사하다는 후기를 보면 소소하지만 흐뭇한 순간들입니다."


아직은 업사이클 소재가 생산 과정에서 제약이 많다. 세척, 살균 등 가공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게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많은 고객이 원하시지만 한정된 수량으로만 생산해야 하는 게 아쉽다"고 말한다. 이런 큐클리프의 목표는 이런 점을 연구하고 개발해  많은 사람이 업사이클링 제품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큐클리프의 메인은 업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입니다. 생산이 한정적이라 희소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누리지 못하고 소수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죠. 계속 소재와 생산 과정을 연구해 조금 더 다양한 계층, 남녀노소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제품은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들 겁니다."

글 CCBB 하늘

2021.06.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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