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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돈은 버냐’ 무시 당하지만 난 ‘물속의 전지현’

by잡스엔

한국판 인어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물 속인 데도 눈을 뜨고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는다. 바닷물의 염분으로 인해 눈이 충혈되고 해파리에 쏘일 때도 있지만 수중촬영의 매력은 남다르다고 한다. 한국에 10명도 채 없다는 이 직업. 수중모델 고송미(27)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중모델 고송미씨. /jobsN

-자기소개해 주세요.


“6년째 수중모델로 일하는 고송미입니다. 현재 대구에 있는 스쿠버센터인 팬다스쿠바에서 프리다이빙·스쿠버다이빙·수중모델 교육 강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학을 전공한 고송미씨는 졸업 후 패턴 디자인 회사에서 2년여간 일했다.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마음 한쪽엔 아쉬움이 점점 커졌다. 어릴 때부터 꿈꿔 온 수중모델이라는 꿈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살 때 TV에서 우연히 수중모델로 일하는 사람을 봤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직업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정말 매력적이었죠. 그때부터 수중모델을 꿈꿨었어요. 그런데 본업으로 삼기에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듣고 용기 내지 못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쉬움이 커졌어요. 더 늦기 전에 꿈에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외국 사이트 등을 보고 직접 정보를 얻었죠. 수중모델을 하려면 다이빙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고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이빙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취득한 다이빙 관련 자격증만 30여개입니다. 현재 스쿠버다이빙 교육단체인 PADI(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에서 발급하는 PADI MERMAID Instructor(머메이드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수중모델을 교육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또 PADI MSDT(Master Scuba Diver Trainer·마스터 스쿠버 다이버 트레이너) instructor 자격증이 있어요. 스쿠버 강사를 교육할 수 있는 레벨이에요.” 


수중 촬영 중인 고송미씨. /jobsN

-수중모델은 어떤 일을 하나요.


“수중모델은 수중 장비 없이 물에 들어가 드레스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촬영하는 일을 합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 등 수중 촬영 때 연예인 대역을 하거나 장비 광고 등을 찍습니다. 물속에서 작품 의도나 목적 등을 잘 살려야 해요. 수중 모델로 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은 없어요. 다만 수중에서 하는 연기를 위해 수영, 스킨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프리다이빙 등을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좋아요.”


-수중모델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촬영 전 물속에 위험한 요소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위급상황을 대비해 스태프가 꼭 있어야 해요. 또 촬영 전 의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옷이 너무 무거우면 물속에서 올라오기 힘들어요. 보통 드레스를 입고 물에 들어가면 옷이 물을 머금으면서 5~10kg 정도가 됩니다.


촬영 중에는 컨디션 체크를 잘 해야 합니다. 물 속에서 일하다 보니 체력을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계속해서 음식을 챙겨 먹고 초콜릿 등을 먹으면서 당 보충을 해야 합니다. 다만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포즈에 따라 역류할 수 있습니다.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해요. 그리고 체온 조절도 중요해요. 물속에 나와서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해요. 방풍재킷, 큰 수건 등을 꼭 챙겨야 합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체력을 키우기 위해 현재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고송미씨는 6년째 수중모델로 일하고 있다. /jobsN

수중촬영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연기력과 표현력입니다. 화보나 드라마 등을 자주 보고 연기하는 배우의 표정을 연구해요. 또 촬영 결과물을 보고 모니터링하면서 ‘이런 표정은 짓지 말아야겠다’ 생각하죠. 무엇보다 본인만의 매력과 장점을 잘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포즈를 예쁘게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력이 정말 중요해요. 짧은 시간 동안 숨을 참으면서 표정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평소 훈련할 때나 다이빙을 할 때는 보통 4분 정도 숨을 참습니다. 촬영 때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보통 1~2분 정도 숨을 참아요. 숨을 참고 물에 들어가서 포즈를 취하고 다시 물 밖으로 나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요. 촬영이 10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대기하는 시간도 있어서 체력 분배를 잘해야 합니다.


또 머리카락을 예쁘게 휘날리는 것도 중요해요. 물속에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머리카락이 움직여요. 뒤로 살짝 몸을 뺐다가 앞으로 가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휘날리게끔 연출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촬영할 땐 위험하지 않나요.


“아무래도 바다에서 촬영할 때가 더 힘들죠. 그래도 너무 깊은 수심에서는 촬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작업하진 않아요. 꼭 스태프 2명 이상이 함께합니다. 성게 등 위험한 요소를 미리 다 확인하고 작업을 진행합니다. 바다에서는 보통 수심 5~10m에서 촬영해요. 실내 스튜디오의 경우에도 3~5m 정도에서 찍어요. 몸이 잠기는 정도라면 충분해요. 빛이 잘 들어와야 결과물이 예쁘게 나와요. 그래서 꼭 깊은 곳에서 찍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작업 상황이나 스튜디오 환경에 의해 26m까지 내려가서 찍은 경우도 있었어요. 


바닷물에는 염분이 많아 눈이 따갑습니다. 눈을 뜨고 촬영해야 하니 힘들 때가 있죠. 잠시 눈이 충혈되기도 하지만 잘 세척하면 괜찮아요. 또 바다에서 촬영하다가 해파리에 쏘인 적도 있었어요. 바다 촬영이 스튜디오 촬영보다 위험하다 보니 긴장해서 호흡이 더 짧아지기도 합니다. 돌발 상황이 있지만 그래도 바다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담겨서 어떤 의상을 입어도 작업물이 만족스럽게 나와요. 제주도, 호주 바다에서 찍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고송미씨. /jobsN

-국내에는 전문 수중 모델이 몇 명 없는 거로 아는데, 어떤가요.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면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수중모델은 10명도 채 안 됩니다.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수명이 길지 않아요. 또 수중 모델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 오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몸이 힘든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선 인지도가 낮은 직업입니다.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돈은 버냐’라는 말도 들었죠. 많이 벌지 못해도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편견으로 보는 시선에 상처받기도 했어요. 해외에서는 수중 모델이라는 직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지금은 일반인도 많이 도전하고 있고, 관련 스튜디오도 많이 생겨났어요. 전보다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때는요.


“열심히 촬영한 후 결과물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힘들었던 걸 다 잊어요. 정말 재밌습니다. 질리지 않아요. 또 사람들이 점점 수중모델이라는 직업에 관해 관심을 갖고 응원해줄 때 뿌듯합니다.” 


고송미씨가 취득한 다이빙 관련 자격증만 30여개라고 한다. /jobsN

-수입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부업으로 하기에 좋아요. 본업으로 삼기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서죠. 그래서 현재 강사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경력 1년 정도 모델이라면 1~2시간에 10만원 정도 모델료를 받아요. 좀 더 경력이 쌓이면 건당 30만~60만원 정도 받습니다. 6년간 수중 모델로 일하면서 수많은 수중 촬영을 했어요. 가수 갓세븐(GOT7) 잭슨의 뮤직비디오, MBC ‘우리동네 피터팬’ 등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수입은 꾸준히 늘었어요. 현재 한 달에 작품 2-3개씩을 하고 있습니다. 장비 광고 등을 주로 찍어요. 또 현재 제주도 망고 스튜디오 작가님과 함께 수중모델을 꿈꾸는 사람을 위해 체험회를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중모델이라는 직업 하나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다를 거로 생각해요. 유망한 직업으로 주목받을 거로 생각합니다. 물을 좋아한다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체력이 가능할 때까지 계속해서 수중모델로 일하고 싶어요.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수중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후배를 많이 양성하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인어쇼를 열어보고 싶어요.”


글 CCBB 귤​