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랠리’서 아시아 최고 모터사이클 기록 낸 선수가 만든 베이스캠프

[자동차]by 잡스엔

다카르 랠리 한국인 최초 출전·아시아인 최고 기록

류명걸(40) 선수는 고등학교 때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타기 시작해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모터사이클과 함께하고 있다. 류 선수는 2018년 잡스엔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하 랠리 우승 후 다카르 랠리 출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2020년 1월 다카르 랠리 완주에 성공했다. 죽음의 랠리라고도 불리는 다카르 랠리는 완주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 도로가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에서 7800km을 12일 동안 달려야 한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다카르 랠리를 완주했으며 종합 40위에 올랐다. 역대 아시아 최고 성적이다. 다카르 랠리 이후 류 선수는 모터사이클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모터사이클 여행자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 선수뿐 아니라 CAMP R27 대표 인생을 시작한 류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류명걸 선수 사진. /본인 제공

◇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매력 “장비보다 실력으로 승부”

- 바하 랠리 이후 다카르 랠리 출전하기 전까지 어떻게 지냈나요.

“2018년 바하 랠리 우승 후 그 해 11월에 멕시코에 갔어요. 멕시코 소노라 지역 사막에서 열리는 랠리 캠프에 참가해 랠리 길 찾는 법 등을 익혔죠. 2019년 4월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열리는 메리주 랠리를 완주했어요. 그래야 다카르 랠리를 출전할 자격이 생기거든요. 메르주 랠리가 끝나고 참가한 2019 몽골 랠리에서는 우승했어요. 국내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하기도 했어요.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외 가리지 않고 대회를 참가하며 다카르 랠리를 준비했죠. 대회 출전 외로도 수영·필라테스·사이클을 타며 체력 훈련을 준비했습니다.”

- 모터사이클의 어떤 점이 바쁜 훈련 일정을 감수하도록 만드나요.

“어렸을 때부터 모터사이클을 계속 탄 이유는 자유로움 때문이었어요. 바이크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었으니까요. 비행기를 매번 탈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렇다고 자동차가 있지도 않았고요. 엔진 동력 덕분에 자전거보다 훨씬 체력 소모가 덜 하니 최적이었죠. 1998년 모터 사이클 입문 후 2001년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접했어요. 지금은 오프로드가 모터사이클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에요. 오프로드는 장비보다 실력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아요. 아무리 비싸고 품질이 높은 바이크더라도 장비를 조종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하면 오프로드를 견딜 수 없어요. 오프로드 특성상 길이 험해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이에요.”

- 다카르 랠리를 위해 회사뿐 아니라 전·월세를 포기했어요.

“지금까지 모터사이클 대회 출전을 위해 투자한 비용이 3억원입니다. 우리나라는 모터사이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 기업 후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거든요. 따라서 전·월세, 퇴직금으로 비용을 마련했죠. 회사는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그만뒀어요. 다카르 랠리에 한국인이 출전하는 건 제가 최초였어요. 외국에서 한국의 모터사이클 실력을 저를 통해 평가할 거라는 사실이 최선을 다하게 했어요.”

바이크에 올라타 포즈를 취하는 류 선수. /정주영 사진작가

◇ 다카르 랠리, 생(生)과 사(死) 사이 위험한 줄다리기

- 떨리진 않았나요.

“대회 시작 전 출전하는 전 세계 라이더들이 모여 바이크 점검을 받아요. 그 과정을 통과해야 대회 출전이 가능해요. 장비에서 결함이 나오면 출전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어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인데, 혹시라도 출발 전에 문제가 생겨 시작도 못 할까 부담이 컸죠. 대회 시작 전과 첫날이 가장 떨렸어요. 막상 대회 시작 후 막상 바이크에 올라타니 달리는 데 집중해 긴장이 덜 했어요.”

- 다카르 랠리 중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언제였나요.

“1월5일부터 1월17일까지 매일 600~700km를 달렸어요. 랠리 7일 차에 하루 동안 휴식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데 8일 차 때 모터사이클 선수 한 명이 사고로 사망해 다음 날 경기를 치르지 못했어요. 대회 시작 전 마주쳐서 서로 인사도 나눴던 선수였어요. 당시 그분과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워했었는데 나중에 사망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다카르 랠리가 얼마나 위험한 대회인지 다시금 느꼈어요. 서약서에도 죽음에 대한 언급이 많아요. 사막 한가운데,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달려야 하므로 위험 노출도가 높아요. 이후로는 속도를 줄이고 완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 본인이 위험했던 적은 없었나요.

“대회 중 심하게 넘어진 적이 있었어요. 가방 안에 물 3L를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규정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어요. 조난 상황을 대비해 응급 생명수로 사용하도록 가방 속 물을 꼭 지참해야 해요. 바이크에서 떨어질 때 가방 안 물이 저를 보호해줬어요. 전체 20위권, 루키 클래스 3위권이 목표였기에 그전까지는 서둘렀거든요. 이후로는 페이스 조절하며 탔습니다.”

- 대회 중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육체적으로 힘든 건 제가 선택한 일이고 고통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버틸 만 했어요.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견디기 어렵더군요. 하루 라이딩을 일찍 마치고 캠프에 돌아오더라도 다들 바이크 정비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이거든요. 헬리콥터도 하늘에 돌아다니고 마치 부대 훈련하는 듯한 환경이에요. 그러다 보니 대회 기간 중 깊게 잠들기 어려운 상황이 가장 힘들었어요.

- 완주 소감이 어떠세요.

“오랜 시간 준비했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순위를 떠나서 기뻐요. 10일 차에 후발주자로 시작해서 50~60대 추월 끝에 30등 안으로 캠프에 들어왔어요. 다카르 랠리는 생중계를 해서 한국에서도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했나 봐요. 다녀오니 사람들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대회 중 앞선수가 다쳐 헬리콥터가 도착하기까지 함께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규정 상에도 다친 선수를 외면하는 건 금지하기 때문에 도와준 시간 만큼 보상을 받는 제도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첫 대회 참여이다 보니 신청에 서툴러 시간을 보상받지 못했어요. 종합 40위, 루키 클래스 5위로 마무리했죠. 하지만 앞선 경우를 고려하면 제 실력이 세계에서도 통하는 실력이구나 깨달아서 좋았어요.”

다카르 랠리 완주 후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를 펼친 류 선수. /정주영 사진작가

◇ 모터사이클 여행자를 위한 베이스캠프, CAMP R27

- 다시 다카르 랠리에 도전할 계획이 있나요.

“다카르 랠리를 다녀오는 데 1억원이 넘게 들어요. 참가 신청비용만 4000만원 이상이죠. 바이크를 챙겨가거나 팀을 운영한다면 1억원 이상 필요해요. 또 대회 출전을 위한 준비 훈련을 지속하려면 회사를 병행하기에도 어려워요. 기업 후원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인데 우리나라는 모터사이클 인식이 좋지 못해 지원을 받기 어려워요. 다시 다카르 랠리를 참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여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어요.

“모터사이클 라이더 중 세계 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일종의 베이스캠프 공간인 거죠. 그렇게 경기도 화성에 CAMP R27을 만들었어요. 바로 앞에 제부도가 있는데요. 경기도 화성은 삼국시대에 국제 무역항이었던 당항성이 있던 곳이에요. 인천에 가깝기도 해서 베이스캠프를 만들기에 적당한 장소였어요. 막사를 설치해 여행자들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어요. 또 바이크를 자가 정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정비나 라이딩 기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쉽게 말해 바이크 라이더들이 함께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이에요.”

- 창업 과정이 궁금해요.

“모터사이클로 국내외 여행을 했던 사람 2명과 함께 CAMP R27을 시작했어요. 모터사이클 여행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다카르 랠리를 다녀온 뒤 2020년 한 해 동안 여러 일이 일어났어요. 2020년 저는 결혼을 했고 아들이 태어났죠. 공동 창업자 2명은 명예퇴직을 하는 해였어요. 각자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2020년 8월 캠프 공간을 계약했어요. 주변 지역 정리도 하고 시설을 지었죠. 원래 계획은 몽골에 베이스캠프를 세우는 거였지만, 한국에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니 경기도 화성에 먼저 만들었어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몽골에도 베이스캠프 공간을 만들 예정이에요. 한 분은 기술정비와 어드벤처 라이딩 조언을 맡고 다른 한 분은 캠프장을 전반적으로 관리하십니다. 저는 안전, 보호장비를 중점적으로 바이크 장비에 대한 지식을 교육해요.”

- 몽골로 진출하려는 이유는요.


“사막이나 광활한 자연을 경험하며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곳은 아시아에서 몽골 뿐이에요.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해외 라이더들이 몽골 라이딩 여행을 가고 싶어해요. 그런데 몽골에 직접 바이크를 챙겨가기 어려워 현지에서 렌트를 하는 추세예요. 또 여행 중 길을 잃거나 부상을 입을 위험이 크죠. 막상 여행을 떠나기에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죠. 몽골에 베이스캠프를 세워 여행 가이드로서 어드벤처 라이딩을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현재 몽골 훕스골 지역을 알아보고 있어요”

CAMP R27 교육 모습. /CAMP R27 제공

-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렵진 않나요.

“교육이나 바이크 정비 외로 수입이 없다 보니 힘들죠. 코로나19로 많은 인원을 유치하는 게 불가능하기도 하고 저희는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대부분 최대 5명만 받아요. 수익은 월세 유지하는 정도에요. 원래 계획은 2021년 몽골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거였지만 코로나19로 늦어지고 있어요.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일 거에요.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고 거죠. “

-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한 일은 무엇인가요.

“면허만 딴 상태지 바이크를 탈 줄 모르는 여성 라이더 팀이 있었어요. 유리아시아 횡단이 목표라고 했어요. 현재 교육을 받고 제주도로 라이딩 여행을 떠난 상태에요. 그 분들 말고도 개그맨 김병만씨나 가수 강균성씨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바이크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해요.”

- 본인에게 모터사이클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전에 제가 모터사이클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모터사이클은 바이크를 단순히 조종하는 게 다가 아니다. 내 실력과 한계를 깨닫고 연습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다.’ 성취하기 위해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죠. 시행착오나 어려움을 겪더라도 노력을 통해 극복해요. 성장은 과정을 통해 이뤄지니까요. 이 단순한 명제는 모터사이클뿐 아니라 모든 분야,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되죠. 스스로 노력하고 성취해 내 결과의 기쁨도 배우고, 저는 모터사이클을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었어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 목표는요.

“우리나라는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반면 모터사이클 산업은 저조해요. 국내 모터사이클 제조사가 두 군데가 있지만, 스쿠터나 소형 바이크만 생산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중국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는 형태로만 공정이 이뤄져요. 산업 규모뿐 아니라 모터사이클 문화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은 편이죠. 소음과 먼지 민원이 나오고 위험하다고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모터사이클 문화를 즐기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싶어요.

CAMP R27이 발전해서 많은 라이더가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한국과 몽골에서 저희를 통해 오프로드 어드벤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또 모터사이클과 관련해 한국에서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해외 저자가 쓴 책을 번역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죠. 따라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정서에 맞는 모터사이클 교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글 CCBB 이도형 인턴

CAMP R27 교육 공간에 전시된 류 선수 트로피 사진. /CAMP R27 제공


2021.06.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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